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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Dec 30. 2023

홈베가 폐지되어도 할 말 없다
;커먼즈로서의 홈

임금비

 최근 홈베이스 사용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되고 있다. 쓰레기부터 소음, 개인화, 정리정돈 문제 등이 그러하다. 이 기사에서는 커먼즈로서의 홈베이스를 살피고, 나아가 우리가 어떠한 태도로 홈베이스를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커먼즈(Commons)’란 자원 이용의 공동체가 그 공동체의 규칙과 규범에 따라 운영하는 공유된 자원을 일컫는 단어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으로 번역된다. 이는 사적 소유를 넘어 공간과 지식, 자원 등을 공유하는 문화가 우리 현실에 구현된 것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커먼즈는 항상 우리 곁에 다양한 형태로서 존재해 왔다. 가장 오랫동안 누려온 것은 ‘자연자원 커먼즈'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로서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해 오기에 ‘전통적 커먼즈'라고도 불린다. 누구에게나 숨을 쉴 때 필요한 공기,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을 공급하는 냇가, 강, 비,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 모든 자연환경이 자연자원 커먼즈 속한다. 근대에 오며 다양한 자연자원 커먼즈가 사적 소유의 범위에 들어가기도 하였으나, 기본적으로 그들은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커먼즈의 본질을 담고 있다. 


 현대에 와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공원, 도로, 인도 등과 같은 도시 커먼즈(또는 근린 커먼즈)이다. 공공으로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며, 그 안의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커먼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비단 눈에 보이는 것, 물질적인 것뿐만이 커먼즈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작가, 정책 전략가, 국제 운동가, 블로거로서 공유를 탐구해 온 데이비드 볼리어(David Bollier)의 책 <공유인으로서 사고하라>에서는 커먼즈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공동의 가치와 정체성을 보존하는 자원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  

    공동체가 시장이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거나 최소로 의존하며 관리하는 자기 조직적 시스템  

    우리가 물려받거나 함께 생산하여 더 발전시키거나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자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부

    자연의 선물, 시민 인프라, 문화 작품, 전통, 지식  

 즉, 우리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하며 지녀온 다양한 사상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사회관계, 인류가 문명사회를 경험하며 발견하고 발전시킨 수많은 지식들, 어떠한 집단 사이의 문화 모두가 커먼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이야기한 자연자원과 도시 및 근린 커먼즈를 관리하는 공동의 규칙 또한 커먼즈에 속한다. 


 이러한 커먼즈를 사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거리, 공원, 공유 주방 등의 공간적 커먼즈를 사용할 경우 경우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정리정돈을 잘하는 것, 너무 시끄럽게 하지 않는 것 등의 규칙을 지킬 필요가 있고, 디자인, 글, 그림과 같은 지식 및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사용하는 경우 그 출처 등을 명확히 표기하여 저작권을 지킬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종류의 커먼즈에 대하여 사용하는 이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지니며 커먼즈를 아끼고 살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에 대한 이해와 인식 없이 커먼즈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우학교 내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홈베이스이다. 


 홈베이스의 경우 특정 학년에 속한다면 각 학년의 홈베이스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 홈베이스 안에 사적이고 개인적이라고 명시된 공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점, 홈베이스를 관리하는 공동의 규칙이 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커먼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에 비해 ‘공공재로서 함께 관리하고 가꿔야 한다'는 인식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러한 부분이 문제로 인식되어 과거 교사회가 직접 관리에 나선 적이 있다. 이후 일시적으로 홈베이스 사용 태도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나, 다시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 계속해서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교사회에서 관리를 들어가도, 담당 청소 학생들이 공지글을 올려도 홈베이스 사용 태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나, 가장 큰 이유는 커먼즈에 대한 소비자적 태도이다. 커먼즈를 이용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태도인데, 이는 도시 커먼즈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련하여 2017년도에 건축신문에 올라온 기사 <공유재로서의 도시>에서는 이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도시 커먼즈로는 공원, 도로, 기반 시설이 있는데, 우리는 이 시설들을 이용하면서도 그곳이 어떻게 관리되고 운영되는지는 잘 모른다. 공동체성을 느낄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커먼즈의 목적을 생각해서 공평한 접근과 이용,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커먼즈는 도시에서 시민으로서의 권리, 참여를 이야기할 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일상에서 커먼즈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참여의 동력이 사라지고,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가 애매해진다.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커먼즈가 무엇인지 시민이 알고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홈베이스는 이우학교 학생들의 커먼즈이기에 관리와 사용, 규칙 제정 참여 등에 대한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이들의 주인의식과 공동의 사용 공간이라는 커먼즈로서의 의식이 없기에 홈베이스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 아니라, ‘몇몇의 관리자가 운영 및 관리하고 우리는 사용하는 공간'으로 그 의의가 변화하고 있다. 과장된 예상일 수 있으나, 현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추후에는 ‘관리자'와 ‘사용자' 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홈베이스가 ‘관리자'에게는 귀찮은 공간으로, ‘사용자'는 공간에 대한 권리와 참여를 쉽사리 말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홈베이스라는 커먼즈의 공공의식을 강화시키고,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서 다시 변화시키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는 홈베이스를 ‘사용'만 하는 소비자적인 태도를 버리고 공공의 공간을 가꾸어나가는 공공의식 형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사용한 자리, 물건 등을 깨끗이 정리하고, 함부로 쓰레기를 투척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이 어지럽힌 자리를 그냥 지나치기보다는 한번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동체적 차원에서는 홈베이스를 이용하는 공동체의 태도가 문제임을 인식하고, 공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공간으로 꾸릴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허울만 존재하는 규칙만을 계속해서 제정하는 행위에서 나아가, 실질적으로 이 공간이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 의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새로운 ‘문화 커먼즈'를 형성시킬 필요가 있다. 


 홈베이스는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커먼즈이다. 더 이상 관리자가 관리하고, 사용자가 사용하는 소비자적 태도를 넘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꾸려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커먼즈의 주인으로서 그 권리와 참여를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게끔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며 행동해야 한다. 





출처

공유지와 커먼즈 운동 ② 커먼즈와 커먼즈 운동 > 서울시공익활동 아카이브 관리 

커먼즈 운동이란 무엇인가? 

'공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커먼즈'를 통한 공유경제 도시 만들어가야 - 라이프인 

공유재로서의 도시 - 건축신문 

[전환의 시대, 사회적 경제] 커먼즈(commons)의 확대 & 지속가능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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