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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8. 2022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신예원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3조
1. 공공 또는 민간 사회복지기관, 법원, 행정당국, 또는 입법기관 등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제 16조
1. 어떠한 아동도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위법적인 간섭을 받지 아니하며 또한 명예나 신망에 대한 위법적인 공격을 받지 아니한다.
2. 아동은 이러한 간섭 또는 비난으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가정의 달 5월에 제일 먼저 맞이하게 되는 기념일이 있다. 1923년부터 시행된 어린이날은 올해로 100주년이 되었다. 어린이날은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닌 민주시민으로서 자라길 바라며 제정된 기념일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의 존엄성은 지켜지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노키즈존의 만연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신조어로써, 서울 강남이나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JTBC ‘뉴스룸’에서 길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찬반 의견을 조사하였고, 찬성이 63%로 우세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13세 이하 아동 식당 출입 전면 금지는 합당한 사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식당 측에서는 아동들의 안전사고 발생과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로 어려움을 겪어 이용 제한 대상을 두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에서는 아동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무조건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과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례가 아동과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이는 일부 사례를 객관적, 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움직임은 변화하지 않고 있다.

  노키즈존 확산의 주된 이유로 매장에서 벌어진 사고 발생에 대해 업주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꼽히기도 한다. 노키즈존을 도입한 점주들의 입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이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노키즈존이 등장하게 된 사회 구조적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아동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전체 집단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는, 문제가 되는 특정 행위만을 규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조어의 등장

 

  최근 등장한 ‘○린이’와 같은 신조어 또한 어린이에 대한 존중을 꺾고 있다. ‘○린이’는 방송 혹은 인터넷 등에서 ‘어떤 것에 입문하였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린이’와 같은 표현이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이는 아동이 권리의 주체인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어 파생된 말이라는 것이다. ‘잼민이’와 같은 신조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잼민이’는 ‘초딩’과 같이 저연령층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인터넷 방송이 중심이 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주관했던 2022년 어린이날 선언문에 의하면, ‘잼민이’와 같은 용어 사용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아동이 많았다. 

  나의 재미가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이 될 수 있다. 우리 일상 속에 녹아있는 아동 차별의 단어들을 지양하는 것은 분명 아동 존중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건너뛰어 자라나는 사람은 없다. 약자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지는 국가가 더 건강한 국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동들이 존중과 보호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연약함에 대한 혐오가 사라지는 오늘이 당연해지기를 바란다.





세이브더칠드런 <2022년 어린이날 선언문>

국가인권위원회 <아동 비하 표현에 관한 의견표명>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노키즈 식당은 아동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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