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미
진로. 나아갈 진(進)에 길 로(路). 앞으로 나아갈 길 혹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이라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의 나이에서 진로를 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본인의 길이 확고한 이우고등학교 학생 7명을 찾아가 봤다. 이 기사에서는 20기 이석현, 구나영, 21기 김규민의 얘기를 담는다. (기사는 총 2편이며, 여기에 담지 못한 내용은 다음 기사로 쓰일 예정이다.)
본인의 진로와, 그 진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석현) 뮤지션. 간략한 설명을 하자면, 곡을 쓰고,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고..
(규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전 예술 분야를 하고 싶습니다. 정확히 음악과… 연극과… 영화… (그냥 연기라고 해도 돼?) 아 근데 그렇게 한정 짓는 게 저한테는 좀 힘듭니다. (간단히 설명해 줘)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어떤 통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예술 분야를 선택했고요. 저는 창의적인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영) 음향 엔지니어. 가수들 레코딩 비하인드에서 녹음받는 사람 있잖아요. 아니면 뮤지컬 뒤에서 음향 하는 사람으로 설명하면 쉬울 것 같아요.
그 진로의 어떤 점이 좋고, 왜 하고 싶나요?
(석현) 기타를 치는 게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걸 하고 싶었던 건 (중략…) 창작을 한다는 게 나를 표현하는 거잖아? 창작을 시작한 뒤로 나를 잘 바라보고,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이나 만났던 것들이나 지금 주변에 있는 것들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이 달라지게 되었어. 주변 환경과 사람으로부터 오는 자극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음악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세상이 좀 더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 아직 완벽한 창작자는 아니라 뭐라고 설명하기 애매한데 창작하는 일이 좋아.
(규민) 아까도 얘기했듯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그럴 만한 행위 자체가 필요했습니다. (왜?) 그냥 나는 나를 좀 보여주고 싶다? (와… 관심을…) 음 그렇지. 관심을 받고 싶다?
(나영)(생략…) 동아리에서 음악 작곡가가 되기를 꿈꾸는 선배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 같이 협업을 하자 뭐 하자 하면서 친해지면서 선배 인턴십 도와서 했는데, 그때 작업을 밤에 막 하는데 이게 진짜 미치게 재밌다 이런 생각이 확 드는 거예요. 그때 오히려 확신을 가진 거죠. 꿈은 옛날에 생각해 놓고 확신을 그때 가져서 그게 고착화되고, 그러면서 그냥 계속 이어왔던 것 같아요. (그럼 지금 진로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있으세요?) 그래도 90% 이상은 확신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했거든요. 진짜 돈을 못 벌 수도 있고 내가 진짜 힘들게 살아야 될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을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게 너무 좋으니까 해야 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이제 저도 그냥 작업하면서 약간 웃고 있는 제 모습이 약간 자각이 되는 순간이 있어서 이런 걸 느꼈어요. 근데 엄마도 이제 집에서 저를 보면 음향 할 때가 진짜 제일 빛나 보인다. 음향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제일 빛나 보인다. 눈빛이 살아 보인다 이런 얘기를 해 주셔서 그래 남이 보기에도 그렇구나 하면서 이제 더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최종 목표가 있나요?
(석현) 선배 보고 기타 시작한 후배들이나 이런 친구들 있잖아. 나도 선배 보고 기타 시작했는데, 요새 나한테 기타 물어보는 후배나 공연 자주 보러 와주는 후배들이 좀 생겼어. 가끔 멋있다고도 해주더라고?! 근데 나는 그런 성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 됐어. 나도 내가 우상으로 생각했던 음악가들의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시작하고 있는데, 나는 내가 내 영향을 받아서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내 음악에 , 내 능력에, 내 창작에 확신이 생겨서 그런 사람들한테 확신 있게 조언을 주고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게 내 최종목표야. 아직은 그만큼의 확신이 없어. (왜 그런 것 같아?) 나는 지금 내 기타부터 노래까지 다 맘에 안 들거든. 아직은. 최선을 다할 뿐이지만… 그래서.
