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본 기사는 7월에 작성된 기사입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시간이 특히 더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이우학교에 가고 싶다고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도 벌써 이우에 온 지 1년 하고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기 학생들은 이제 3학년이 되었고, 21기는 그토록 부러워하던 테라스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비어있는 1층에는 새롭게 입학한 22기 학생들이 입주했다.
하지만 신입생들과 함께 새로 보이는 얼굴들이 있으니, 바로 선생님들이다. 교장선생님을 비롯해서 많은 새로운 선생님들이 올해 새롭게 이우학교에 오셨다. 서로를 알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지금, 문득 선생님들에 대해 더 알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져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중 고등학교동 1, 2학년 선생님들 네 분을 인터뷰했다.
어떻게 이우학교를 알게 되셨고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셨나요?
쌤이 올해 초, 2월쯤 학교를 옮기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우연찮게 이우학교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올 수 있는 자리가 돼서 알아보기 시작한 거죠. 원래 성남이랑 아무 연이 없던 사람이라 주위 선생님들께 여쭤봤는데, 이우학교 아냐고 했을 때 아는 분들은 다 좋은 말만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여기 진짜 믿고 갈 만한 학교다’. ‘괜찮은 학교겠다’라고 확신이 들어서, 그리고 일하면서 대안학교라는 건 처음 와보는 거였어서 여기 오면 내가 뭐라도 배울 수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오게 되었고. 잘 돼서 오게 된 거죠.
전에는 어떤 학교에서 근무하셨나요?
선생님이 17년부터 교사생활을 했거든요. 그동안은 다 고등학교였고 다 인문계 고등학교였어요. 용인에서도 일 해봤고, 평택에서도 일해봤고, 화성에도 있어봤고 그다음이 여긴데, 일반적인 인문계고등학교다 보니까 학교의 모든 시스템의 초점이 대입에 맞춰진 학교였던 거예요. 수업하는 방식이나, 학교 생활하면서 애들이랑 같이 하는 활동이나, 동아리. 이런 모든 게 다 결국 대입을 위한 활동인 거죠. 생기부를 작성하는 것도, 공부도 성적을 위한 거고. 이런 학교들에 있었어요. 그게 뭐 나쁘다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목적성이 다른 학교에 온 거죠. 그래서 새로운 도전이고 새로운 경험이 되고 있어요.
이우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낸 지낸 지금, 어떠신지.(상상했던 이우학교와 같은가요?)
사실 학교가 좋은 거랑은 별개로, 대안학교라 하니까 걱정되는 부분은 많이 있었어요. 선생님은 수원 사는데 수원에도 대안학교가 몇 개 있거든요. 근데 안 좋은 걸로 유명해요. 학생들이 약간 정말 공부하기 싫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수업하는 모습이 너무 별로다. 그런 얘기를 들어서, 아무래도 여기도 대안학교이기는 하니까 그런 걱정을 많이 하면서 왔었어요. 근데 막상 와보니까 여기 아이들 수업하는 모습이 제가 그동안 있었던 인문계 고등학교 애들 수업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좋은 거예요. ‘아 얘네 정말 괜찮은 애들이구나.’ 어떻게 자는 애도 한 명도 없이... 졸긴 하지만(웃음) 수업에 집중하고. 또 선생님이 수학 수업을 하는데, 수학이 힘들잖아요(웃음) 그런데 어떻게 다 이렇게 집중해 줄 수 있을까. 그런 모습들이 너무 고맙고 놀라웠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하는 부분이고, 이제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일을 할 때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게 학생이랑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이에요. 보통 양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쌤이 지금 한 학기 정도 일하면서 느낀 거는. 학생들도 스트레스 주는 거 없고,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워낙 너무 좋으신 분들이셔서 지금까지는 선생님을 괴롭게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은 지금 학교 온 동안 한 번도 이우학교에 온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중간중간 사소한 아쉬움들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큰 맥락으로 보면 없어요. 잘 선택한 것 같고 재밌게 다니고 있다~.
선생님께서 느끼시는 이우학교 학생들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선생님이 1학년을 담당하고 있잖아요? 학기 초에 한 명씩 다 상담을 진행했어요. 그러면서 학교에 무슨 이유를 갖고 왔니,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니, 그런 걸 다 물어봤어요. 근데 정말 한 명도, 단 한 명도 이 질문에 대해서 허투루 대답하는 친구가 없더라고요.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친구들이 없었어요. 애들이 학교를 다 대부분은 정말 희망해서 온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정말 자기가 뭘 하고 싶고, 이 학교에서 뭘 해야겠고, 이런 거를 다 마음속에 품고 왔구나 라는 점에서 제일 놀랬던 부분인 것 같아요. 애들이 정신적으로 커져있구나. 그거를 가지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이게 정말 이우학교 학생들만의 하나의 큰 특징이겠구나’라는 걸 생각하게 됐죠.
