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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7. 2022

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한 걸음 더 가까이, 퀴어하게] 임금비

저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아이다호 데이


   지난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은 다른 말로 ‘IDAHORB’라고 부르기도 한다. IDAHORB는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의 줄임말로서, ‘국제적으로 호모 포비아(동성애 혐오), 트랜스 포비아(트랜스젠더 혐오), 바이 포비아(양성애 혐오)에 반대하는 날’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이를 발음대로 ‘아이다호의 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여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개념조차 매우 생소하다. 그래서 오늘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TB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990년 5월 17일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동성애를 국제질병분류(ICD) 표에서 삭제한 날이다. 이때 성적 지향만으로 장애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함께 명시하였는데, 이에 따라 전 세계 성소수자 관련 단체와 커뮤니티에서는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날로서 규정하였다. 


  현재 대다수의 과학자들, 그리고 의료인들은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데에 동의한다. 동성애는 치료가 ‘불가능한’ 개인의 성적 지향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나 성소수자의 인식 및 인권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과거에는 동성애를 정신 질환으로서 분리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그러하였다. 각각 국제질병분류(ICD)와 정신질환편람(DSM)에 동성애를 정신 질환이라고 표기하였었다.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전개되고, 사람들의 동성애자,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늘어나며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1973년 APA는 정신질환편람(DSM)에서 동성애를 제외했다. 다만 당시에는 개인의 성 정체성이 성적 지향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일 때에만 동성애가 정신 질환이 아니라고 기재를 하였다. 그러다 1987년이 되어 DSM에서 동성애를 완전히 삭제하였다. 더 이상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는 동성애 그 자체를 질병으로서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990년 국제질병분류(ICD)를 개정하며 동성애를 정신장애 부문에서 삭제하고 ‘성적 지향만으로는 장애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2018년에 ICD에서 트랜스젠더를 제외했는데, 이때 성적 지향성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며 정상적인 개성의 표출이라고 규정하였다.


사진 출처: 애플 공식 홈페이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하였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경우 2016년 ‘애플워치 프라이드 에디션을 출시한 이래로 7년 째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해오고 있다. 이러한 애플의 행동은 기업이 LGBTQ+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데에 시작이 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애플의 CEO이자 2014년, 공개적으로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 한 팀 쿡(Tim Cook)은 많은 분야에서 Apple은 서로 교차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평등을 위한 현재 진행 중인 노력을 지원하며, 프라이드 시즌을 통해 이러한 역사를 기념하고 기릴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구글, 이케아, 나이키 등의 외국 기업들은 매년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하면서 퀴어 관련 제품을 내어놓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의 성소수자 인권 관련 행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업들 사이에서도-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한 것은 아니지만-조금씩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에서는 지난 2018년 6월 뉴욕에서 성소수자 관련 문화 행사를 열었으며, 2020년에는 맥주 브랜드 ‘카스’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며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외국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사례이지만 긍정적인 변화이다. 


사진 출처: 카스 공식 페이스북

 

 여러 민간단체에서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한다. 지난 2012년부터 아이다호의 날을 기념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혐오를 바로 잡고 성소수자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캠페인,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2022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여기 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무지개 목소리를 내는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의 경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은 5월 14일 오후 3시 용산역 광장에서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연대’를 주제로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집회를 진행한 뒤부터 용산역에서 시작해 윤석열 대통령의 새 집무실을 거쳐 이태원 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일어난 첫 집회이자 행진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맞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RB’.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자 토론회 당시 ‘동성애에 반대한다’라는, 과거 인권 변호사였던 이의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을 했던 만큼 이번 정부, 윤석열 정부는 어떤 자세와 태도로 성소수자의 인권, 더불어 소수자 인권을 연대하고 지지해 나갈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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