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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10. 2022

우리가 모르는 민주주의

이서하


우리가 모르는 민주주의

우리는 자주 자신이 아는 것이 사실이라고, 자신이 아는 것이 정상이라고, 자신이 아는 것이 표준이라고 착각합니다. 저는 최근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표준이라고, 모든 나라의 민주주의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상하셨듯이, 당연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

이런 나라를 봅시다.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조사 결과 민주주의 12등, OECD의 ‘Better Life Index(BLI 지수)’에서 ‘시민 참여’ 지수 2등인 나라.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유럽에서 본받아야 한다고 한 나라. 통계를 보면 대단한 민주주의 선진국이네요? 이 나라가 어디인가 하니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은 독립운동에서 민주화운동, 촛불시위 등을 거치며 생겨난 민주주의를 지닌 민주주의 선진국입니다. 그러나 통계 말고 현실에선 정말 선진국인가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강국이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자주 하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장면을 볼 때는 민주주의 선진국 같지만, 어떨 때는 선진국이 맞나? 싶기도 하고, 이게 민주주의의 한계인가? 싶을 때도 있지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 민주주의는 무엇인지, 다양한 민주주의는 어떤 것이 있을지 알아보았습니다.


대의민주주의 vs 직접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단어는 뭐가 있을까요? 역시 “투표”가 생각납니다. 그럼 “투표”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대선, 총선, 혹은 학급 대의원 선거 등, “선거”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선거의 사전적 의미는 “조직이나 집단이 대표자나 임원을 뽑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한 집단의 대표자가 있고, 대표자가 그 집단의 일을 대표하여 결정하는 방식을 대의민주주의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부분이 다 대의민주주의입니다. 상징적으로 “선거”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죠.


이런 선거 없는 민주주의를 상상해 봅시다. 대표자가 없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구성원 모두를 모아서, 의견을 하나하나 들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겠죠? 이것을 직접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부정/부패는 있을 수 없고, 모두의 의견을 반드시 들을 수 있으며, 소외되는 이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장점에도 그 어느 나라도 직접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대한민국 인구만 5000만 명, 전 세계 인구는 70억 명인데, 모두의 의견을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듣는 것은 말이 되지 않죠. 하지만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그렇습니다. 과거 인구가 적을 때 한 도시 안에서는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했겠죠. 그렇게 등장한 직접민주주의를 사용하던 과정에서 도시의 크기가 커지고, 사회들이 만나 국가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대의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이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는 그 근본을 직접민주주의에 두고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를 조금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바꾼 것이 대의민주주의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모두의 의견을 소외 없이 듣기 위해서 만들어진 체제이니까요. 이는 정치인이든, 유권자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표, 권력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모두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이고, 투표할 때 사표가 될까 걱정하며 차악을 선택하기보다는 내 의견을 대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란?

대의민주주의는 다양한 민주주의로 나누어지는데,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합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몇 가지 특징을 짚어봅시다.


1. 법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 이상적인 자유민주주의의 법은 헌법 아래에 있으며, 헌법은 국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하의 국가는 어떤 것도 이 헌법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국민의 권리를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국가기관들은 서로 권력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서로를 견제합니다.


2. 시장경제

대부분의 민주주의국가는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다 보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시장경제가 자유주의와 결합하여 자유시장경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나 사람들은 시장을 건드려서는 안되며, 기본적으로 모든 돈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움직입니다.


3. 기회의 평등

모든 사람들은 똑같은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얻기 위해서 거쳐야 할 절차, 곧 기회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집니다. 이를 통해서 출신, 인맥 등 개인의 특성 등에 관련 없이,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지요.


이것들은, 이상적인 자유주의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저러한 특징이 변질되어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저런 특징이 커버하지 못하는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단점은 크게 다음과 같습니다.


1. 법은 기본적으로 자유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에,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자유를 침해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느 것이 우선인지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2. 국가기관을 견제하기 위해 짜인 권력 분립 구조는 생각보다 부정부패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3. 돈이 인간보다 우선이 되어버리는 순간부터 존엄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를 국가기관이나 단체가 막을 수 없기 때문이죠. 마찬가지 이유로 “돈이 돈을 낳는” 빈익빈 부익부를 막기 힘듭니다.

4. 기회의 평등은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허점이 많습니다. 기회의 평등은 능력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모두에게 기회는 평등하지만, 모두에게 모든 것을 제공할 수는 없으니 가장 능력이 좋은 사람에게만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죠. “기회”의 평등일 수는 있지만, “결과”의 평등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편파적이 될수록 “평등”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이렇게 보면 역시나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는 완벽한 체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단점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로 느껴지시는 않으신가요?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기사 등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국 등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래도 우리는 이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이기에 감수해야만 하는 단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민주주의란?

저러한 단점을 보았을 때, 일단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시장을 완전히 자유롭게 두지 말고, 어느 정도 국가 단위에서 견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사회민주주의입니다. 사회민주주의의 특징은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1. 노동자

사회민주주의는 이름처럼 사회주의의 이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노동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과 일을 맡기는 사람의 협력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2. 국유화

빈익빈 부익부를 막기 위해서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지향합니다. 생산수단을 개인이 아닌 나라가 가지게 됨으로써, 단순히 돈이 돈을 낳는 구조는 생겨나지 않는 것이죠.

3. 복지

태생적인 특징이나 개인의 특성으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복지가 자유민주주의에 비해서 굉장히 활성화되어있습니다.

사회주의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알아채시겠지만, 사회주의의 이념을 가져온 것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특징으로 노동자의 인권과 생산수단의 국유화 등이 있죠.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원하는 사회를 민주적 절차를 이용해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것이죠. 따라서 혁명적 사회주의와는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자유시장경제의 단점을 해소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부패로 인한 단점은 여전히 문제가 됩니다. 또 사회민주주의만의 단점을 이야기해 본다면,


1. 세금

복지를 높이고, 생산수단을 국유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세금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복지로 돌려받는다고 해도, 전부 다 돌려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2. 나태

영국병을 들어보셨나요? 복지가 잘 된다면,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열심히 일을 안 해도 살만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이 나태해지는 경우가 많죠.

3. 돈 벌기 힘든 구조

또한, 높은 세금과 위의 나태해지기 쉬운 점이 결합되며, 생산자가 개인의 돈을 벌기가 힘들어집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돈을 많이 벌기 힘들다는 사실은 다시 한번 나태를 부추길 수도 있죠.

위와 같은 단점이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단점을 해소한 만큼 자본주의가 주는 장점도 상당히 포기해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네요. 위에서 말했듯이 부정/부패로 인한 단점은 같습니다.


자유민주주의 vs 사회민주주의

그렇다면 도대체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 둘 중에서 무엇이 더 좋은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무엇이 더 좋다."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고, 사회주의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개인들을 평준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진행이 상대적으로 더딘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어느 쪽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서로에게서 배울 점은 엄청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독일의 사회 구조를 책을 통해서 알아가게 되면서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지? 이렇게까지 복지가 좋고, 평등해 보이는 곳이 있다니! 하는 마음이었죠. 한국에서 배웠으면 하는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면, 한국도 더 나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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