이우에서의 힘든 점이나 고민 같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힘든 점은... 급식, 급식이 힘들어요(웃음) 사실 선생님도 약간은 편식을 하고 잔반을 많이 남겼었는데. 여기는 어쨌든 다 먹잖아요. 워낙 또 음식들 맛있게들 해주셔 가지고 먹는 건 괜찮은데, 평소에 안 먹던 음식들도 맛있게 먹고, 맛있게 먹고 있는데... 다 먹는 게 너무 힘들어요(웃음). 내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 게 힘든 게 아니라 다 먹는 게 어려운 거죠. 특히나 국 같은 거는 원래 평소에는 잘 안 먹었거든요. 국도 받아서 다 먹으려니까 쉽지 않긴 하더라고요(웃음) 그 부분은 쪼금 힘든 부분이이고. 그다음에 고민이 있다면... 아까도 얘기했듯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큰데, 아직 학생 수준에서 큰 거지만, 어쨌든 ‘내가 그거를 감당할만한가?’ ‘내가 지금 그런 큰 생각을 받아줄 만큼 성장되어 있는 사람인가?’ 하는 고민은 있어요. 가끔씩은 ‘애들은 저만큼이나 생각을 하는데 내가 그만큼 그거에 맞춰서 뭔가 해줄 준비가 되어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어떤 부분은 내가 도와줄 수 있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오히려 나보다 더 좋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도 있고. 물론 보통은 애들이 스스로 하겠지만, 가끔은 쌤이 나서서 뭔갈 해줘야 되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스스로가 나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것들이 있어요. 이거를 발전시켜 나가는 거는 필요할듯해요.
이우학교의 가치에 대해서 공감하시나요? 공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우의 가치가 뭔가 딱 하나로 정해진 건 아니잖아요? 여기 와서 느낀 것 중에는 저탄소성장도 있을 거고, 크게 보면 지속가능한 발전인 거죠. 그런 부분은 당연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들이죠. 다만 이우학교를 벗어났을 때의 나, 여기 오기 전까지의 나의 모습은 그건 나와는 좀 먼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던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이제야 그런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서 실천하는 게 나의 활동과 내 생활에 밀접하게 관계가 된 거죠.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거 안 중요해라는 사람은 없잖아요. 다만 ”나는 하지 않을래’‘이럴 뿐이지. 그런 면에서 그 중요성을 스스로가 인식하고, 체험하고, 내 생활에 접목시키는 것, 이런 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중요성을 알고만 있는 사람이랑 그걸 직접 체험해 본 사람은 다른 거니까. 어쨌든, 뭐 급식부터 시작해서, 에너지 절약이나 학교에 보면 비건도 있고, 대자보 쓰는 것도 있고. 사실 대자보 문화도 놀라웠어요. 전 대학교에서나 봤었는데(웃음)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걸 쓰는구나. 첫 번째 대자보가 붙었을 때 얘네가 정말 큰 생각을 하고 살고 있구나를 또 느꼈어요. 이런 가치들을 배우고 있는 거죠 선생님도. 뭐가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이런 가치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고, 그게 이제야 내 생활에 들어온 느낌? 그런 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이우학교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매력포인트... 일단 이우학교만의 ‘학생자치’가 정말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선생님이 다니고 일했던 어느 곳을 뒤져봐도 이만큼 애들이 직접 뭔가 기획하고 자기들이 수행하고 했던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정말 이우학교만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학생들 입장에서? 그다음에... ‘사교육 없는 문화’도 되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분명히 장단점이 있을 텐데,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이잖아요? 그 입장에서는 확실히 좋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흔히 ‘참 교육’이라는 말 많이 쓰는데(웃음) 정말 진실된 교육이란 게, 어쨌든 사교육이 없어서 선행학습을 안 했던 순수한 아이들에게 백지상태에서 뭔가 채워주는 그림? 이런 게 진짜 교육이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이우학교의 큰 부분이 아닐까 생까해요. 제일 크게 와닿았던 두 부분인 것 같아요.
이우학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이우학교를 떠나게 됐을 때 이런 것이 남았으면 좋겠다.)
