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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6. 2023

월경권 :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월경을 향해

장윤하

 여러분,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었습니다. 월경이란 여성에게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입에 담기 부끄러운 단어로 여겨지는데요. 월경을 부끄럽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개선하고자 만든 날이 바로 세계 월경의 날입니다. 여성의 평균 월경 기간인 5일과 평균 주기 28일이라는 의미에서 5월 28일을 세계 월경의 날로 정했다고 해요.  다소 늦었지만 월경의 날을 기념해 월경 문제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 )


무엇이 문제인가?  


1.월경대 가격과 월경 빈곤 


 우리나라 월경대 1매의 평균 가격은 331원입니다. 이는 OECD 나라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요. 미국과 일본의 평균 가격이 181원, 덴마크가 156원이라는 걸 보면 우리나라 월경대 가격이 얼마나 높은지 새삼 느껴집니다. 더불어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가격은 국외보다 평균 39.05% 더 비싼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이유로 월경 용품을 구하기 어려운 월경 빈곤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 청소년이 월경 용품 대신 깔창을 썼다는 얘기가 알려지며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알려졌는데요. 그 이후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월경 용품 지원 정책을 마련하긴 했지만, 여전히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적 영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원 정책들에는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적은 지원 대상과 낮은 효과             


 여성가족부의 여성 청소년 생리대 바우처 지원사업 조건에 해당하는 대상 수는 여성 청소년 전체의  6.1%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2018년, 정부는 여성 청소년 월경 용품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권고 수준의 정책을 발표했으나 지난해부터 이를 의무화하도록 변경했는데요. 하지만 그 대상이 차상위계층,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한부모가족 등으로 여전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원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실제 월경 용품을 지원받은 여성 청소년의 비율은 훨씬 더 낮았습니다. 2018년에는 약 70%, 2021년에는 약 90%, 그리고 지난해에는 불과 71%에 그쳤습니다.




부족한 지원 금액

             

 정부의 지원기준에 따라 대상에 해당하는 여성 청소년들은 온, 오프라인으로 신청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아 생리용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으며 올해 2023년의 지원금은 월 1만 3천 원입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충분한 가격이 아닙니다.  청소년 평균 수면시간이 약 7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계산하면  평균 월경 기간 5일 동안 사용해야 하는 월경대 개수는 최소 40개입니다. 단순히 평균 가격 331원에 최소 사용 개수 40을 곱하기만 해도 지원 금액으로부터 240원을 초과합니다. 하지만 월경대는 한 가지 종류만이 아니라 팬티 라이너부터 오버나이트까지 사용자의 월경량에 따라 사용해야 합니다. 실제로  2022년 5월 나라살림연구소가 유통업체 3곳의 월경대 판매량 상위 10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월경대 한 달 평균값이 약 1만 7,000원(개당 406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더불어 생리대는 보통 한 개씩 팔지 않고 크기에 따라 적게는 8 매부터 보통 16개 내외의 대규모로만 살 수 있다는 것과 피부가 민감한 경우 필수적인 유기농, 순면 생리대의 가격은 평균 가격의 몇 배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의 지원 금액이 청소년들의 월경에 충분한 효과를 주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 시각 장애인들의 월경대 접근성 

<출처 : 좌)  더스킨팩토리 홈페이지 우) 네이버 블로그 ‘린지’ >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이지 않나요? 바로 점자 덕분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월경대에는 점자가 새겨져있지 않습니다. 여성환경연대에 따르면, [생리대 브랜드 평판 순위]의 상위 28종을 참고해 월경대 32종을 직접 구매해 점자 표시 여부를 확인해 보았으나 32대 중 점자가 표시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점자 월경용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지난 11월 기준으로 허그몬과 더스킨팩토리, 단 2곳이기 때문입니다.  월경은 선택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여성 시각장애인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불편과 상처를 경험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월경대의 보편지원   


 어떤 영역이든 국가의 지원은 당사자들에게 낙인감이나 불편을 야기하는 방식이 아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소득을 통해 이를 가르고 분류하는 방식은 계급적 분리를 유발하여 지원 대상에게 수치심이나 낙인감을 유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월경대 지원은 선별이 아닌 보편 지원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월경대 문제는 취약계층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 87.3%는 월경대 구매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그중 98.2%가 여성청소년에게 월경 용품을 보편 지급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처럼 월경대 가격에 대한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에 월경권 보장 차원에서 보편적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무상급식과 마찬가지인 문제입니다. 모든 학생에게 안전히, 건강하게, 그리고 마음 편히 식사할 권리가 있듯이 모든 여성에게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마음 편히 월경할 권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서는 2022년 8월부터 월경용품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서 이를 무상 제공하도록 규정한 법이 발효되었습니다. 이미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하고 있었지만, 이 법을 통해 지자체와 정부 기관도 생리용품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되었죠.


 서울 강남구에서는 2020년을 시작으로 공공시설 화장실 총 98곳에 무료 월경대 자판기를 설치하고, 관내의 모든 초, 중, 고교에 보급기 244대를 설치하였습니다.


