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과 국제관계 / 17기 김소연
두 번째로 살펴볼 주제는 기후위기가 영향을 끼친 국제 분쟁과 해결 과정입니다. 수백만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그 전쟁의 이유 중에는 기후변화도 있었습니다.
2015년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해안경비 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므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를 계기로 발생하는 폭력과 분쟁은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념, 종교가 아닌 에너지, 식량, 물과 같은 필수적인 자연자원에 대한 필요와 확보가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원이 부족하고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안전과 자연자원 안보, 그리고 생존을 위해 기후변화 대응이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와 국가안보 사이의 관계성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두 나라의 사례와 함께, 그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보았습니다.
2003년,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의 촉발 원인에는 기후변화가 있었습니다. 다르푸르 지역은 비가 자주 내리는 것은 아니었으나 토양이 비옥하여 곡식과 과일을 풍부하게 재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도양의 수온이 상승했고, 다르푸르 지역에 불어오는 계절풍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지대에 위치한 다르푸르는 본래 열대몬순지역이었으나 이를 계기로 사막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강수량은 40% 이상 감소했고, 초지가 사라졌으며 농경지와 목축지가 사막으로 변했습니다.
유목민이었던 아랍계는 가축들을 데리고 농사를 짓던 아프리카계의 농경지를 침범하기 시작했습니다. 피부색도, 종교도 다른 두 집단의 마찰은 이내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다르푸르 전쟁은 ‘대규모 폭력사태’, ‘인종청소’와 같은 이름으로 비난받게 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간의 종족 갈등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와 생존 갈등이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르푸르 사태에 대해 2006년 6월 16일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다르푸르에서의 기후 범인(A Climate Culprit in Darfur)’이라는 제목의 글을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했습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다르푸르 분쟁은 생태적 위기에서 시작을 했고, 생태적 위기는 부분적으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UN 평화유지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UN의 노력이 성공하면 200여 만 명의 난민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글은 곧 극심한 비판을 받게 되는데, UN 평화유지군은 실질적으로 파견될 수 없었으며, 파견된다 하더라도 수단 정부에서 수단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으므로 분쟁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30년간 집권했던 바시르 대통령이 축출되고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면서 이전에 비해 안정된 상황입니다. 그러나 분쟁 당시 집을 떠난 기후난민들은 상황이 나아졌음에도 돌아가기가 어렵습니다. 사막화로 인한 물 부족, 식량부족, 낮은 농업 및 목축업 생산성, 열악한 통치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전쟁난민이 아닌 ‘기후난민’으로 인식하고 빈곤 해결을 위한 발전을 통해 장기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수자원 시설의 복구, 개량종 곡물의 보급과 조기 가뭄 경보시스템 도입 등의 해결책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뿐만 아니라 수단의 안보를 유지해야 합니다.
http://www.greenasia.kr/2011/02/04/worldofwindow9476/
기후변화가 일으킨 다른 안보 위협 사례로는 현재도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이 있습니다. 시리아 내전의 발발 원인은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그중에는 기후변화와의 연관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10년 여름, 세계적인 밀 생산지인 러시아에서 가뭄에 의한 피해로 밀 생산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정부는 밀수출을 중단했고, 이때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빈곤층 사람들은 대부분의 수입을 식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참다못한 북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시민들이 폭동과 시위를 일으켰고, 민주적 체계가 불안정했던 탓에 기존 정권이 연속적으로 무너지는 ‘아랍의 봄’이 발생했습니다.
시리아는 1950년 400만 명 수준에서 현재 2,200만 명으로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었고,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 150만 명의 농민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면서 경제난이 발생하고 반정부 심리가 고조되었습니다. 여기에 시리아 정부의 폭압과 ‘아랍의 봄’ 시위 등의 정치적, 사회적 요인이 결합하여 2011년 봄, 대규모 반정부 봉기로 이어진 것입니다.
러시아와 시리아에 닥친 기후위기가 기존의 갈등 요인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증가된 폭력적 갈등 위험과 식량 비용 폭등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곧 사회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권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정부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기존 갈등 증폭에 이어 민주주의 체제의 위협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리아 내전은 현재 종교적, 정치적인 요인이 개입하여 기후변화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자원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물 공급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고, 갑작스러운 식량 공급 불안정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식량 안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수자원, 기후, 안보 위기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위기의 집합’이라고 부릅니다. 위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를 더 이상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기후변화를 경제 위협 및 안보 위협 요인으로 파악한 후 ‘위협 승수 요인’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2016년 백악관이 발표한 내용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기존의 위협 요인과 (…) 정치 불안을 악화시켜 해외의 테러활동을 조장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농업과 수자원 같은 핵심 경제 부문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식량안보에 심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국가의 총체적 안정에 위협을 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5월 특별 연설을 통해 남북 관계의 교착을 인간안보로 풀겠다고 밝히며, 인간안보의 구체적 협력 사례로 코로나19, 말라리아,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꼽았습니다. 조효제 교수는 『탄소 사회의 종말』에서 이 연설이 기후위기와 한반도의 인간안보를 연결시킴으로써 ‘기후-갈등 연계’를 단절시키고 새로운 기회구조로 반전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했습니다. 우리가 인간적인 삶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해진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성 과정에서 『탄소 사회의 종말』(2020, 조효제)과 『파란 하늘 빨간 지구』(2019, 조천호)를 참고하였습니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의 5장과 『탄소 사회의 종말』은 기후위기를 사회와 인권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기후위기를 인류의 실존 및 인권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