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너의 생일은
2019년 4월 3일, 영화 ‘생일’이 개봉했다. 배우 설경구, 전도연 주연의 영화로서 세월호 참사를 담아 개봉 전부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영화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전날인 지난 4월 15일 Jtbc 뉴스룸에서 배우 전도연이 ‘생일’에 관한 이야기들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첫 번째 질문은 다름 아닌 고사의 이유. 전도연은 ‘생일’의 출연을 두 번이나 고사했다고 이야기하며 잇따라 그 이유를 밝혔다. 너무나도 큰 슬픔을 대면할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동시에 표면적으로는 거절을 했지만 대본을 읽고 서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놓지 못한 게 출연을 다짐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이후, 8개월 정도의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매 장면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며 “섭섭하기도 했고, 후련하기도 했고 또 잠시 잊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 생일이라는 작품이 그 예전의 상처를 들춰내서 다시 아프자고 만드는 이야기였으면 사실 저도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생일이라는 작품은 그 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관객이 영화를 보기를 고민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전도연이 한 이야기다. 사실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 개봉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세월호를 건드리는 건 아닌 거 같다‘부터 ’영화로 만들어지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은 거 같다.‘ 등등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수많은 시선들 가운데 개봉하였고, 영화 속 연출은 사뭇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영화는 잔잔하게 시작되어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며 끝난다. 중간에 어떠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이 처음과 중간과 끝, 그리고 그 사이의 수많은 장면들은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담담한 눈물과 섬세한 시선, 깊이 있는 울음과 분노로 연출된 장면은 억지로 관객에게 인위적인 감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영화 포스터에 쓰여져있는 그대로, 세월호 참사 이 후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꺼내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4월 7일 오후 3시 15분 기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로 17.9%의 예매점유율을 기록하며 실시간 예매 1위로 올라섰다. 또한 실관람객 지표라 할 수 있다는 멀티 플렉스 CGV 골든 에그지수 96%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관람객 평점 9.12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영화가 담은 메시지는 진정성과 함께 수많은 관객을 울렸다. 감독과 배우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했고, 이것이 공감을 불렀으며, 연대를 만들어냈다. 5년이 넘도록 수많이 외쳐왔던 ‘세월호’지만 영화 속에서 또 다른 모습, 남겨진 이들의 가슴을 그려냄으로써 진정성을 더욱 얻을 수 있었던 ‘생일’이었다.
@정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