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옥외광고, 그중에서도 일명 전광판은 강남이나 홍대, 뉴욕 타임스퀘어 같은 번화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옥외광고는 높은 빌딩에 있는 전광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옥외광고는 영어로 OOH (Out Of Home). 즉, 단순히 간판광고만 아니라 집 밖의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의 광고를 옥외광고라고 말할 수 있다.
옥외 광고는 현존하는 광고 매체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해진 장소, 정해진 소비자들에게만 노출되는 단점이 있어서 항상 전통적 4대 매체( 신문, 잡지, 티비, 라디오) 광고의 후순위로 밀렸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장 고전적인 마케팅인 옥외광고가 가장 트렌디한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옥외광고가 부활한 데에는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바로 규모감과 전파성이다. 모니터로 보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 볼 때의 규모감이 엄청나고, 인터넷의 발전으로 전 세계 각지로 전파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면 기발하고 재미있는 옥외 광고 마케팅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자
2020년, BBC와 넷플릭스가 함께 제작한 드라큘라 시리즈가 공개되었다. 그러나 드라큘라는 1800년 소설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영화와 TV시리즈로만 560편이 넘게 제작이 되었어서 이제는 진부한 소재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보통 마케팅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려움을 느낀 BBC 마케팅팀은 가장 고전적인 마케팅인 옥외 광고를 활용했다.
낮에는 말뚝과 피만 있는 광고판이어서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밤이 되면 조명이 켜지고 그림자가 생기게 된다. 말뚝의 그림자가 정교한 드라큘라 형상을 만든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림자를 이용한 기발한 옥외광고였다.
애플도 에어팟 프로 마케팅에 옥외광고를 활용하면서 이슈가 됐었다. 애플은 10m짜리 대형 댄서 이미지 31개를 전 세계 애플 스토어와 명소에 걸었다. 애플은 이걸 전략적으로 공개했는데, 에어팟 프로 공개 전에는 댄서만 있고 에어팟이 없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게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에어팟 프로가 공개된 다음 날, 바로 제품과 로고를 붙여서 공개했다.
에어팟을 끼고 노래를 듣는 댄서들의 동작과 표정은 보는 사람도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이렇게 애플은 입소문을 일으키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크고 아름다운 광고판으로 신제품을 효과적으로 광고했다.
2019년, 넷플릭스는 공포 영화 ‘A Classic Horror Story’를 홍보하기 위해 재미있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옥외광고는 사람들의 행동에 반응하는(interactive) 방식으로, 화면 속 괴물이 화면 밖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면서 응시하도록 설계되었다.
스크린 앞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광고가 진행되므로 단순 영상 플레이를 하는 광고보다 훨씬 더 흥미를 끌 수 있었다
2018년에 넷플릭스는 LA의 옥외광고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3500억 원을 썼었는데, 사람들은 AD FREE가 정체성인 넷플릭스가 왜 진부한 옥외광고 회사를 사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옥외광고가 어떤 매체보다 트렌디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옥외광고를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2014년, 넷플릭스는 프랑스에서 런칭했을 당시에도 넷플릭스는 옥외광고를 통한 디지털 캠페인을 펼쳤었다. 영화 속 장면들을 짧은 GIF(짤)로 만들어서 실시간으로 프랑스 상황에 맞는 영상을 틀었다.
Cosette Canada가 진행한 맥도날드 캠페인 'Follow The Arches'는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옥외광고 중 하나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고 중 하나인 맥도날드의 아치 로고 일부를 잘라서 표지판을 만든 것이다. 로고가 잘려 있었지만 딱 봐도 맥도날드인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그 의미가 즉시 전달될 수 있었다. 오히려 더 눈에 확 띄는 효과를 줬다.
실제로 이 광고판은 근처 맥도날드 매장 몇 백 미터 이내에 설치되었다. 덕분에 운전자가 광고를 보고 바로 매장에 찾아갔고, 광고가 곧바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한 광고판 덕분에 참신함을 인정받았고,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았기에 모든 장소에 모든 언어로 광고를 적용하여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세계적인 래퍼 트래비스 스캇과 함께 이동 중인 경호원이 의문의 서류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누가 봐도 엄청난 게 들어있을 것 같은 갈색 가방엔 네임펜으로 ‘Utopia’ 글씨가 쓰여 있다.
그런데 지난달, LA에서 트래비스 스캇과 관련된 옥외 광고판들이 포착되었다. 시계 모양의 그래픽과 최근 들고 다니던 <Utopia> 서류가방의 비밀번호를 맞추는 듯한 자물쇠 그래픽을 확인할 수 있다.
서류 가방의 비밀번호 가운데 세 자리는 7, 2, 1을 나타내고 있고, 시계 그래픽의 시침과 분침 역시 7시 21분을 가리키고 있다. 보통 메이저 아티스트들은 빌보드 차트 집계에 유리하려고 앨범을 금요일에 발매하는데, 마침 7월 21일이 금요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7/21일 발매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3D 옥외 광고는 전통적인 광고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평평한 2D 광고판을 뛰어넘은, 엄청난 규모감을 자랑하는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광고 형태이다. 2개의 초대형 스크린을 연결한 형태로 모서리 위치에서 바라보면 화면 속 이미지가 마치 화면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 같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게 된다.
그 외에도 3D 옥외광고는 모션그래픽과 음향 기술을 사용하여 더욱 역동적이다. 현재는 뉴욕의 타임스퀘어, 일본의 신주쿠, 우리나라 코엑스 등 다양한 도시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이제 많은 브랜드들이 옥외 광고에 눈을 돌리고 있다. SNS를 통한 공유 플랫폼들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창의적인 옥외광고는 이제 현장에서는 물론, 온라인으로 재확산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앞으로도 옥외 광고의 인기는 계속될 듯하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옥외광고라는 매체를 통해 발산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