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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9. 2022

유대인 공동체의 뒷모습

황이안

쉬지 않고 변화하는 대도시 뉴욕의 가운데에서 과거를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유대인들의 하시디즘 공동체입니다. 뉴욕 윌리엄스버그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과 아랍어로 쓰인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바로 하시디즘 공동체의 유대인들이며 이곳이 바로 하시디즘 공동체의 삶의 터전인 일명 뉴욕 유대인 마을입니다. 하시디즘 공동체란 초정통파 유대인들의 배타적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총 7만 2000명에 달하며 이디시어를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하시디즘 공동체는 18세기 동유럽에서 출발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거치며 수많은 하시디즘 유대인들이 희생되었고, 일부는 뉴욕 브루클린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리고 뉴욕 브루클린에는 여전히 이들의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시디즘 공동체는 그들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며 살아갑니다. 유대교 경전에 따라 여성은 결혼 전 머리를 삭발하여 머리칼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발이나 두건을 사용합니다. 남성은 구레나룻을 길게 길러 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하시디즘 공동체의 목표는 홀로코스트 당시 희생당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들은 오로지 엄마의 기능을 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18살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하며 결혼 후에는 다산을 강요받습니다. 한 가정당 5~6명의 아이를 낳으며 많게는 10명이 넘는 아이를 낳기도 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미국정부에서 규정한 정규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공립 혹은 사립학교에 다니며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는 대신,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유대교 경전과 탈무드를 공부합니다. 또 인터넷 사용과 도서관 출입을 포함한 바깥세상의 모든 문화를 금지합니다. 따라서 하시디즘 공동체 출신 사람들은 몰래 영화 DVD를 빌려 외진 곳에 차를 주차한 채 숨어서 영화를 본 경험이나 처음 위키피디아에 접속했을때의 경험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하시디즘 공동체는 세속적인 세상은 사람들에게 유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세속적인 세상과 공동체 내의 사람들을 완벽히 분리하려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사람들을 세상에서 분리하여 수많은 규율을 지키게 하며 정통파 유대교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자 합니다.


이와 같이 세상에 배타적인 공동체의 태도 덕에 공동체를 떠나는 유대인은 약 2%에 불과합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남편에게 학대당한 채 살아온 여성이 이혼을 하고 공동체를 떠나고자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여성과 남편의 이혼 재판을 위해 하시디즘 공동체는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 남편에게 최고급 변호사를 붙여주었고, 재판은 수년간 진행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성은 아이들을 빼앗겼고 다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본인의 삶이 거짓된 것 같다고 느낀 한 남성은 거짓되지 않기 위해 공동체를 떠났지만 영어와 기본적인 수학, 세상을 살아가는 법 중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남성은 하시디즘 공동체를 떠난 후 약물에 중독되어 수개월간 중독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실제로 하시디즘 공동체를 떠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마약에 빠지거나 범죄를 저지릅니다. 이처럼 공동체를 떠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공동체 밖 세상은 낯선 것 투성이며 내가 공동체를 떠나면 이는 내 가족과 친구들의 수치로 전략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시디즘 공동체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하시디즘 공동체를 떠나 사회로 나오는 사람들은 도와주는 단체까지 생겼습니다.


공동체는 가족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유대인들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서로를 도우며 더불어 살아갑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손을 드는 행위만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탈 수 있고, 아이가 아프면 사람들이 아이를 돌봐주며, 내가 아플 때는 약을 챙겨주고 병원에 데려가 줍니다. 희생당한 600만 명의 유대인을 회복하자는 목표와 같은 종교 만으로 서로 연대하고 협동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하지만 공동체로서 함께 살아간다는 명목하에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되고, 고통받으며,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요? 그렇다면 공동체와 개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쩌면 우리 역시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새에 공동체의 밑에서 인권을 침해당하고, 고통받으며,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당신에게 공동체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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