최종적인 목표라기보단, 이우학교에서의 목표가 있다면... 선생님이 고등학교에만 있었는데도 아직 한 번도 고3담임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이우에서 고3담임을 하면서 이 아이들을 정말 좋은 어른으로 졸업시키고 싶은? 그런 이상향이 있어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싶고. 다른 목표로는, 선생님이 계속 이우에만 있어도 좋겠지만 다른 학교를 갈 수도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이우학교에서 배운 교육들을, 시스템이나 이런 가치관들이나 좋았던 부분들을 일반적인 학교에 가서도 접목할 수 있게끔, 적용할 수 있게끔 내가 성장하길 바라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다시 또 일반학교에 갔을 때 다시 거기에 스며들어서 이런 가치들을 놓치고 살면 너무 아쉬울 것 같고. 이런 가치를 내가 잊지 않고 일반학교 가서도 잘 적용할 수 있는 것.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이우학교를 알게 되셨고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셨나요?
처음 이우학교 존재에 대해서 들었던 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진짜 친한 동네 친구가 있었거든요. 여기선 좀 먼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았는데, 유치원 때부터 초중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가 부모님들끼리도 친한 친구가 좀 특별한 학교를 간다고 한 거예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거기가 이우학교였어요. 아마 3기 졸업생일 거예요. 저는 동네에 있는 일반 학교에 갔고. 그래서 그 친구한테 얘기를 좀 많이 들었어요. 자기네 학교는 입시를 위한 그런 것 보다 농사짓고 막 그런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저는 그때 이제 입시에 찌들어가지고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되게 부러웠어요. 그렇게 이제 한동안 이우를 잊고 살고 있었는데 저도 이제 사범대학교를 나오다 보니까, 이우학교에 대한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요. 그렇게 관심을 조금씩 갖고 있다가 작년에 역사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이 학교에서는 내가 진짜 꿈꾸던 그런 역사 교육을 해볼 수도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일반학교에서는 역사라는 과목이 워낙에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하니까. 그렇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중요했었거든요. 그런데 역사라는 과목의 본질은 그런 것보다는,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많이 암기하는 것보단 다양한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서 평가하고, 그런 것들을 이제 대입해보기도 하고, 오늘날의 사회의 문제랑도 연결시켜 보면서 다양하게 토론도 많이 해야 하는 과목인데. 여기 학교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왔었던 것 같아요. 알기는 거의 생길 때부터 알았던 것 같아요.
이우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낸 지낸 지금, 어떠신지.(상상했던 이우학교와 같은가요?)
상상했던 거랑은 그래도 많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그런 태도나 수업에 임하는 그런 마음가짐이나 그런 면에서. 수업 간담회 할 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평소에도 이야기를 하다 보면은 우리 학교 지금 1학년 친구들은 항상 “역사 수업을 통해서 오늘날과 연결되는 그런 수업을 배우고 싶다." "단순히 역사적 암기 과목이 아니라 그런 토론을 하고 다양한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고등학교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점에서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처음에 꿈꿨던 그런 교육을 이제 나만 잘 준비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달랐던 점은... 사실 저는 일반 학교랑은 완전히 다를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교육청 인가 학교라는 그런 지위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커리큘럼이나 학교 돌아가는 시스템도 비슷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나 학생들은 굉장히 달랐다. 그런 것 같아요.
아이들도 똑같이 지금 밖에 사회에서 일반 학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그런 진로라든지 대학 입시라든지 그런 거에 많이 부담을 느끼잖아요. 우리 학교 학생들도 그 부분에서는 자유롭지는 못하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학생들의 탓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인 것 같아서 그런 것들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약간 좀 힘이 되어주고 확신을 주고 싶은, 여기도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전에는 어떤 학교에서 근무하셨나요?
전에는 사립 고등학교였는데 기독교 재단 학교이긴 했어요. 평범한 남녀공학 일반계 고등학교. 아이들도 대학 입시를 위해서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고 내신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굉장히 압박감을 느끼면서 공부하고. 그러면서도 쉬는 시간이나 시험 기간이 끝나면 되게 해맑게, 노는 것도 좋아하고. 그냥 평범한 일반 고등학교에서 근무했었던 것 같아요. 여기가 제대로는 두 번째 학교예요.
