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의
힙합이라는 장르는 소위 말하는 ‘듣는 사람만 듣는 장르’이다. 장르 자체가 마이너 하다 보니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에 대한 이슈들도 힙합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이러한 이슈들을 소개하고자 이 기사를 쓰려한다.
지금까지 스윙스가 운영해 온 힙합 레이블, 저스트 뮤직 (JUST MUSIC), 인디고 뮤직 (INDIGO MUSIC), 위더플럭 (WE THE PLUG) 이 세 레이블을 합쳐 IMJMWDP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각각의 레이블이 소수의 아티스트들로 운영되었기에, 개인의 사건으로 레이블 전체의 전성기가 끊겨버리고는 했다. 예로, 레이블에서 비트를 만드는 프로듀서가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거나, 한창 인기를 끌던 래퍼가 징역을 사는 등의 일이 빈번했다. 이와 같이 개인의 사건으로 회사 전체가 영향을 받는 일은, 그다음으로 전성기를 보내던 인디고 뮤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위로 미루어 보아,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레이블은 개인의 사건으로도 상당히 휘청거린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큰 방주 안에다가 모든 회사를 넣고, 진화하려고 이 회사를 만들었어요.”
위와 같은 일들에 회의감을 느낀 스윙스는, 기존 회사들을 합치고 수십 명의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계약을 맺어 50여 명의 규모를 가진 지주 회사인, AP Alchemy를 만들었다.
이후로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모두 협력하여 AP Alchemy: Side A와 AP Al chemy: Side P 두 앨범을 발매했다. 그중 Side A 앨범의 no one like us라는 곡은 특히 주목을 받았고, 뮤비는 200만, 라이브 영상 2개가 각각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그 후에 AP Alchemy는 단독 콘서트도 계최했는데, 안타깝게도 티켓이 안 팔려서 무료 공연으로 전환했다. 스윙스는 이 콘서트 때문에 100억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간 AP Alchem가 출현했던 여러 콘서트들보다 훨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해당 콘서트의 특별 게스트로 과거 인디고 뮤직의 래퍼였던 노엘과 저스디스가 출현했다.
둘 모두 인디고 뮤직에 있던 시절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래퍼들이었기에, 이번 계기로 AP Alchemy로 입단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노엘은 현재 소속사가 없기 때문에 입단 가능성이 높지만, 저스디스는 입단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저스디스는 그루블린이라는 레이블과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끝나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기고, AP Alchemy 관련 계획을 저스디스가 스윙스에게 전해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즉, 알고도 나갔다는 건데 그러면 돌아올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수퍼비가 설립한 레이블인, 영앤리치 (young n rich)의 앨범의 발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수퍼비의 인스타 스토리에 믿을 수 없는 내용의 사진이 올라왔다. 요약하자면, 영앤리치 앨범 발매가 얼마 안 남았는데 영앤리치의 또 다른 래퍼인 언에듀가 작업을 마치지 않고 잠수를 탔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에 언에듀는 프리스타일로 녹음 중이라고 수퍼비에게 디엠을 보냈고, 이걸 또 욕하는 내용을 수퍼비가 스토리로 올렸다. 얼핏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으로 알 수 있지만, 이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즉 앨범 홍보를 위해서 수퍼비와 언에듀는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덕분에 묻힐 뻔한 영앤리치 앨범 발매가 대중들에게 꽤나 알려졌다. 하지만 앨범에 대한 평가는 취향에 따라 ‘유치하게 들리는 가사’와 ‘퀄리티 낮은 비트’로 평가가 갈리는 중이다.
키드밀리가 2년 만에 정규 4집, ‘BEIGE’를 발매했다. 뜬구름 잡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래퍼들은 수시로 잠수를 타거나 논란이 터져 커리어가 끊기는 사람들이 많다 못해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인지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논란이 생기지 않아서 정규를 4개나 발매한 키드밀리는 상당히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키드밀리가 현재 힙합팬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앨범 얘기로 돌아오자면,
이번에 발매한 BEIGE는 전곡 발매 전 공개한 트랙 2개 만으로도 힙합팬들의 기대감을 모았고, 모든 트랙이 공개된 이후에는 역시나 좋은 반응을 얻었다. 17 트랙에 48분짜리 앨범으로, 정규 앨범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길이를 가졌다. 트랙 수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들어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고, 2023년 최고의 힙합 앨범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23 최고의 힙합 앨범이라는 타이틀은 BEIGE가 가져가기 어려울 것 같다.
힙합 장르에서 돋보적 위치를 가지고 있는 래퍼 빈지노가 7월 3일, 7년 만에 정규 2집, ‘NOWITZKI’를 발매했다. 그리고 ‘NOWITZKI’의 발매 날짜인 2023년 7월 3일은, 빈지노의 첫 솔로 앨범 ‘2 4 : 2 6’의 11주년이기도 하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NOWITZKI는 예약 구매 때부터 당연 엄청난 반응을 얻었다. 위에서 소개한 키드밀리의 ‘BEIGE’보다도 더 긴, 18 트랙에 58분이라는 길이를 가지고 있다. 앨범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다. 해당 앨범에 대한 평가가 과장되었다는 의견도 있고, 선공개된 싱글이 훨씬 나았고 나머지는 건질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은 이번 앨범을 명반으로 칭하며 빈지노를 거의 신으로 추앙하는 중이다. 평가가 어찌 됐든 일주일 만에 4만 7천 장이 팔려나간 기록적인 판매량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앨범임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