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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04. 2023

한자-동아시아의 공통된 유산

송영조

 한자는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된 국제적 문자이다. 그런 만큼 다양하고 때로는 기발하며, 심지어는 기묘한 한자사용의 예를 여럿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기사를 통해 이렇게 무궁무진한 한자의 세계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한국

 먼저 우리와 가장 가까운,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민족과 한반도의 국가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자를 사용해 언어생활을 해왔고, 그에 따라 필요에 따라 한자를 변형하고, 새로운 글자를 조자 했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향찰・이두・구결과 같은 방법을 통해 우리말을 적었다. 이 세 가지 문자체계 중에서 전용 문자가 고안된 체계는 이두와 구결 두 가지이다.


-이두(吏讀) 

 이두는 삼국시대부터 사용한 국어차자표기 체계이며, 한자의 훈음을 활용해 우리말을 표현한다. 이두는 기본적으로는 이미 존재하는 한자를 사용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이두식 한자’, 혹은 ‘이두자’를 만들어 음을 받아 적었다. 이러한 이두자는 한자의 창안 이후에 만들어진 글자가 대다수인데, 보통 기존 한자의 위아래에 가획을 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내었다. 


1.‘乙(새 을)’자를 더해 ‘ㄹ’받침을 만든다 

→乭돌(돌 석+ㄹ) 이 그 예이다. 


2.‘ㄱ’자를 더해 ‘ㄱ’받침을 만든다

→巪걱(클 거+ㄱ) 이 그 예이다. 


3.’巴(꼬리 파)’자를 더해 ‘ㅂ’ 받침을 만든다

→䯩곱(높을 고+ㅂ) 이 그 예이다.


4.’叱(꾸짖을 질)’을 더해 ‘ㅅ’받침을 만들거나 첫음절은 된소리로 만든다

→㖯똥(같을 동+된소리), 㖝끗(끝 말+ㅅ)이 그 예이다.


5.’ㅇ’을 더해 ‘ㅇ’받침을 만든다 

→㫈엉 (어조사 어+ㅇ)이 그 예이다.


6.’ㄴ’을 더해 ‘ㄴ’받침을 만든다

→䜳둔(콩 두+ㄴ)

이런 식으로, 한국의 국자는 대부분 한글의 영향을 받은 ‘음역자’가 대부분이다. 


-구결(口訣)

 구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구결이란 한문 문장에 토(‘~하니,~구나’와 같이 한문 문장 뒤에 붙는 어미)를 의미하는데, 한글 창제 이전에는 이러한 구결을 한자를 간략화해 만든 ‘구결문자’로 표기했다 

여담으로 이러한 구결 문자가 일본의 가나문자에 영향을 미쳤다는 가설이 존재한다. 


-이외

 이외로 한국에서 만든 국자는 畓(논 답. ‘물 수’와 ‘밭 전’이 합쳐짐), 垈(집터 대. ‘대신할 대’와 ‘흙 토’가 합쳐짐.), 夻(대구 화.’ 클 대’와 ‘입 구’가 합쳐짐) 등이 있지만, 일상에서 쓰이는 국자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본

 다음으로는 일본을 보자.


-가나문자

 일본에서는 대표적으로 한자 변형 문자인 가나 문자가 있다. 바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이다. 히라가는 한자 흘림체인 초서(草書)를 더욱 간략화해 만든 문자, 가타카나는 한자의 일부 형태만을 취해 간략화한 문자이다. 두 문자 모두 한 글자 당 한 음절을 표기하는 음절문자이다. 


위 구결자 대목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구결과 상당히 비슷한 원리의 문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국자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국자가 꽤나 자주 쓰인다. 대표적인 예로는 

-働: ‘움직일 동’과 ‘사람 인’을 합친 글자. 일본에서는 노동(勞動), 가동(稼動)과 같이 ‘일하는’ 단어에 대신 이 글자를 쓴다.

-畑: 일본어로 밭을 의미하는 글자. ‘불 화’와 ‘밭 전’이 합쳐졌다. 한국에서는 논을 물+밭(위 ‘논 답’ 참조)이라고 쓰는 것과 반대로 일본에서는 ‘밭 전’이 논을 의미해 대신 밭을 의미하는 글자를 만들기 위해 ‘불’과 ‘논’을 합친다. 

과 같은 글자가 있다. 


-수출된 일본국자

 일본 국자 중에는 특이하게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과 중국으로 수출된 글자가 있는데, 바로 腺(샘 선)이 그 예이다. 편도선, 전립선 등 의학용어에 쓰이는 글자이다. 




베트남

현대 베트남은 개조된 라틴 문자를 사용하지만, 월남도 수천 년 동안 한자와 한문을 사용해 온 국가이며, 독자적인 문자체계를 소유하고 있었다. 바로 쯔놈(�喃/Chữ Nôm)이다. 


-쯔놈

 베트남어는 특히 한자를 수용하기 좋은 성질을 가진 언어다. 단어가 대부분 단음절이고, 변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성질 덕에 베트남은 한국과 일본의 구결이나 가나문자와는 결이 다른 문자를 통해 국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쯔놈의 원리는 간단하다. 원하는 단어의 뜻을 가지는 한자와 그 단어의 음을 가지는 한자를 결합해 만드는 것이다.  

 쯔놈과 한자를 혼용해 쓰여진 시이다. 百(백 백)과 林(수풀 림)이 합쳐져 ‘백’을 뜻하는 베트남어 단어, 南(남녘 남)과 年(해 년)이 합쳐져 ‘년’을 뜻하는 단어가 보인다. 


 세계인권선언의 제1조를 한자 문화권의 여러 언어로 적은 사진이다. 좌측부터 번체 보통화, 간체 보통화, 일본어, 한국어, 베트남어 순이다. 언어 간 통용되는 어휘는 색칠되어 있다. 한국, 일본과 대조되는 베트남 쯔놈의 형태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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