'한꿈' 없어졌나요?

'새움'이 나타나다. / 이지행, 이산하, 유예린, 박서윤, 김서린

by 와이파이

2020년 겨울방학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한 여름밤의 꿈(이하 한꿈)’이 없어질 거란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설마 했던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올해 이우고등학교의 1학년 교육과정 중 가장 역사 깊은 프로젝트인 한꿈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꿈은 각 반 별 학생들끼리 30분 내외의 연극, 혹은 뮤지컬 형식의 공연을 올리는 음악 교과의 수업이다. 스토리 각색부터 대본 작성, 배경, 음악, 소품 준비, 연출 등 극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학생들이 주관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인적 참여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참여가 특히 중요하다. 또한 수업 시간 이외에도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따로 회의를 하거나 연습을 할 때가 있기 때문에 업무의 강도와 함께 동반되는 피로가 큰 편이다. 그렇기에 한꿈의 전반적인 스케줄을 즐기며 잘 따랐던 친구들이 있던 반면, 소화하기 힘들어했던 친구들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


작년에도 한꿈을 진행하며 어김없이 제기된 문제들을 파악한 지행이와 슬이가 ‘한꿈 이거 맞아?’ 라는 기사를 작성했었다. 2020년 기준 이우고등학교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꿈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기사를 통해 공유하고, 공동체 안에서 한꿈에 대한 고민들을 활발히 오가게 한 후, 마침내 ‘더 좋은 한꿈’이 만들어지게끔 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였다.


하지만 더 좋은 한꿈은 커녕,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작스럽게 한꿈이 없어졌다. 작년의 한꿈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를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한꿈의 폐지 소식은 더욱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한꿈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차이가 너무 커서 그런가?’, ‘아니면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어서?’, ‘안정민 선생님께서 혼자 진행하시기에 너무 힘드셔서 그런가?’, ‘왜 학생들한테는 아무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지?’ 등 의문투성이였다. 그래서 어쩌다 한꿈이 없어지게 되었는지, 한꿈이 없어진 후 새움 프로젝트의 등장까지 어떠한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초창기 때부터 작년까지의 한꿈을 함께하셨던 선생님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꿈의 취지

노길상 미술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꿈(한 여름밤의 꿈)의 시작에 대해 알아보았다.

2004년 개교할 당시 이우 학교는 통합 교과, 프로젝트 수업을 지향하여, 음악, 미술 교과를 융합한 교육과정이자 프로젝트 수업으로 한꿈을 교육과정 안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또한, ‘연극’으로 예술적 분위기의 학교 정서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낭만적인 교육과정’이었다고 하셨다.

실제로 한꿈 교육과정 덕분에 예술 분야의 진로를 갖게 된 학생들도 많아졌고, 교내 입학식 축하공연의 수준이 올라가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함께하는 작업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 자신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한꿈의 과정

선생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한꿈과 관련한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알 수 있었다. 안정민 선생님은 다양한 친구들의 소통의 채널을 맞추는 것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고 하셨다. 서로를 아직 몰라 조심스러운 시기에 한꿈을 하느라 서로의 발언 방법, 문제를 해결하는 법, 언어가 각자 다르고, 서로의 표현 방식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겨 서로 상처를 주는 일이 종종 발생했었다. 또한 그림자극을 경험한 이우중 출신의 친구들이 이미 상처를 가지고 닫힌 마음으로 한꿈을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안정민 선생님께서는 모두가 제로인 상태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2016년 4월 1일에 한꿈 간담회를 진행하며 한꿈 내에서 관계 갈등이 심화되었고 치유되지 않은 채로 2, 3학년으로 올라간 학생들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 학생들 입장에서 한꿈의 문제점을 인식하신 것이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어려움과 고통이 존재했는데 이를 놓치고 있었고, 그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셨다. 그 부분에 주목하고 관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이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시고, 마음 나누기 프로그램을 고안하셨다.

한꿈은 개인 간의 참여도와 기대치의 차이가 큰 프로젝트이다. 각자가 지닌 열정의 온도가 달랐던 것이다. 2017년 안정민 선생님이 한꿈 지도교사를 맞으실 시점, 지속 가능한 한꿈이 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긴장감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며 선생님들로부터 한꿈의 사이즈를 줄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공연 장소를 정자청소년수련관에서 학교로 옮기기 위한 협의와 공청회 진행 끝에 2019년부터 공연 장소를 학교로 바꾸어 진행하였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니고 있는 의도는 무엇일까

