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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11. 2022

지금 당신은 불안하십니까?

황이안, 허정원

  불안증은 아주 보편적인 정신 질환으로, 인간의 약 30%가 불안증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겪는다. 즉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불안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익숙한 불안이 동물에게도 마찬가지일까?


  동물은 생존의 위협을 감지했을 때만 불안을 느낀다. 흑멧돼지가 자신을 노리는 사자를 발견하고 불안을 느끼면 뇌에 있는 편도체에서 아드레날린을 온 몸으로 방출한다. 곧바로 경계태세가 만들어지고 몸은 사자에 맞서 싸울 준비 또는 도망칠 준비를 한다. 온 몸의 시스템이 각자의 운동을 멈추고 위협에만 집중한다. 사자로부터 살아남으면 흑멧돼지는 더 이상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생존의 위협을 감지했을 때를 제외하고도 가지각색의 사소한 이유로 불안을 느낀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면 편도체가 민감해지며 아드레날린 연쇄 반응이 일어나 불안에만 집중하게 된다. 흑멧돼지가 불안을 느낄 때와 똑같은 작용이 몸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 모두 불안을 느끼고 몸에서 같은 작용이 일어난다. 차이가 있다면 불안이 흑멧돼지에게는 도움이 되는 감정이지만,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과 다르게 인간은 불안할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렇듯 불안은 누구나 경험하고, 불안으로 인한 피해도 흔하다. 우리 주변에는 어떤 불안이 있을까? 이우고등학교 학생들의 불안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고등학교 1,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4일부터 9월 18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총 4개의 간단한 질문으로 구성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32.1%의 학생들이 ‘매우 자주’, ‘자주' 그리고 ‘가끔' 불안을 느끼며 오직 1%만이 거의 불안을 느끼지 않는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82.1%의 비율로 진로(미래)가 가장 많았고 그 외에도 실수에 대한 걱정 혹은 두려움과 학업이 뒤를 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비교 역시 상당수를 차지했다. 입시를 지양하는 이우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진로와 학업에 대한 불안은 학생들에게 제일 큰 불안으로 남아있다. 경쟁이 계속되는 이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면 어쩔수 없는 불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점점 다가오는 수능이나 입시, 크고 작은 시험들과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같은 문제들은 학생들에게 불안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비교로 인한 불안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기준으로 삼아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을 사회 비교라고 하며 이로 인해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을 사회 불안이라고 한다. 사회적 인정이나 평가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 이후 타인의 얼굴에 나타나는 부정적 표정을 더 빨리 포착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타인의 평가와 비교에서 온전히 자유로워지기 힘들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받고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인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로 인한 불안을 잘 해소할 수 있냐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쉽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학생들은 28.6%에 불과했다. 50%가 넘는 학생들이 쉽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답했다.  


  따라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지나가도록 내버려둔다는 답변이 57.1%로 가장 많았으며 해소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39. 3%로 뒤따랐다. 물론 잠을 자거나 주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취미활동이나 운동을 통해 해소하는 학생들도 많았기에 우리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1, 2학년 학생들 6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설문조사 질문을 바탕으로 불안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물었다. 응답자들은 모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말해주었다. 





1학년 응답자 A씨

  

    불안을 자주 느끼시나요?  

  이우학교에 온 뒤로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다만 작년 중학교 때는 시험 전 날 너무 긴장되고 불안해서 울기도 했었다. 시험 전 날은 따로 시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엄마랑 하루 종일 얘기하다가 자곤 했다. 



    어떤 불안을 느끼시나요?  

  내가 잘 못 할까봐 두렵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을 때 불안을 느낀다. 

  작년엔 내 얘기가 잘 안 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불안했다. 예를 들어 나는 엄마 아빠에게만 털어놓을 수 있는데 엄마 아빠가 잘 안 들을 때.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경험인가요?  

  원래 나는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화장실만 갔다오며 10시간도 넘게 공부를 할 수 있을만큼. 그런데 작년에는 불안해서 30분도 못 앉아있었다. 불안이 일상이 되었던 것 같다. 그 때는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했고, 너무 힘드니까 눈물이 났다. 



    당신은 불안을 조절할 수 있나요?  

  못 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약을 먹었다. 



불안을 해소하는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 내 경우 오랜 친구에게 3시간 동안 전화를 했었던 적이 있다. 2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는데 새벽 1시에 전화해 무작정 이야기를 해도 아무 말 없이 잘 들어줬었다. 그 때 어떤 위로보다 그냥 들어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걸 느꼈다.  

  나는 정신과 상담을 몇 번 옮기면서 했었는데 상담을 할 때 조언을 해줘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1학년 응답자 B씨


  

    불안을 자주 느끼시나요?  

  되게 자주 느낀다.



    어떤 불안을 느끼시나요?  

  나는 가족에 대한 불안이 큰 것 같다.  예를 들어서 가정에 대한 다양한 경우라던가 불화같은 것들 혹은 이별을 곧 겪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날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경험인가요?  

  피해의식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 친구들과도 잘 놀지 못하는 것도 있다.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으니까 친구들과 노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당신은 불안을 조절할 수 있나요?  

