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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7. 2023

숏폼을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

숏폼의 등장과 영향 / 이규진

 

숏폼(Short Form)이란 문자 그대로 평균 15~60초의 짧은 동영상을 말한다. 2016년 틱톡의 등장 이후 최근엔 인기 SNS가 모두 숏폼비디오플랫폼에 뛰어들면서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의 종류도 유머, 게임, 요리, 이슈, 댄스 등으로 다양하고, 중독성이 엄청나서 딱 1분만 보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시간이 몇십 분 씩 지나가 있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숏폼 콘텐츠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배경과 시청을 멈추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자.



 현대인들은 과거 500년 전 사람들보다 템포가 훨씬 더 빨라졌다. 왜 그럴까? 과거 조선 시대 때는 농경사회였고, 그땐 긴 시간의 단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10분 20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해시계를 쓰고 궁궐에서 종소리로 알려주던 시절이었으니까, 시간을 작게 분절해서 사용하기가 어려웠을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럼 그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뭐였을까? 

 바로 절기다. 옛날엔 농사를 지을 때 언제 씨를 뿌리고 추수는 언제 하고의 절기가 중요했던 것이다.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한 템포는 굉장히 느렸기 때문에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면 되지. 24시간이라는 개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었다.

 반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학교도 시간을 맞춰 등교해야 하고, 출근도 시간 맞춰서 가야 하고, 약속시간에 늦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서 시간의 단위가 바뀐다. 우리는 점점 짧은 시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가 처음 나왔을 당시, 사람들은 십 분 정도 길이의 동영상을 보면서 ‘와 진짜 짧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틱톡이나 쇼츠 같은 것들을 보면 1분이 되지 않는다. 시간처럼 영상의 단위도 더 짧게 쪼개진 것이다. 실제로 MZ세대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내일연구소의 ‘미디어·콘텐츠·플랫폼’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의 81.2%가 최근 6개월 간 숏폼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평일 75.8분, 주말 96.2분 동안 평균적으로 숏폼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집계됐다. 이처럼 시대의 변화와 현대인의 특성이 반영되며 숏폼이 탄생했고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숏폼의 인기 비결


첫 번째, 세로 포맷

 기존의 TV와 PC 같은 디스플레이는 영상을 담는 틀이 가로로 긴 형태였기 때문에 영상도 그에 맞춰 제작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세로 화면이 기본 형태여서 오히려 화면을 돌려야 하는 가로 영상이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또, 세로 영상은 오직 스마트폰에서만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숏폼 콘텐츠를 시작으로 세로 포맷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두 번째, 짧은 러닝타임

 숏폼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는데, 시간에 있어서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요즘 MZ세대에게 숏폼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1분만 투자하더라도 여러 개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각 영상은 불과 몇 초 안에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빠르고 강력하게 전달한다.


세 번째, 접근성

 숏폼은 다른 콘텐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세로 형태의 영상이라 한 손으로 편하게 시청할 수 있고, 짧은 영상 길이로 인해 긴 시청 시간을 요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사실상 시공간의 제약 없이 스마트폰만 있다면 여가시간이나, 대중교통을 기다리는 등 틈새시간에도 숏폼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숏폼 콘텐츠의 문제점

하지만 이런 장점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많다.

 숏폼 콘텐츠는 특성상 짧고 강렬하기 때문에 자극적이다. 이런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극에는 내성이 생겨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팝콘 브레인’을 유도할 수 있다. 팝콘 브레인이란, 강하고 즉각적인 정보에만 반응하고 현실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을 안 하는 뇌를 의미한다. 어느 순간부터 책 한 권을 읽는 게 어려워지고, 10분~1시간 내외의 영상에서도 피로감을 느끼는 등 무언가 한 가지에 길게 집중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게 되는 것은 이런 짧은 자극에 익숙해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문해력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대화나 독서할 때는 '능독적인 집중력'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정신을 쏟지만 숏폼 동영상을 볼 때는 '수동적인 집중력'이 사용된다. 뇌가 수동적 집중에 익숙해지다 보니 능동적 집중을 제때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정책연구원 배상률 연구위원은 ”1분 이내 짧은 영상은 웃음을 위주로 제작되다 보니 대개 맥락 없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맥락을 이해하는 노력 없이도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문해력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숏폼 콘텐츠는 빠른 정보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비 시간이 짧은 만큼 긴 글이나 영상에서 얻는 정보에 비해 깊이가 얕다는 단점이 있다. 또, 숏폼 콘텐츠의 특성상 옳지 않은 정보가 포함된 콘텐츠가 나오더라도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숏폼 콘텐츠. 이제 숏폼 콘텐츠는 단순 유행을 넘어서 영상 콘텐츠 소비방식 변화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숏폼에 지배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즐기려면 숏폼의 장점을 잘 활용하되, 항상 그 위험성을 명심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너무 짧은 영상들을 보는 데에만 익숙해져버리진 않았는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다른 건강한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등 스스로를 지키는 자기 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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