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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04. 2023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양지원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했다. 세계적인 미술관, 관광지인만큼 다양한 인종과 유형의 사람들이 모였다. 작품을 관람하던 중 한 지적장애인이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일으켰는데, 나는 반사적으로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다른 관광객들은 어떠한 시선도 주지 않았다. 이는 나에게 장애인과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시선을 보낸 내가 부끄럽기도 했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을 배제하고, 격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노르웨이의 통합 사회 사례를 보며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여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1960년의 1인당 gdp는 158.3달러 정도였고, 2022년에는 32,254.6달러 정도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경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경제/복지/문화/교육 등에서 큰 변화들을 이끌어냈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를 겪으며 복지의 질을 높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약자를 향한 차별이 담긴 시선과 제도들이 남아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수학교 설립을 공공연하게 반대하는 님비현상이 있다. 님비현상은 위험시설, 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말한다. 공공의 이익은 좋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허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수학교를 혐오시설과 같이 받아들인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나타내준다.


 장애인 시설의 종류는 거주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의료재활시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이 있으며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운영된다. 그러나 이는 선별적 복지로, 복지의 목표를 최소생활의 보장으로만 삼는 과거 잔여주의 사상이 남아있는 시스템이다. 아직도 100인 이상 대규모 장애인 시설이 상당히 많고, 이런 장애인 시설에서의 인권 침해, 학대 사례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작년 3월 31일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100인 이상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 2428명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입소정원 대비 48.8%에 달해 2명 중 1명이 확진된 셈이다. 장혜영 의원은 “지역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된 채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거주시설이 장애를 가진 시민에게 결코 ‘더 나은 보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제는 보편적 복지 관점에서 탈시설을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이런 잔여주의 복지 관점에 따른 복지 시스템도 국가의 보조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현재 사회의 한계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노르웨이의 모습을 보며 통합사회의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다. 1950년대에는 노르웨이도 다른 나라들처럼 대규모 시설이 발달장애인 주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장애인을 단계별로 나누어 시설을 관리했고, 요양과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구분된 사람들은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배제, 통제, 관리 개념의 시설 형태였다. 1960년대에는 사람을 위 같은 기준으로 나눌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녀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장애인 부모 운동이 일기도 했다. 그 결과 1970년대에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특수교육법이 폐기되고 일반교육법 아래 특별요구조항을 신설했다. 모든 특수학교가 폐교되었고, 일반 학교에서 장애인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통합교육이 실시되었다. 1970년대 말에는 시설에 16세 이하 아이들이 전혀 남지 않게 되었고, 시설에서의 학대 사례들이 보고되며 정부가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시설 문제의 대안으로 시설의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시설보호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1988년, 노르웨이 개혁법에서 발달장애인 시설 보호는 1991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종료되며, 모든 사람이 1995년까지 자신의 아파트에 거주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에 더불어 노르웨이는 시설을 없애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법을 제정하며 노력하고 있다. 장애 급여를 지급하고, 활동보조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1990년대에 노르웨이는 발달장애인 시설, 특수학교를 모두 폐쇄하고 통합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노르웨이는 통합 사회를 향해 현재 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서는 특수학교와 장애인 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고, 여건상 장애 부모들은 특수학교의 설립을 원한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특별요구교육 석사과정에 있는 윤상원 씨(시각장애 6급)는 “노르웨이에서는 장애인 부모들이 특수학교 폐쇄를 요구했지만, 한국에서는 여건상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는데 장애를 특수하게 분리하는 제도는 언젠가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인간을 장애와 비장애로 나누는 순간 인간은 없고 장애만 남기 마련”이라면서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누면 나와 너의 관계가 아니라 나와 장애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며, 결국 다르게 대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이유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복지를 확대하고 시설, 특수학교의 구조를 변화시킨다고 해서 장애인이 사회에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하지만, 더 먼저 변화되어야 할 것은 사회의 가치와 사람들의 의식이다. 인간을 상승의 도구로써 보는 것을 넘어 사회의 가치가 포용,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을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두지 않고, 연대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통합교육이 진행되면, 교실에서 중증 장애인이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닐 수도 있다. 이들과 함께 교육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에서 개개인이 인간답게, 연대하며 살아가려면 지금의 인식과는 다른 가치들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미술관에서,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애인을 보더라도 이를 포용하며 자연스럽게 일상을 이어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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