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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Oct 07. 2024

펀쿨섹의 전설 고이즈미 신지로, 그는 누구인가?

배승준

 지난 9월 27일, 사실상 일본의 총리를 뽑는 선거나 다름없는 자유민주당 선거가 5수에 도전한 비주류 정치인 이시바 시게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통일교 게이트 등의 대형 스캔들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불출마 선언을 한가운데 주요 후보로 세 명이 추려졌다. 그런데 그중 이목을 끄는 이름이 있으니, 그 이름 바로 고이즈미 신지로! 최종 3위로 낙선하기는 하였으나 충분히 차기 일본 총리 대권후보로서의 저력을 보여준, 우리나라에서는 ‘펀쿨섹좌’라고도 널리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 (출처 : 중앙일보)



배경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출처 : 중앙일보)

 고이즈미 신지로의 아버지는 강렬한 헤어스타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준 제87~89대 일본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 5년 5개월간 총리직을 역임한 그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의미를 담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볼 수 있는 ’고이즈미 담화‘를 발표하고 연금개혁을 이루어냈으나 야스쿠니 신사에 지속적으로 참배하는 등 양면적 행보를 보여 한국인들에게 큰 지탄을 받는 등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임기를 수행하였다. 유력 정치인의 자식이 또다시 정치인의 길을 걷는 것이 흔한 일본에서 준이치로의 아들 신지로가 정치계에 입문하는 것은 그리 특별하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정작 준이치로는 아들의 정계 입문을 적극 반대하였다. 실제로 형 고이즈미 고타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배우가 되었으나 신지로는 자신의 뜻을 고수하여 결국 아버지에게 인정받았다. 이렇게만 보면 건실하고 의지 넘치는 청년 정치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정계에서


(출처 : 뉴스1)

 요코하마시 가나가와구 중의원에 당선되어 정계입문에 성공한 신지로는 자민당 내 첫 직책으로 청년국장에 임명되는데, 이 직책 출신 인물로는 전직 일본 총리 아소 다로, 아베 신조, 기시다 후미오 등이 있을 정도로 보통 초선 정치인에게 맡기지 않는 중요 요직이며 역대 국장 중 주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이 다수 포진한다. 아소 다로 총리의 무능으로 민주당에게 실권을 내준 이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민주당의 대처 미숙으로 다시 권력을 되찾은 자민당은 그전보다 더욱 우익에 가까운 성향을 띠게 되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고이즈미 신지로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정권에서 환경대신 (우리나라의 환경부장관)으로 임명된 뒤 스가 정권 하에서 계속해서 역할을 수행하였으나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본인이 지지한 코노 다로가 기시다 후미오에 밀려 낙선하면서 당 내 비주류로 전락하게 된 신지로는, 2023년부터 기시다 총리가 실책을 거듭하며 다시금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펀쿨섹?  


(출처 : imgur)

 한국 대중들에게 고이즈미 신지로를 널리 알린 전설의 발언 ‘펀쿨섹’은 그 지리멸렬한 문장 수준으로 한일 양국에서 대차게 조롱받으며 단숨에 최고의 인터넷 밈으로 등극하였다. 이는 2019년 신지로가 환경대신에 취임한 직후 참석한 UN 기후행동정상회의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기후변화 대처법에 대해 질문하자 “기후문제는 Fun하고, Cool하고, 또한 Sexy하게 대처해야 합니다.”라고 답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자가 그게 도대체 무슨 대처냐고 질문하자 “그걸 물어보는 것 자체가 Sexy하지 않네요.”라고 다시 대답하는 것이 압권이다. 그가 원래 전하려던 본래의 의도는 기후위기와 같은 심각한 문제는 재미있고 흥미를 끌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겠지만,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단어 선택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이후 2024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그러한 미성숙한 발언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어두운 면


야스쿠니 신사 (출처 : 더게이트)

 적절한 개그요소와 함께 대한민국에서 유쾌한 이미지로 등극하고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에까지 오른 젊은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에게도 뭇 정치인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어두운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우익 성향을 띠기 때문에 일본 전범미화의 성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적이 있다. 또한 환경대신 시절 모리셔스에서 발생한 일본 와카시오 호 좌초 및 기름유출 사건에서 미흡하고 소극적인 대처를 보여 지탄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동어반복과 뜬금없는 단어 선택이 눈에 띄는 신지로 특유의 말실수는 그에게 나라를 맡기게 할 수 있는지 의심부터 품게 한다. 



2024 자민당 총재 선거


9인의 총재 후보. (출처 : 경향신문)

 상술한 대로 이번 자민당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타카하시 사나에 등과 함께 유력 후보로 지명되었으나 1차 선거에서 3위로 낙선하였다. 이번 선거에 앞서 신지로는 노인연금 80세 수령과 부부별성 (일본은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르는 부부동성제를 채택한다) 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였는데, 이와 같은 입장이 투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성 당원들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81년생의 젊은 나이로 환경대신을 제외한 타 직책에서의 실무능력은 미지수라는 점이 변수였으나 이번 낙선 이후 고이시카와 (2021년 총재선거에서 단일화 흐름에 힘입어 고노 다로, 고이즈미 신지로, 이시바 시게루로 구성된 자민당 내 파벌) 의 멤버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도움을 받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의회해산 및 조기총선을 예고한 만큼 빠르게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평가가 명확하게 갈리는 정치인 고이즈미 신지로의 행보를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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