(규민) 나의 인생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 그걸로 인해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이거 너무 석현이형이랑 똑같은데? 아무튼 그렇습니다.
(나영) 저는 야망 있게 얘기하면 이왕 하는 거 탑을 찍어보고 싶다 좀 이런 생각은 있어요. 그게 이제 어렸을 때보다는 많이 얕아진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범위까지 올라가 봐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긴 해요.
본인의 성격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 같나요?
(석현) (뭐 똑같은 음식을 질리지 않고 며칠씩 먹을 수 있다던가…) 어 나 진짜 그래! 카레랑 피자랑 라면으로만 진짜 한 3년 버틸 수 있어… 아무튼 난 뭘 해도 쉽게 질리진 않아.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하고 싶은 건 꼭 하되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돼라. 너만 알고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 되지 말고’라는 말을 자주 했단 말야? 이런 것들이 게 내 성격이 된 것 같아. 성격 탓에 안 질리고 쭉 하고 있는 것 같네. 근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나를.
(규민) 난 어릴 때부터 어른들 앞에서 재롱잔치 하는 게 내 유일한 낙이었어. 그걸 하면 돈을 받으니까! 아니 근데, 처음에는 이게 끼 부리고 이런 게 재밌다 이렇게 느낀 게 아닌데 돈을 받다 보니까 어쒸.. 좀 되네? 이 생각이 들지. 사촌형이랑 사촌동생은 다 뻘쭘 거리면서 못하는데 난 혼자 저기 가서 트로트에다가 몸을 맡기고 있어. 그래서 그냥 떡잎부터 그런 애였다!
(나영) 되게 활발하고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일단 해보자 이게 되게 마인드가 빨리빨리 됐었어요. 그래서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얻겠지 하는 마음에 진짜 요리사 되고 싶어 그럼 요리 체험 교실 다니고 뭐 되고 싶어 뭐 해보고 이런 것들을 하다 보니까 약간 제 성향에 대해서 좀 알게 된 느낌. 약간 나는 손재주가 좀 없구나! 나는 뭐 이런 걸 좀 잘하는구나! 가만히 진득하게 뭐 어떻게 하는구나! 약간 이런 것들을 좀 느끼면서 진로를 더 이제 없애 나갈 수 있었던 것 같고 좀 성격은 전 하나만 파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중략…) 약간 오히려 뭔가 그 직업이 진심으로 좀 다가와지고 저도 이거에 내가 인생을 걸지도 약간 이런 생각이 드니까 좀 더 파보게 됐던 것 같아요. (중략…) 그다음에 제가 생각하기에는 자기가 어떤 걸 원한다고 해서 한 우물만 계속 파는 거가 필요는 한데 거기에만 너무 몰입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것들을 많이 알아야 해요. 생각보다 머릿속에서 응용이 될 수 있는 게 많아요. 그래서 일단 여러 가지를 알고 뭔가 그렇게 쌓으려는 노력이 필요는 한 것 같고 그게 사회에서, 그 직업군에서 누군가랑 대화를 할 때도 되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진짜 못 해 먹겠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석현) 웬만해서는 포기 안 할 텐데 근데 진짜 답이 없다 싶으면은.. 음… 아니 생각 안 할래! 대안을 생각하는 순간 피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
(규민) 그러면 또 좋아하는 걸 찾아야지. 아 그니까 나는 내 진로에 확신이 있는 게 아니라 나한테 확신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걸 만약에 포기를 해. 그럼 다른 좋아하는 걸 그대로 찾아서 그걸 직업으로 삼을 자신이 있는 거야.