  조절이 안 되어서 상담을 받는 중이다. 

  그래도 상담을 받는다는 것은 불안을 조절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기에 하는 행동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해소하는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  혹은 공부 같이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학년 응답자 C씨


  

    불안을 자주 느끼시나요?  

  그렇다. 자주 불안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불안을 느끼시나요?  

  주로 학업, 진로, 친구관계에 대한 불안이다. 

  그 중에서는 진로에 대한 걱정이 크다.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경험인가요?  

  특별한 경험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평소에 늘 긴장이 되어있는 느낌이다. 

  불안하다보니 계속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어 빨리 피곤해지고, 빨리 피곤해지니 일상이 힘들어진다. 


  

    당신은 불안을 조절할 수 있나요?  

  못한다.



불안을 해소하는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노래를 듣고 운동을 하는 것.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렇게 힘들다는 걸 털어놓고 나면 좀 나아진다. 




2학년 응답자 A씨


  

    불안을 자주 느끼시나요?  

  네. 하루에 몇번씩 느낀다. 어쩌면 10번이상?


  

    어떤 불안을 느끼시나요?  

  학업, 친구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능력적인 무언가에 대한 불안. 신체능력과 정신적 문제를 포함한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불안이다. 

  학업에서는 이우학교 안에서는 잘 하는 편인데 전국적으로 시야를 넓히면 잘 하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고 친구들이 많은데 그 친구들에게 듣는 이야기나 부모님께 듣는 다른 학교 이야기가 불안 초래한다. 뒤쳐지는 것 같고 멈춰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면 내가 도태될 것 같아서 항상 발전하고 나아져야 할 것 같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경험인가요?  

  예민하고 속이 좁아진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항상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당신은 불안을 조절할 수 있나요?  

  나아지고 있는 걸 확인할 때, 칭찬받았을 때, 스스로 만족할 때, 개선되었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만 불안이 조절된다.

  문제가 안 풀리고 남아있을 때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승부욕,오기,고집이 심해서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될 때 까지 하는 편이다.


불안을 해소하는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게임과 같이 한 순간 잊을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중에 더 크게 돌아오기 때문에 비추천한다.




2학년 응답자 B씨  



    불안을 자주 느끼시나요?  

  네.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그 때부터 불안의 시작이다.


  

    어떤 불안을 느끼시나요?  

  학업, 진로 (미래)에 대한 불안. 

  공부를 해도 불안하고 안 하고 놀아도 불안하다. 

  불안을 버리려고 다른 걸 하면 공부를 안 하고 시간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다시 불안하고 이게 악순환이 된다. 최근에 꿈이 생겨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1~2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공부를 거의 안해서 쌓아놓은게 없다. ‘지금 공부하는게 맞나, 차라리 다른 걸 하는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었다. 대학을 못 갈 것 같으면 해외여행을 하며 다양한 사례를 보고 벤치마킹할 것을 찾아보려는 생각도 있다. 남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막연해서 불안하다. 커서 뭐 해먹고 살지?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경험인가요?  

  뭘 해도 기쁘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또 해야할 일이 있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고 뭘 할 때도 이걸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불안을 조절할 수 있나요?  

  자전거를 타면 잠깐은 괜찮아진다.  다리가 아플 때 까지 무작정 페달을 밟으면 마음이 비워지지만 이건 임시방편이다.



불안을 해소하는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몸이나 정신이 힘든 일과 무엇이 됐든 몰입할 수 있는 일 하는 것. 내게 있어 두 조건을 다 충족하는 것은 자전거 타기다. 




2학년 응답자 C씨 


  

    불안을 자주 느끼시나요?  

  네. 불안을 느끼는 주기가 있다. 2달 정도에 한 번씩.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통 바쁘고 쌓아둔 인간관계에 지칠 때 그러는 것 같다.


  

    어떤 불안을 느끼시나요?  

  대부분 불안의 원인은 인간관계다. 남의 시선을 엄청 신경쓰는 편이라서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였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안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를 겪거나 피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경험인가요?  

  그렇게 큰 피해를 받은 경험은 없지만 불안하면 집중력이 바닥을 친다. 아무것도 못하고 과제도 당연히 못한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인간관계 때문에 쌓인 불안으로 다른 인간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화풀이 같이.





  설문조사 결과 이우고등학교 학생들은 대체로 불안을 자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안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진로나 미래, 학업, 사회적 관계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불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소하려 하지만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불안을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성격이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피해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불안을 무조건 없애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불안은 생존에 필요하고, 인간은 다양한 사건과 원인에서 불안을 찾기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안증이 있는 사람 중 10%만이 적합한 치료를 받고 대부분은 스스로 극복하려 한다고 한다. 스스로 극복하려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안증을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자신이 불안을 느낀다면, 또는 자신의 주변에서 누군가 불안으로 힘들어 한다면 꼭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믿을 만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위로와 공감, 격려를 받을 수 있다. 꼭 반응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불안을 혼자 떠안지 않고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이 불안 요소를 아예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어도 불안에 잠식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익스플레인: 뇌를 설명하다> - 불안에 대하여

『아픈 마음들의 시대』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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