한꿈은 공동체적 경험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반드시 협업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는 긍정적인 경험에 비해 해결되지 않은 갈등의 경험을 크게 느끼곤 했다. 고1학년에게 관계의 좌절감을 먼저 경험하게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고1학년이 수행해야 할 교육과정(주제 탐구, 문제공감프로젝트, 한 여름밤의 꿈)과 자치활동이 포화상태로 개별 학생이 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몇 년 동안 한꿈에 대한 교육적 평가에서 꾸준히 제기되었기에, 문제점을 보완할 교육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선생님들은 신입생들에게 오티 후 바로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제대로 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우의 중요한 가치인 관계 맺기, 배움의 자세를 만들기 위한 집중 기간의 필요성을 공감하였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를 3주 동안 진행하기로 했다. 이때 생겨난 프로젝트명이 [새움 프로젝트]이다. 한꿈과 새움 프로젝트는 ‘공동체적 경험’, ‘예술적 경험’의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한꿈에서는 공동체적 경험을 강조하였다면 새움 프로젝트는 더 나아가 공동체적 경험을 통해 자아 발현이 실현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웠다. 올해 고1 학년에서 진행된 새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만의 배움의 길을 알아갈 수 있었고, 1학년끼리의 관계 형성이 원활하게 진행되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꿈 교육과정을 겪은 우리들 또한 한꿈을 하며 발생한 관계의 어려움이 크다고 느꼈고, 교과 수업이나 자치활동 등 다른 학교 활동과 병행하기에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컸다. 이와 달리 새움 프로젝트는 3주간 온전히 그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 개인이 느끼는 부담감이 줄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더불어, 공동체적 경험뿐 아니라 자기 경험을 통한 자립심의 증가 등, 한꿈과는 또다른, 고1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고1 학생들의 더 나은 배움과 교육과정의 목표 실현을 위한 고민의 결과물로 나온 ‘새움 프로젝트’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렇다면 논의 과정에서 왜 학생들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김철원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들어오는 순간 또다시 타협점을 찾아야 하고 미진한 상태로 교육과정이 진행된다는 건 교사에게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그래서 한꿈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이 사항을 결정한 후 아무것도 없는 제로 상태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 논의도 전체 교사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협의회, 대표자 회의에서 진행되었습니다.”라고 답변해 주셨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여러 선생님들의 한꿈에 대한 소회,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남기셨다.

김철원 교장 선생님께서는 “교육과정은 학생의 생활과 일상에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과정의 맥락, 진행 과정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 간의 이야기로 그치거나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건강한 토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한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별이 된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안정민 선생님께서는 “한꿈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 시원하긴 하지만 많이 아쉽네요. 한꿈을 통한 배움이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해보고 싶어요. 학생들은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더 좋은 한꿈이 생긴다면 한꿈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요?”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노길상 선생님께서는 “한꿈은 이우학교의 가장 큰 잔칫날이었습니다. 1년 동안 가장 뜨거운 하루로 기억됩니다.”라고 소회를 남기셨다.

여러 선생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꿈의 시작부터 사라진 이유까지 그 과정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교육과정을 실행하고 평가, 진단, 해석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교육과정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화와 과정에 참여하는 모두(학생, 교사)에게 과정의 의미를 살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는 다양한 교육과정의 속에서 새로 생겨나거나, 사라지는 과정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의견과 질문을 이야기하고,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한꿈은 없어지거나 끝난 것이 아니다. 한꿈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고 새움 프로젝트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마무리

한꿈이 과연 없어진 걸까? 선생님과의 인터뷰도 진행해보고 점점 기사를 쓸수록 따지고 보면 새움이 나타났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안정민 선생님이 한꿈을 다시 해보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실 땐 진짜 놀랐다.) 한꿈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새움이 나타난 거다.

물론 새움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한꿈은 문제가 있었다. 기사에 다 못 담은 선생님들의 고충도 있었고, 이미 자주 다룬 학생들의 문제상황도 수두룩했다. 더 좋은 한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했다. 또 새움이 한꿈 자리를 대체할 때는 어땠는가? 적어도 학생들은 한꿈이 아닌 새로운 교육과정이 어떤 논의 속에서 어떤 취지로 등장했는지는 납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꿈은 사라졌지만 한꿈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꿈 이야기를 할테다. (또요??) 한꿈은 지속 가능한 교육과정이었는지, 더 좋은 한꿈은 어떤 모습을 갖췄어야 했는지, 한꿈이 없어지며 드러난 삼주체간 소통의 문제 등등. 어쩌면 한꿈은 단순 교육과정이 아닌 이우학교 시스템을 뚫어볼 수 있는 돋보기가 되어줄 수 있다.


한꿈이 사라졌다고 우리는 한꿈을 잊은 적 없다. 한꿈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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