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파이 Jul 14. 2023

상대평가는 배움의 걸림돌인가?

김서형

@pexels

 우리는 배울 때 필연적으로 자신의 결함을 마주하고 자신의 일부를 바꿈으로써 배운다. 한편 우리의 배움 곁에는 항상 평가가 있다. 한국에서 중학교는 절대평가, 즉 절대적인 기준을 토대로 자신의 배움을 검토하는 방법을 택하고, 고등학교는 전교생의 4%를 1등급으로 환산하는 내신 9등급제인 상대평가를 실시한다. 평가는 배움의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두가 공통된 기준으로 평가받을 때 배움은 구조적 한계를 지니게 된다. 

 배움이 구조적으로 해석된다면 평가의 정서적 영향도 중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청소년기는 바른 자아상을 형성하는 과정으로 성인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가의 의미를 유의미하게 해석하고 있을까? 이 글은 그 점을 헤아리기 위해 상대평가와 고등학교 학생이 경험하는 정서적 영향을 분석한 학술자료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국외 상대평가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연구를 먼저 소개하겠다.(Tatar, E., & Oktay, M., 2008) 터키의 한 대학교에서 2002년까지 절대평가를 채택하다 이후로는 상대평가로 전환하였다. 이 대학의 강사들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느낀 변화를 학술적으로 연구하여 2008년 발표하였는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다른 학우의 학업적 실패경험을 바람. ▵학생들 간 지식 공유 감소. ▵학업적 긴장감 강화. ▵우수한 성적의 학생 소외현상. 이처럼 상대평가 전환 이후 학생들 간의 관계에 있어 상대평가가 부정적 영향을 끼침을 보인다.

 국내에서도 2019년 고등학교 상대평가 제도와 관련된 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 ‘고등학생이 경험하는 내신제도와 상대평가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전희정, 손호양, 우주영, 2019)’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은 ▵중학교와 다른 체제 속에서 높은 등급으로 상향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부정적 정서를 경험한다. 학생들은 상대평가로 인하여 ▵친구는 경쟁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변질되었다 느끼고 ▵1, 2등급의 벽을 경험하며 내적 동기를 상실하기도 한다. 또 내신등급을 자신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가치를 등급으로 받아들이는 ▵‘등급의 내면화 현상’을 겪는다. 한 연구참여자는 자신을 ‘들러리 서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한편 연구 참여자 사이에서는 학업만족감이 낮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부 방법을 검토하여 ▵자신에게 더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현재 상황만을 전체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노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상대평가의 영향을 분리하여 다르게 해석될 여지를 보인다(고등학생의 사회비교와 학업지속노력과의 구조적 관계: 정서반응, 자아존중감, 학업만족 및 상대적 박탈감의 매개효과, 우주영, 2021). Festinger(1954)의 ‘사회비교이론’을 토대로 상대평가를 받아들이는 학생을 ‘능력비교’와 ‘의견비교’ 측면으로 나눈 것이다. 사회비교이론에 따르면, ‘능력비교’란 자신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더 나은 집단과 자신이 동화되길 원화며 상향비교하고, 자신보다 덜 한 집단과 하향비교하며 나아가도록 촉진하는 형태의 비교를 일컫는다. 반면 ‘의견비교’는 자신의 의견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사회적 평가를 허용하는 형태의 비교를 일컫는다. 능력비교는 ▵우울, 부러움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하여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상향비교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게 되고, 이는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학우를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 

 반면 의견비교하는 과정에서 학생은 ▵낙관, 고무와 같은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아존중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험은 감소하고 이는 ▵학업지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경우, 다른 학우를 경쟁자로 인식하기보다 ▵배움의 선험자 혹은 학습모델로 인식하고 타인의 칭찬할 만한 점에 집중하게 된다. 능력비교를 많이 하는 학생에 비해 의견비교를 많이 하는 학생은 경쟁적 구도에서도 여전히 친구는 친구일 것이다. 또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고, 친구의 학업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두 가지 요소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로 ▵자아존중감, ▵학업만족감, ▵상대적 박탈감을 꼽는다. 또한 더 나은 학업을 위하여 주관적으로 학업 성공기준을 만들고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평가기준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으며 능력비교를 지양할 것을 제안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각자가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하여 노력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삶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다.’ 상대평가는 분명 진실된 배움의 경험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으며 학생에게 쉽게 무력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연구가 ‘사회비교이론’에 기초하여 해석한 바와 같이 경쟁자인 상대에게서도 칭찬할 점을 발견하고 그를 배움의 선험자로 여길 수 있다면 우리가 느끼는 무력감의 일부를 극복하고 더 나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및 출처

• Tatar, E., & Oktay, M. (2008). Relative evaluation system as an obstacle to cooperative learning: The views of lecturers in a science education department.

• 전희정, 손호양, 우주영, 2019, 고등학생이 경험하는 내신제도와 상대평가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 우주영, 나사렛대학교, 2021, 고등학생의 사회비교와 학업지속노력과의 구조적 관계: 정서반응, 자아존중감, 학업만족 및 상대적 박탈감의 매개효

                     

매거진의 이전글 푸틴의 양날의 검:프리고진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