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주
삼성 라이온즈의 레전드이자, (2023년 기준) 개인 통산 467개의 홈런으로 KBO 역대 개인홈런 1위 기록을 가지고 있었으며, 매시즌마다 꾸준한 실력으로 삼성팬들뿐만 아니라 KBO팬들에게 한국야구의 전설로 남아있는 이승엽. 그뿐 아니라 2022년에는 두산베어스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도자로써의 커리어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는 2만명의 사람들이 모두 ‘이승엽 나가’를 외치며 이승엽 감독의 퇴단을 요구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이승엽 감독은 2022년 10월 11일에 두산베어스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그의 첫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이승엽 감독의 영입과 더불어 두산베어스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고토 코지, 무라타 슈이치 등 일본인 코치들의 두산행 루머와 2020시즌 두산에서 다승왕을 차지했던 라울 알칸타라까지 두산복귀루머가 함께 돌면서 팬들의 입장에서 두산의 새시즌에 기대를 걸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감독은 커녕 코치 경험도 없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실제로 이승엽 감독은 <최강야구>라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서밖에 감독을 해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프로경험은 전무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김태룡 단장이 직접 선임하기도 했고, ‘이승엽’이라는 이름값에 팬들이 거는 기대는 컸다.
2023시즌 전, FA최대어였던 안방마님 양의지가 4년만에 두산으로 컴백했고, 외국인 타자/투수 계약을 발빠르게 하는 평소 두산답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었다. 더불어 국내선발 곽빈이 성장했고, 중심타선 또한 파괴력이 있을거라고 판단해 2022시즌 9위를 기록했던 설움을 만회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반면, 이승엽 감독의 입장에서는 팀이 당장 결과를 내야하는 윈나우의 스탠스를 취함과 동시에, 노쇠화된 현재의 엔트리에 어떤 유망주를 육성시켜 주전으로 도약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가져가면서 준비해야했을 시즌이었다.
*윈나우: 높은 성적을 위해 유망주를 육성하는 것보다, 현재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을 중용하는 방식.
이승엽감독의 두 시즌
이승엽 감독은 2023시즌과 2024시즌 모두 5위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10개팀 중 5위면 그렇게 나쁘다 할 성적은 아니나, 나쁘지 않았던 결과속에 감춰져있던 과정이 두산팬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두 시즌동안 계속해서 불거졌던 특정유망주만 키우는 ‘양아들식 육성법'과 두산의 팀컬러였던 허슬플레이를 기반으로한 ‘허슬두’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경기중에 계속해서 나오는 아쉬운 전략과 작전들이 팬들로 하여금 이승엽 감독에게 질타를 내뱉을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4시즌에는 각각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였던 김택연, 이병헌을 혹사시키는 등의 혹사논란까지 나오며 두산 팬들에게는 점점 기억하기 싫은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어린 선수들이 어렸을때부터 공을 과도하게 던지며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젊은 두 투수를 불필요한 상황에서도 기용시키며 시즌 말미에는 김택연의 경우, 체력저하때문에 실점하는 경기가 많아졌다.
그리고 두 시즌 모두 포스트시즌(가을야구)에는 진출했지만, 2023시즌에는 마지막 세 경기에 모두 패하고 5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패하며 아쉬운 결과를 냈고, 2024시즌에는 전시즌보다 한 단계 높은 4위를 기록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T위즈에 충격적인 업셋을 내주며, 가을야구를 끝마치게 되었다.
*신인 드래프트: 매 시즌 전, 프로야구 10개팀이 구단에 데려올만한 신인 선수들을 선발하는 제도.
*포스트시즌: 프로야구에서 상위 5개팀이 리그의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치르는 경기.
*와일드카드 결정전: 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4위와 5위팀이 상위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 치르는 경기.
*업셋: 하위팀이 상위팀을 잡는 이변을 일컫는 말.
앞서 언급했듯, 현재 두산팬들에게 이승엽 감독의 인식은 정말 좋지 않다. 2024시즌 KT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한 후, 잠실구장 일대에서는 두산팬들이 ‘이승엽 나가’를 외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프로야구판에서는 팬들이 구단과 경기장에 가서 직접 사퇴요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만큼 이승엽감독이 현재 두산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당장 이승엽감독의 경질에 관한 자세한 기사는 나오지 않는 걸로 보아 조금 더 지켜보아야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질되지 않고 원래 계약인 2025년까지 연임할 것이라는 루머도 있다.
국민타자에서 두산팬들에게는 최악의 감독으로 둔갑한 이승엽 감독.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연임된다면 다음시즌에는 극적인 반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