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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8. 2023

전 세계를 뒤흔든 우크라이나 전쟁, 그 사이 한국은?

김태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면전이 시작된 지 약 1년이 흘렀다.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는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항복이나 붕괴를 맞이할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끝까지 항전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지금도 전투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보급로가 끊기고 악천후가 지속되는 등의 변수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는 데에 실패한 이후로 북부에서 퇴각한 러시아는 동부 전선의 공세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러시아는 보급선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속도를 조절하여 소모전을 펼쳤다. 이에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비해 군수품과 무기들이 급속도로 부족해지기 시작했고,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전쟁 발발 이후 1년간 40여 개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게 군사, 재정,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많은 지원을 한 국가들은 미국과 유럽 연합의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와 같은 경제 대국들 사이에 의외다 싶은 이름이 하나 숨어있다. 

바로 ‘폴란드’다.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 총액은 약 35억 5900만 유로, 한화로는 약 4조 9천억 원으로 전 세계 5위에 달하는 규모이다. 그리고 지원 총액을 GDP에 대비해 계산한다면 과거 소련의 점령을 당했던 세 국가들의 다음으로 4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발트 3국이라 불리는 이 세 국가들은 GDP를 모두 합쳐도 한국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발트 3국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폴란드가 가장 열심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셈인데,  폴란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에는 역사에 그 답이 있다.


 폴란드는 발트 3국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국가라 할 수 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에게 침공을 받아 분할 점령되었고, 소련에게 지식인들과 장교들이 학살당했고, 독일 또한 폴란드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그 유대인 학살의 중심지로 참혹하기로 악명이 높은 아우슈비츠의 피해자가 바로 폴란드이다. 이 때문에 폴란드는 이 전쟁으로 전 인구의 20%, 총 600만 명이 사망했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러시아에게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많은 양의 무기를 지원함에 더불어 자국의 군대를 증강하기 시작했다.

 먼저 폴란드는 T-72 탱크 240대를 우크라이나에게 기증했다. 폴란드가 보유한 탱크가 총 860여 대 되었으니, 자국의 탱크 보유량의 4분의 1 이상을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고 그대로 ‘기증’ 한 것이다. 그리고 폴란드는 당시 보유한 MiG29 전투기 28대를 우크라이나에 전부 기증했다. 그리고선 우크라이나에 기증한 무기를 보충하고 군대를 더 증강시키기 위해 우선 미국에 탱크를 구입한다. M1 A1 에이브람스 탱크 250대를 구입하고 중고 탱크까지 116대를 구입하여 총 456대의 탱크를 구입한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라 할지라도 당장에 무기를 더 팔아주기에는 여유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폴란드는 다른 판매처를 찾아야 했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 무기 보유량도 부족한 마당에 무기를 팔아줄 수가 없었고, 러시아와 동맹 관계인 중국에서는 당연히 구입이 불가능하니 남은 무기 수출국으로는, 70년째 전쟁 준비 중인 국가인 대한민국이 있었다.

 

 폴란드는 한국에게서 탱크, 자주포, 전투기 등의 무기들을 약 20조 원 규모로 구입했다. 한국의 무기 수출액이 작년 대비 2.42배 상승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폴란드는 한국에게 무기를 수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방산업체와 무기를 공동생산하여, 제3국에 공동판매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게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4월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간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우크라이나 지원국에 무기를 지원하는 형식의 간접적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민간인 공격을 받을 경우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시사하는 바이기에 러시아의 강한 반발이 따랐다. 

 러시아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한국이 조건을 따른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은 비우호적이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러시아 외무부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직접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한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에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을 재고하고 철회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왜 대통령이 불필요한 발언으로 외교적 불화를 자초하는지 답답할 뿐”이라 밝혔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정반대로 “기여 환영”이다.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과 한국은 국제질서와 평화에 대한 약속을 포함하는 철통 같은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 등의 한국의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약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탄약 생산 능력도 엄청나다.” “탄약 지원이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 금지 정책과 충돌한다면 NATO 회원국 무기 재고를 채워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무기 지원에 따른 피해에 관련해서 “러시아는 이미 한국을 교전국으로 간주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터에서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여러 이해관계를 충돌시키는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 또한 이미 그 소용돌이에 집어삼켜진 셈이다. 한국은 이에 휩쓸려 부서질 수도 혹은 오히려 추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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