<출처: 강남구제공 >

 그리고 2023년 6월 기준으로 경기도의 31개 시, 군 중 22개 지역에서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월경대 보편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공화장실에 휴지가 있고, 학교에서 무상으로 급식을 먹는 것이 자연스럽듯 월경대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법 제정과 정부 지원을 통한 점자 월경 용품 의무화    


 2021년에 개정된 약사법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의약품과 의약외품에 점자 및 음성, 수어 영상변환 코드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법제화되었습니다. 해당 법안은 편의점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안전상비의약품은 의무 표기 대상에 규정되어 있지만 그 외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표기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즉, 월경대는 이 법안의 의무 표기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입니다. 월경권은 모두가 보장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에 월경용품 점자 표시가 시급하니, 이에 대한 법적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법적 의무화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단순히 의무화만 한다고 해서 월경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은 월경용품 중 제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월경대에도 점자표기를 하지 않는 건지 이유를 고려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점자표기를 위해 비닐 대신 종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포장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할 뿐만 아니라 관련 기계 투자 등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 마냥 법적 의무화로 기업에 요구만 한다면 점자표기를 하느라 발생한 금액을 다시 충당하기 위해 저렴하고 질이 낮은 원자재를 쓰거나  가격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로, 점자표기를 단순히 의무화만 한다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월경대 가격이 더욱 높아지고, 아직도 보장되지 않은 월경대 안전성이 보장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무화만 한다면 오히려 월경권 보장에 대한 악순환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2021년 6월 2일, 권인숙 국회의원이 약사법 원안의 의무 표기 대상에 월경대를 포함하도록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점자 등의 표시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정확히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법안은 위원회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회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는지 주목하는 시선들이 많다. 그만큼 여전히 심각한 문제들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를 다뤄야 한다. 사회 구조를 제대로 바라보는 개인이 모여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때 그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오현호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월경에 있어서만큼은 불편을 겪는 것을 넘어 많은 사람이 고통과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월경 기간이 신체적 불편과 고통의 시간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으로 우려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죠. 이 세상에 월경을 선택한 여성, 그리고 월경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는데 말입니다. 기사에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생리대 안전성, 허위 및 과대광고, 미미한 월경 교육 등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월경권에 관한 문제는 거대한 기업과 단체들의 변화를 촉구해야 하기에 사회 전반이 만들어 내는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남녀노소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사소하지만 꾸준하게 시작해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실천이 있습니다. 바로 월경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우리는 월경을 '그날’,’ 대자연, ‘매직’이라고 표현합니다. 당장 생리대 광고만 보더라도 월경을 그렇게 표현하고 묘사하니, 우리가 모두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월경은 인구의 반이나 하는 것이고, 월경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월경은 전시하거나 여기저기 떠벌리자는 것도 아닙니다. 월경을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우리가 일상에서 ‘월경을 숨겨야만 하는 대상’이 아닌 다른 생리현상들처럼 그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으로만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에 참고 및 출처 자료와 이 문제에 관해 관심 있으신  독자분들을 위한 추천자료들을 첨부해 놓겠습니다. 또한 항상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피드백, 질문을 적극적으로 받고자 글쓴이와 소통할 수 있는 구글폼 링크도 첨부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쓴이와의 소통을 할 수 있는 피드백링크]  

https://forms.gle/iMpFGVJV4UuWYHcD9 

[참고 및 출처 자료]

"생리대지원금 1만 2000원으로 생리대 못 산다. 물가상승률 반영 안 돼" - 베이비뉴스

‘가난 증명’ 해야 생리용품 지원한 탓?…10명 중 3명 사각지대 

세계 첫 ‘무상 생리대’ 스코틀랜드…두 번째가 될 나라는 어딜까 

여성청소년 10명 중 9명 “월경·월경용품 교육 필요” 

‘깔창 생리대’ 그로부터 3년...생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 - BBC News 코리아 

"생리대 너마저"… 생필품 가격 인상 도미노 - 머니S 

“생리대 구매, 부탁하기도 눈치 보여요”…시각장애인의 생리 분투기 - 국민일보



[독자를 위한 추천자료] 

아래는 본 기사의 출처가 아니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읽으시면 좋은 자료들입니다. 위에 수록된 참고 및 출처 자료들도 기사에서 언급되었으나 더욱 풍부하고 심층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니 두 종류 모두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우먼타임즈 [생리대, 이대로 둘 수 없다 ] 시리즈 :    

[생리대, 이대로 둘 수 없다] ①도대체 어떤 성분이 들어있길래?   

     국민일보 [모두가 생리대를 ‘읽을 수’ 있다면] 시리즈 :    

“생리대 구매, 부탁하기도 눈치 보여요”…시각장애인의 생리 분투기 - 국민일보   

     우리나라 월경대 가격이 비싼 이유가 궁금하다면    

OECD 국가 생리대 가격 1등이라는 우리나라, 왜 이렇게 비쌀까? [뉴스마켓] | 위키트리   

     월경대 보편지원 사업의 사례들    

스코틀랜드 생리대 '무료' .... 깔창생리대 4년 지난 우리는? 

공공화장실마다 공짜 생리대 두는 '이곳'   

     월경대의 보편지원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싶다면    

치솟는 생리대 가격에 저소득 여학생들 부담 커져… “생리대 공공필수품 지정해야”   

     시각장애인들의 월경대 접근성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생리대’가 쉽게 닿을 수 있도록 

생리대에서 점자 표기를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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