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현
축구라는 스포츠에는 보는 우리들까지 감동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이 극적으로 경기에서 승리 혹은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맹활약을 펼쳤다거나 하는 순간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앞서 언급한 예들과는 조금 다르게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준 이탈리아 수비수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알레산드로 루카렐리(Alessandro Lucarelli)이다.
사실 루카렐리는 커리어 내내 많은 주목을 받던 인기 선수는 아니었다. 1977년생 이탈리아 리보르노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중에서도 가장 수준 높은 세리에A의 하위권팀인 US 팔레르모, ACF 피오렌티나, 레지나1914와 같은 팀이나 그보다 한 단계 밑 리그인 세리에B 팀들을 전전하며 프로생활을 하고 있던 그냥 평범한 선수였다. 그러던 2008년 30살에 나이에 직전 시즌 세리에B로 강등된 FC파르마로 이적하였다. 이적 후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며 팀을 다시 세리에A로 승격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뒤로도 오랜 기간 동안 파르마에 헌신하며 2011년에는 부주장으로, 2012년에는 주장으로 임명되며 점점 파르마라는 구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갔다.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하던 파르마와 루카렐리에게 큰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2015년 파르마가 재정문제로 인해 파산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던 건 2014년쯤부터였다. 13/14시즌 리그 6위로 선전하면서 무려 10년 만에 유럽 강팀들이 따로 맞붙는 대회인 유럽 대항전의 진출권을 따내는 결과를 만들어낸 fc파르마였다. 하지만 14/15 시즌 시작 전 당시 1700만 유로(약 205억 5000만 원)의 세금을 지불하지 못하며 유럽 대항전 출전권을 박탈당한다. 그 뒤로도 파르마의 재정상태는 계속 악화되며 구단 임직원과 선수들의 월급을 몇 개월째 밀렸으며 루카렐리의 인터뷰에 따르면 심지어는 선수들이 유니폼을 개별적으로 세탁하여 입고 원정경기를 나설 때는 구단에서 지원해 주는 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를 빌려 타야 한다고 밝히며 상황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이런 위기 속에 새로운 구단주인 잠피에트로 마넨티가 부임했지만 그는 파르마라는 구단을 그저 돈세탁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인수한 사기꾼임이 밝혀지고, 그는 얼마 안 가 돈세탁 혐의로 인해 구속되어 버렸다. 결국 시즌 마지막 경기 직전까지 부채를 떠안고 구단을 살릴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2015년 3월 19일, 파르마는 공식적으로 이탈리아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게 된다. 공식적으로 파산하게 되었다.
구단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루카렐리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은 분전했지만 2015년 4월 팀은 다시 한번 세리에B로의 강등을 확정되었다. 당시 세리에A의 강등팀 지원 제도로 인해 가까스로 시즌은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구단주를 찾지 못한 대가로 팀은 프로팀에서 아마추어팀으로 강제 전환되고 FC파르마라는 원래 구단 명도 잃게 된다. 그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파르마 칼초 1913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모든 것을 이탈리아 아마추어 리그인 세리에D에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아마추어 리그로의 강등으로 당연하게도 당시 소속되어 있던 프로 선수들은 모두 자유계약신분(FA)이 되어 팀을 떠났고 모두가 루카렐리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루카렐리는 ‘파르마가 원한다면 나는 세리에D에서도 파르마를 위해 뛸 준비가 돼 있다. 내 심장이 시키는 대로 파르마에 남는다.’라는 말과 함께 파르마의 주장으로서 팀에 남아 파르마의 중심 역할을 자청했다. 그를 중심으로 다시 똘똘 뭉친 파르마는 차근차근 승격을 이뤄가며 불과 두 시즌만에 연속 승격으로 팀을 세리에B에 올려놓았다. 세리에B로 승격했을 당시 루카렐리의 나이는 어느덧 41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주전으로 리그 32경기에 출전하며 여전히 팀을 위해 활약했다. 그리고 끝내 파르마는 17/18시즌 세리에B에서 리그 2위를 차지하며 세 번 연속 승격을 이뤄내며 파산으로 인해 세리에D로 강등된 지 단 3년 만에 세리에A로 돌아오게 된다.
루카렐리는 승격이 확정된 경기가 끝나고 스카이 스포츠 이탈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3부리그 승격 당시 파르마를 세리에 A로 다시 데려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내 약속을 지켰다, 이제야 은퇴할 수 있게 됐다’라는 말을 남기고 파르마에서 현역은퇴를 선언한다. 그리고 파르마는 팀이 잘될 때든 안될 때든 40살을 넘긴 나이까지 팀에 헌신한 루카렐리에 대한 감사와 예우로 그의 등번호인 6번을 축구계에서는 흔치 않은 팀의 영구결번으로 등록한다.
자본주의 이후 사람들은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의 원인과 목적으로 돈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축구가 점점 산업화되면서 선수들도 자신이 소속된 구단에 대한 애정이나 추억보다는 거액의 돈을 바라보고 쉽사리 팀을 옮기고는 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팀이 아마추어 리그로 강등당해도 끝까지 팀에 남아 팬들의 사랑에 헌신으로 보답한 루카렐리는 많은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가 축구계 최고의 ‘낭만’이라고.
https://www.donga.com/news/Sports/article/all/20200120/99331179/5 동아일보 이정훈 명예기자(2020.1.21)
https://www.goal.com/en/news/alessandro-lucarellis-lasting-relationship-with-promoted-parma/g0a86z9uk6tr1ajrcmng6g5lm goal닷컴 알리프 찬드라(2018.5.24)
https://thesefootballtimes.co/2018/09/07/alessandro-lucarelli-parmas-greatest-legend-who-took-them-back-from-the-brink-in-the-fourth-tier-to-serie-a/ thesefootballtime 캐리 테커 (2018.7.9)
https://www.transfermarkt.com/alessandro-lucarelli/profil/spieler/28022
https://www.footballi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808 풋볼리스트 noseart@dreamwiz.com (2015.2.9)
https://www.interfootbal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575 인터풋볼 왕찬욱 (2020.12.15)
https://www.moneys.co.kr/article/2018121316558061945 moneys 김현준 (2018.12.14)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449767&memberNo=37575041 매거진 스마트 이정배(2018.8.14)
https://m.mt.co.kr/renew/view.html?no=2015062315353685228&ca=#_enliple 머니투데이 전상준 기자 (2015.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