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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05. 2023

네덜란드와 에티오피아는 왜 해외입양을 중단했을까?

해외입양 3/황이안

 21세기 들어 해외 입양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아도 작년인 2022년, 142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었다. 해외 입양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지만 해외 입양은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여러 가지 이점을 갖고 있기에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점을 인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해외 입양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중단한 두 국가가 있다. 바로 네덜란드와 에티오피아다. 두 국가 모두 최근 들어 해외 입양 중단을 선언했지만 그 입장을 살펴보면 다름을 알 수 있다. 해외입양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뒷받침하듯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국가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으로 해외 입양을 보내고 금전적인 수익을 얻는 입장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국가들은 타국의 어린아이들을 입양하고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역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국가들로부터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을 입양해 왔다. 

네덜란드 마이 루트 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1981년부터 스리랑카에서 2972명, 콜롬비아에서 2132명, 인도에서 1517명, 인도네시아에서 1252명, 한국에서 1323명의 아이들을 입양해왔다고 한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총 4만 명의 아이들을 입양한 것이며 2019년에도 145명의 아이들을 입양했다는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네덜란드의 정부가 돌연 2021년 2월 8일 해외 입양을 중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 해외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와 해외 입양아들에 대한 학대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입양 조사위원회는 1967~1998년 사이 방글라데시,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총 5개국에서 자국으로 이루어진 해외 입양에 대해 조사하였다. 그들은 친부모를 찾을 수 없도록 서류를 조작하고, 친부모에게 돈을 지급한 후 강압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뺏어 해외로 입양 보낸 상당수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입양 조사위원회는 네덜란드 정부 관계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묵인하거나 심지어는 불법 행위에 가담하기도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산더르 더커르 네덜란드 민권 담당 장관은 네덜란드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대를 막기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입양인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사과하였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에서 언급했던 이유들로 네덜란드의 해외 입양인들은 친부모를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덜란드의 해외 입양인 중 다수는 인도네시아 출신인데,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로 입양될 당시 서류가 심각하게 조작되어 서류에 기재된 친부모를 찾아도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보면 막상 친자관계가 아닌 경우도 존재하였다. 어떤 이들은 수십 년을 친부모를 찾는 데 사용하였으나 여전히 찾지 못하고 진전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네덜란드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기구를 설치하여 해외 입양인들이 출신국의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입양을 중단한 또 다른 국가는 에티오피아이다. 에티오피아는 미국에 해외 입양을 가장 많이 보낸 국가로 미국 시민권자의 해외 입양처 중  20%가량을 차지하며 1999년 이래 미국에 입양된 에티오피아 아이들은 1만 5천 명이 넘는다. 2016년에는 중국, 콩고, 우크라이나, 한국에 이어 8번째로 많은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냈다. 


 거대 규모의 해외 입양 사업이 계속되던 에티오피아는 네덜란드보다 2년 이른 2018년 1월 해외입양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계기는 미국에서 벌어진 에티오피아 출신 해외 입양아의 사망 사건이었다. 미국 워싱턴주에 거주하던 한 미국인 커플이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한 딸아이를 굶기고 내쫓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었다.  해당 커플은 사건 3년 전에도 에티오피아 출신의 소년을 입양하여 학대한 정황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큰 충격에 빠진 에티오피아에서는 해외 입양 제도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해외 입양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된 것이다. 사실 에티오피아의 해외 입양 시스템은 인신매매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지적을 받아왔다. 해외 입양을 진행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해외 입양 과정을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인식하는 사업자들로부터 아이들이 학대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인권단체는 보호받기 어려운 여건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자국의 지역에서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보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인권단체는 주장했다. 물론 에티오피아의 사회 안전망이 요보호 아동을 보호하기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에티오피아는 경제 성장이 굉장히 빠른 국가로 손꼽히지만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는 수많은 국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에티오피아가 해외 입양을 중단함으로써 국가와 자국의 아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인지 혹은 자국의 사회 안전망을 보장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해외 입양에 대한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며, 해외 입양인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입양 중단을 주장하는 가운데 네덜란드와 에티오피아처럼 해외 입양 중단을 실행하는 국가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해외 입양인들이 그들의 삶에서 겪는 고충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해외 입양은 과거 제국주의의 흔적이자 자국 내의 안전한 사회망 조성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해외 입양을 단순히 입양 제도의 한 종류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 이 제도가 어떻게 우리에게 왔으며,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더 깊이 있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합계 출산율 0.78%의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불안정한 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2022년 해외 입양을 보낸 아이들은 약 142명으로 출산율을 고려했을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우리는 왜 여전히 해외 입양을 선택하는가?


 우리가 네덜란드와 에티오피아의 결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해외 입양이라는 방법을 택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 사회가 충분히 안전하지 않아서는 아니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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