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김소연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의 첫 번째 이야기, ‘물속에 가라앉은 우리 집'입니다.
지난 기사를 통해 환경난민에 조금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돌아보자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홍수 등 이상기후, 사막화, 식량난 현상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류에게도 ‘위기'가 되어 주거지를 위협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을 환경난민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기사를 읽지 못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들어가시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2woowhypi/106
이번 포스트부터는 통해 본격적으로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사람들은 가장 잘 알려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난민과 이상기후-홍수와 태풍으로 인한 난민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환경난민부터 알아봅시다.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0년 뒤만 해도 우리나라 국토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직접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해수면이 30cm만 높아져도 부산 해운대, 인천 송도 같은 해안 도시엔 어마어마한 침수 피해가 발생합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 인류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속도대로라면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연안 도시들도 물에 잠길 수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세계의 얼마나 많은 지역이 침수될까요? 미국의 기후변화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은 연도별 침수 피해를 예측하여 지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는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인 2070년 수도권의 모습이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곳곳의 예측 데이터를 확인하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우리에게는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지만, 실제로 지금 침수가 진행 중인 나라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 오세아니아에 위치한 국가들로, 해수면 상승의 피해를 직격탄으로 입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환경 난민의 초기 사례를 찾아, 2008년 미얀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이클론 나르기스(Nargis)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때 당시 14만 명의 사망자와 80만 명의 이주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재보험사 뮌헨리(Munich Re)의 토르스텐 제워렉 이사는 “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점차 증가해 결국 대참사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눈물의 섬 투발루’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호주 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투발루는 1년에 5mm씩 바다에 잠기고 있습니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고도는 3m이며,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2050년에는 국토 전체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UN은 예상합니다. 아래는 영화감독 주리앙 부이(Juriaan Booij)가 담은 투발루 주민들의 생활 모습입니다. 주리앙 부이는 가라앉는 투발루에 대한 다큐멘터리 ‘킹 타이드(KING TIDE)’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thesinkingoftuvalu.com/
2015년 10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으로 인해 도시 인구가 외곽 빈민가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사이클론은 20세기에 20년에 1번 찾아왔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근에는 2년에 1번으로 잦아졌습니다.
특히, 방글라데시 순다르반스 지역은 낮은 해안지대에 위치해있어 홍수, 지진, 사이클론, 해수면 상승에 더 취약합니다. 세계에서는 평균적으로 매년 2mm씩 해수면이 증가하는 반면, 벵골만에서는 매년 12mm씩 상승하고 있어 더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10%가 해수면보다 낮아서 많은 사람들이 해안지역에서 수도 다카(Dhaka)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다카의 인구는 하루에만 2,000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글라데시의 환경 난민은 2050년까지 최대 3천만 명 발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에 잠기는 나라 7 - 해수면 상승과 위기의 지구 | Green News 360
2016년 10월, 평균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 키리바시에서 발생한 폭우로 인해 바닷물이 마을까지 침범한 모습입니다.
키리바시에서 주목할 점은 ‘존엄한 이주’라는 개념입니다.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은 키리바시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해결하려고 노력해왔으며, 인구 전체가 이주할 상황에 대해 ‘존엄한 이주’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키리바시 국민들이 고향과 존엄성을 모두 잃은 기후 난민이 되는 것을 막고, 새로운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동등한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기술력을 갖추게 하는 것입니다.
물에 잠길 키리바시, "마지막 한 조각 땅 살리겠다" | 한겨레 물 바람숲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국가이자 가장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1만 7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9년 3월, 인도네시아에 돌발적으로 발생한 호수로 인해 파푸아주 주민들이 난민 센터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2019년 8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이전하겠다는 수도 이전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현재 자카르타는 1 km²당 15,000명 수준의 심각한 인구과밀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개발하고 고층 건물이 급증하면서 매년 평균 7.5cm씩 지반이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그 결과 현재 도시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졌고, 수도 이전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동칼리만탄 | 시사상식사전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줄어들지 않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의해 이상기후가 등장한 것입니다. 훨씬 긴 장마와 심각한 폭우는 침수 또는 산사태 피해를 만들었습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홍수로 인한 피해 주민은 약 960만 명에 달하며, 2020년 8월 5일 기준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2020년 이상기후로 인해 침수된 8개 도시의 모습을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기후: 침수된 도시와 이재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왜 위와 같은 환경 난민이 발생할까요?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입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오존층을 두껍게 하여 열기를 지구에 가둡니다. 이로 인해 지구 평균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합니다. 뜨거운 열기는 빙하를 녹이고, 결국 해수면을 상승시켜 투발루나 키리바시와 같이 해발고도가 낮은 섬나라들을 가라앉게 합니다. 아래는 세기별 해수면 높이 변화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2인치 내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해수면은 20세기에 들어 무려 5인치 이상 상승했습니다.
두 번째,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발생합니다. 과거 30년 동안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특징적인 기후 변화를 이상 기후라고 합니다. 이상 기후는 해수면의 비정상적인 온도 변화 등에 의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례 없는 태풍과 폭우가 닥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은 이상기후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교과서 밖의 과학] 이상 기후의 주범, 지구 온난화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 2011. 6. 20., 홍준의, 최후남, 고현덕, 김태일)
처음 이 기사의 제목을 지을 때 ‘물이 집어삼킨 우리 집'이라고 이름 붙이려 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인원을 살펴보면 결국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인간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가 혼자서 더워지고 빙하를 녹이거나 바다가 마음대로 사람들의 집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집도 언젠가 물속에 가라앉을 수 있고, 이미 누군가의 집을 가라앉게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 민주주의만이 아니다. 우리는 에너지 정의, 더 나아가 에너지 배상도 필요하다. 지난 200~300년 동안 에너지 생산 산업과 그 밖의 더러운 산업의 발전 과정은 가장 가난한 공동체들에게 극히 미미한 경제적 혜택만을 주는 대신에 지나치게 막중한 환경적 부담을 안겨 왔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타고 있다: 기후 재앙 대 그린 뉴딜』, 나오미 클라인
기후 위기의 역사성을 따져 묻다 | 한겨레
다음 기사에서는 기후위기가 영향을 준 국제 분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리아 난민들이 겪었던 식량난과 생존 갈등에 대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조금씩 기후정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