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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05. 2023

입법과부하의 국회

장윤하

사진출처:디지털타임스

 법의 사전적인 정의는 “국가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사회규범”으로 실제로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법률에 있는 단어 하나 차이가 어떤 주체에게, 어떤 힘과 권력을, 얼마 동안, 어떻게 주는지 정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이 왜 제대로 제정되지 않는 건지 불만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필자는 특히나 여러 사회탐구 과목에서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탐구하며 거의 매번 법률적으로 관련이 있던 경험이 많습니다. 결국 사회의 어떤 현상의 원인도 법률, 해결책도 법률과 관련이 있었죠. 그에 반해 법률이 실제로 처리되는 게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이라 느껴지고, 심지어 ‘국회의원’을 떠올리면 법을 제정하는 사람보다는 이제 정말 ‘정치질’을 하는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21대 국회의 법안발의 개수는 2만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의 법안처리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법안처리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가결률입니다. 가결률이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승인이 통과된 법안의 비율을 말합니다. 역대 국회의 가결률을 살펴보면, 제21대의 국회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2만 1763개로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956건이 원안 및 수정 가결이 되어 법안 가결률은 총 4.76%이었고, 이는 역대 최저치였습니다.



 21대 현역 의원들의 법안을 분석한 결과, 대표 법안이 한 건도 가결되지 않은 의원은 총 71명이나 있었죠. 10개의 법안 중 1개도 통과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법안 가결률은 주요국 가결률과 비교해 보아도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많게는 약 14배, 적게는 약 3배까지 차이가 나죠.


 

 게다가 원안 가결된 (처음 발의된 그대로 승인된) 법안 55건 중에도 단순 용어정리나 조문 변경 같은 경우가 13건이나 차지했습니다. 김병주 국회의원이 발의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일본식 용어인 ‘감안’을 ‘고려’로 바꾸는 용어 정리 법안인데도 698일 만에 가결되기도 하였습니다.


 21대 현역 의원들의 법안을 분석한 결과, 대표 법안이 한 건도 가결되지 않은 의원은 총 71명이나 되었죠.

이렇게 가결률이 계속 낮아지는 것은 법안의 개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발의된 법안의 개수를 살펴보면, 매년 그 수치가 대폭 늘고 있습니다. 아직 제21대 국회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지난 20대에 비해서는 약 2배, 5회기 전이었던 제16대 국회보다는 약 9배로 늘었습니다.

출처: 필자 장윤하 직접 제작

 

위의 자료를 통해 5회기 만에 발의된 법안의 개수가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 전혀 보편적이지 않고 확실히 주목할 만한 사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는 것은 대중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사회적 현안에 대한 대안들이 꾸준히 나온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법안 심사의 부담을 가중하고 입법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5회기 만에 이렇게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보면 후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발의 건수가 증가해 버린 걸까?


국회의원 수나 인구의 수가 특별히 증가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정치라는 영역은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모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정치문화 때문입니다. 점점 극단적인 팬덤 정치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소수의 정치참여자는 그들이 지지하는 당만 옳다고 생각하고 옹호해 주고 중도에 있는 사람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며 정치에 피로감을 느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있죠.


 이러한 팬덤 정치는 정당들의 관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을 제외한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국회의 의석수는 고작 약 6.1%로 거대양당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가고 있죠. 특히나 이번 정권은 엄청난 여소야대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 힘의 의석 자치율이 절반을 넘지 않는 37.5%로 야당의 의석 차지 비율이 이미 62.5%라 여소야대의 상태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절반을 넘는 56.3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소야대 : 여당(대통령이 선출된 당 = 현재는 국민의힘)에 속한 국회의원의 수가 야당(여당이 아닌 모든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 수보다 적은 상태   


 이에 따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생활 질을 높이기보다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 수단으로써 입법 권한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반수가 넘는 56.38%의 비율이라면,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법률을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양물관리법이나 간호법처럼 통과되어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인원 밀어붙이기를 통해 통과되었기 때문에 정부에 의해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요.


 정당 간의 정치문화가 이러한 입법과부하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각 정당 내에도 입법 과부하의 원인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남발하듯이 발의하는 데에는 각 정당 내의 국회의원 평가 지표의 영향도 있습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평가 지표 파일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최신의 국회의원 평가 지표를 살펴보면, 입법 수행 실적으로 대표 발의 실적, 입법 완료 (법안 통과) 실적, 당론 법안 실적 등이 의원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역구의원에게는 1,000점 중 400점으로 40%, 비례대표의원에는 650점 중 400점으로 62%입니다. 그중 대표 발의 실적에서 제외되는 건 단순 자구 수정 정도입니다. 쪼개기로 하든, 복붙을 하든 다른 법안의 문자와 어구를 고치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의원평가는 다음 총선의 공천 심사 때 활용됩니다. 이러한 평가 방법이 일부 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꽤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국회에 있는 입법과부하 현황과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독자께서 생각보다도 우리 국회의 입법과부하 상황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발의되는 법안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입법과부하상황은 단순히 ‘법이 많이 발의된다’를 넘어 본디 목적을 잃고 정치싸움과 정치질의 수단으로 소모되거나, 정말 필요한 법안들의 처리 속도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러한 입법과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래의 피드백 링크에 소감이나 제안을 편히 적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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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및 추천 기사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2008071525561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724004004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3061502100332057001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3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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