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fast fashion) / 이주은
정답은 모두 SPA(Specialty stores / retailers of Private-label Apparel) 브랜드라는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1986년에 미국의 의류 브랜드 GAP이 처음 도입하였으며 영미권에서는 'SPA'보단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단어로 사용한다고 한다.
일반 패션업체가 1년에 4~5회 계절별 신상을 내놓는다면, 패스트패션 업체는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여 1~2주 단위의 신상품을 내놓는다.
패션 산업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오염원 중 하나로 세계 총생산의 2%를 차지한다. 세계 인구는 매해 9,200만 톤의 쓰레기를 매립지에 버리고 있다.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35%가량이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주로 생산하는 합성섬유를 세탁하면서 발생한다.
옷은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것 외에도 나라는 사람을 남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사용된다.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나 내가 구현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옷은 잘못된 방식으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옷을 통한 자기표현의 욕구는 어쩌면 sns을 통한 기업의 마케팅과 같은 것들에 노출돼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욕구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패스트 패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행, 저렴한 가격과 적정한 품질, 접근성에 있을 것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들을 유통할 수 있는 이유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원칙으로 생산 제품을 빠르게 바꿔 놓아 빠른 상품 회전으로 재고 부담은 줄이는 데 있다. 판매를 통한 이윤이 목적이기에 순환율을 높이기 위해 재고가 많이 남은 특정 사이즈나 색상의 제품만 할인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일정 시즌이 끝나면 인기 있는 의류여도 다시 판매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보니 소비자는 결정력을 상실하고 짧은 시즌이 끝나면 더는 판매도 되지 않는 옷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섬유 산업이 온실가스를 생산하는데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 외에도 패스트패션은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대다수의 의류가 독성 화학물질에 의해 만들어진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면 의류의 경우 가장 기본이 되는 목화를 재배할 때부터 병충해 예방을 위한 농약들로 키워진다. 이러한 농약은 곤충뿐만 아니라 사람의 중추신경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유기인산 화합물이다.
브랜드들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적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그들에게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인데 패스트 패션 때문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섬유 제조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이들이 받는 환경적 위험 부담이 가장 크다.
sns를 하다 보면 쉽게 마케팅에 노출된다. 광고 자체일 수도 있고 혹은 브랜드 페이지나 인플루언서 혹은 그저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하울(Haul)은 유튜브 등 구매한 물건을 소개하며 사용한 후기를 전달하는 콘텐츠를 지칭하는 용어로 여기서 ‘패션 하울’은 구매한 옷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 후기를 참고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하울 영상을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콘텐츠는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불필요하며 과도한 소비의 형태에 익숙해지고 나아가 이러한 소비 모델을 모방하게 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지적에 틱톡 측은 자사가 패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플랫폼 내에서 중고의류 판매와 거래 같은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반대로 sns를 통해 중고의류의 순환을 촉진할 수도 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지금까지 4회의 의류 교환행사를 개최했다. 중고의류에 대한 이미지 개선 및 수선&업사이클링, 스타일 제안 등의 프로그램을 개최하면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옷을 입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익을 창출해낼 수 없는 구조임에도 활발한 sns 활동과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ESG란,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 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ESG에 뛰어드는 이유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이 이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한다는 것과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14일 금융위원회는 우리나라도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되며,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이에 최근 일어나고 있는 ESG와 환경을 고려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 스파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2월, 페이크 레더를 사용한 에코 레더 제품 출시, 자라는 유기농 면 개발에 앞장서, 일부 제품에 재생 폴리에스터와 재생 섬유인 라이오셀을 사용하였다.
스페인의 세계적 스파 브랜드인 H&M 은 친환경 소재 개발 및 컬렉션 론칭 외 헌 옷을 가져오면 수거하여 포인트로 환산하여 지급하는 가먼트 콜렉팅이라는 프로그램 선보였다. 2030년까지 캐시미어 등 동물 복지에 반하는 소재를 금지하고, 모든 의류에 지속 가능한 소재만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며, 이번 ‘ ONE/ SECOND/SUIT(면접을 위해 슈트가 필요한 구직자에게 24시간 동안 무료로 정장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2010년대 초를 기점으로 패스트 패션 업계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사업 방향성을 변경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류 소비가 매년 증가하였고 이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화되어왔던 사실을 고려하면 기업뿐만이 아닌 소비자의 변화 역시 요구된다.
2009년 설립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사를 둔 중고 의류 플랫폼 ‘스레드 업(thredUP)’은 밀레니얼 세대(만 25세~)와 Z세대(만 24세 미만)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중고 의류시장이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폐의류의 73% 매립, 소각되지만 95%는 재활용이 가능한 의류라는 사실에 주목하여 소비자에게 가방을 보내 헌 옷을 회수하고 이를 다른 소비자에게 중계한다.
다시입다연구소가 개최한 옷 교환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다수 20~30대 MZ세대였으며 이를 통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위해 의류 산업을 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이다. "Don't Buy this jacket(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 광고라는 문구를 통해 ‘ 환경에 대해 가장 책임 있는 옷은 이미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들은 고객들이 필요한 것만을 구매하고 보유한 의류를 수선하고 물건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서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에는 소비자와 소유자의 차이가 명시되어있다.
‘소유자는 적절한 관리부터 수리, 재사용, 공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구매에 책임질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사용하고, 만들고, 버린 뒤 그 일을 반복하며 생태계를 파멸로 몰아가고 있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구매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제품에 의지하고 있고 그 제품들은 지구에게 피해를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의 이야기대로 현재는 기업들이 지속성 없는 저렴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가장 저렴한 가격을 찾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는 이러한 시장 구조 내에서 소비 사이클을 반복한다. 수선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옷을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는 이러한 구조에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것이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닐까? 내가 하려는 소비는 내게 필요한 것일까. 이렇게 당연한 질문조차 하지 않은 체 과소비의 관행을 매번 반복해왔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아닌 소유자로서의 자신을 생각해볼 차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