(나영) 저는 사실 지금은 그러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말을 할 건데 미래에 생계가 제 손에 달려 있음에도 제가 그 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그 얘기 되게 좋아하거든요. 지금 일을 하면서 그 일을 시작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일단 돈은 벌기는 해놓고 그거를 조금씩 도전하면서 거기서도 제가 이제 어느 정도 뭔가를 하게 되는 순간이 왔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과의 그런 것들, 수입이나 여러 가지 저의 행복도나 이런 것들을 비교해 봤을 때 새로운 진로로 틀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기면 트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좀 했어요. 저랑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하고 있는 게 있었으면 이제 발을 걸쳐두고 다른 데를 갔다가 약간 그런 것도 좋지 않을까.. 김이나 작사가님이 그런 식으로 작사가가 되셨거든요. 원래 회사를 다니시면서 작사를 시작하셨는데 그런 거 보고 그래 저게 맞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 뭘 선택할 건가요?
(석현) 음악에 재능이 없거든 내가?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지, 어릴 때. (중략…) 나는 내가 잘하는 거엔 딱히 신경을 안 써. 잘하는 게 잘 없거든! 근데 하고 싶은 건 많단 말이야. 하고 싶은 걸 잘할 때까지 하겠다가 정말 어릴 때부터 내 신조. 신조 맞나? 신념.
(규민) 이게 진짜 초반엔 갈등을 엄청 많이 했거든 진로를 선택할 때? 근데 내가 가장 먼저 보는 건 좋아하는 거. 그니까 좋아하는 거를.. 자 봐봐 뭐든 꾸준히 하면 늘어. 안 느는 거 없어. 근데 그 늘기까지의 버틸 수 있는 힘이 그 좋아하는 마음인거지. 나 진짜 그냥 침대 옆에 바로 책상이랑 이펙터 다 올려놓고 기타 세워놓고 이렇게 치거든? 그니까 누워있으면 계속 기타 생각이 나는 거야. 너무 좋으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먼저 시작해야 잘 해지는 거임. 그래서 안 질려. 그리고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렇게 하면.
(나영) (다른 질문의 답에서 인용)과 체험 이런 걸로 방송예술캠프를 2박 3일 보내준다고 해서 재밌겠다 해서 갔었는데 그런 거를 할 때… 저는 약간 재밌는 걸 해야 된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고 잘하는 거랑 상관없이 좋아하는 게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면 잘하게 되겠다 이런 말을 믿어요. 음향이, 음악이 재밌다는 걸 고1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가 고2 때 사실 제가 인턴십을 하면서 마주친 저의 고민은 내가 이걸 해도 되는 사람일까 이런 거였거든요. 특히 저는 약간 어렸을 때부터 예술은 진짜 모차르트 같이 신의 계시를 받은 듯한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고 그렇게 해야 좀 이름을 날리고 살 수 있다 이런 생각을 좀 깊게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음향이어도 내가 이거를 해도 되는 걸까? 나는 이런 능력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좀 했었어요. 그래서 캠프 가거나 이렇게 할 때도 그냥 일단 열심히 해보고 일단 필 가는 대로 해보고 그랬었어요. 근데 그 인턴십 순간에서 만난 어른이나 교수나 주변 친구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저한테 주는 칭찬 혹은 응원의 메시지들을 들으니까 좀 확신이 점점 생기고, 오 내가 이거 해도 괜찮겠다 내가 이 일을 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점점 이 직업은 내 건데? 이런 게 확실해지면서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진로에 대한 불안이 강해지며 이미 진로를 정한 사람들을 무작정 찾아갔다. 내가 겪은 불안을 이미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뭐라도 보일 거라 생각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찾은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해보는 것, 한 번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본인이 정한 틀에 갇혀있기보다 뭐라도 해보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민만 해서는.. 달라지는 게 없다!
진로보다 나에 대해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진로를 찾는 과정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평소에 나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에 진로는 내가 가는 길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다.
세명 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있으면 좋아하는 걸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계속하다 보면 실력은 느는데,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좋아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뜻이었다.
이 기사에서는 이들의 맥락을 최대한 담고자 인터뷰 원문을 인용했다. 진로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천부적으로 신내림을 받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정할 수 있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찾아낸 공통점이 절대적인 것도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이 기사가 진로 불안을 가진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또한, 기사에 도움을 준 7명, 특히나 이번 기사에 들어간 3명의 인터뷰이들에게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