선생님께서 느끼시는 이우학교 학생들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일 많이 느낀 게 굉장히 주도적이다. 아이들끼리도 ‘학교를 스스로 바꿔나가야 된다’라는 그런 주인의식이 있다는 거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일반계 고등학교에 있었잖아요. 모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대부분 다 비슷하긴 하겠지만 굉장히 수동적으로, 공부 많이 하고 학교에서 시키는 일들을 하고 학원에 가서 또 시키는 대로 공부하는. 그런 학생들을 많이 봐왔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굉장히 주도적으로 학교를 바꿔 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체육대회 같은 경우에도 예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다 준비하고 아이들은 그냥 참여했었는데, 체준위가 구성이 돼서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기획한 다음에 진행까지 하는 것도 굉장히 신선하게 느꼈어요. 또 일반 사람들이 놓칠 수 있는 우리 소중한 가치들을 볼 수 있는 눈들이, 시야가 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환경이라든지 생태라든지 또 동물권이라든지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라든지.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소중하지만 놓치기 쉬운 그런 가치들에 바라보려는 학생들이 되게 많다고 느꼈고, 또 너무 진부하긴 하지만, 착하다. 착하다고 해야 될까요? 말 같은 것도 고등학생이라면 되게 함부로, 남이 듣기 좋든 싫든 욕도 많이 하고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들을 할 때도 있을 텐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자기가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이우학교의 가치에 대해서 공감하시나요? 공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가장 공감되고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는, 우리 학교에서 강조하는 게 더불어 함께하는 그런 삶이잖아요. 저도 그 부분에 특히 많이 공감이 되었었던 것 같아요. 저 또한 굉장히 힘든 그런 시기들, 청소년기라든지 대학생, 그리고 이렇게 또 여러 가지 교사가 되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에 어려움들도 많이 겪었는데 그럴 때 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이 주었던 게 내 주변의 이웃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었거든요. 저는 혼자서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도 옆에 누군가와 함께하면 굉장히 힘이 될 수 있고 그래서 함께라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서. 그런 가치들이 굉장히 많이 와닿았던 것 같아요. 특히 요새는 또 코로나 이후로 개인주의적인 경향들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결국 사회에 나가면 누군가와는 같이 있어야 되잖아요.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근데 거기에서도 이제 어떻게든 우리는 함께할 수 있는 그런 그거를 배우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되게 좋고, 또 이우학교에서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거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강조하는 것 같더라고요. 생태 문제라든지 환경 문제라든지 그런 부분에서도 지금 정말 기후 위기가 점점점 심해지고 있고 정말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 살기 좋고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지 고민하는 그런 가치들에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우에서의 힘든 점이나 고민 같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저는 가장 고민이라고 하면 여기 ‘이우학교에서 내가 해야 할 역사 교육은 무엇일까’라는 점이 가장 고민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한 3~4년 정도를 이제 다른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해왔는데 일반 학교에서는 그냥 진짜 평범하게 일반적인 역사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수업하는 것처럼 그렇게 준비를 하면 됐거든요.
근데 이우학교에서는 우리 학생들도 원하는 게 있고 저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짜 역사 교육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이 되게끔 좋은 수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저도 처음이다 보니까 아직까지는 어려운 과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아이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이 역사 수업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랑 ‘어떻게 의미 있게 아이들 안에서 수업이 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아요. 수업 고민이 제일 큰 고민 같아요. 학생들도 그만큼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 근데 그게 결국 저한테 되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거고, 그래서 같이 아이들이랑 답을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이우학교의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되게 좋았던 게 날씨 좋은 날에 저기 공간에서 아이들이 버스킹이라든지 공연 많이 하잖아요. 그때 그 감성이 너무 좋아요. 학교가 예쁘잖아요. 일단 건축물도 예쁘고 주변에 산으로 나무나 숲이 둘러싸고 있는 이런 환경도 너무 예쁜데, 여기에서 아이들이 순수하게 자기들의 ‘끼’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그런 음악 같은 것들을 발산하는 거를 볼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서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과 같이 그런 발화의 장을 만들기도 하고 이야기 장을 열기도 하고 얘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듣는 것도 우리 학교의 정말 큰 매력이라고 생각돼요.
이우학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이우학교를 떠나게 됐을 때 이런 것이 남았으면 좋겠다.)
이제 제가 만나는 아이들이 있을 거잖아요. 그 아이들이 앞으로의 삶을 살면서 힘든 일들을 이제 막 겪게 될 텐데 그럴 때 ‘아이들에게 생각이 나는 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 선생님은 진짜 우리를 많이 사랑하시고 늘 응원해 주셨던 분이다”이런 말을 할 수 있을.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고 항상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고,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 응원이 생각이 났으면 좋겠어요. 그런 선생님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중에 한번 뭔가 동창회라고 해야 될까(웃음) 그런 신학지에서 한번 모임 같은 걸 만들고 싶어요. 졸업생들이 이제 다 같이 모여서 노래 부르고 싶은 친구들 노래 부르고 같이 얘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고 공연도 하고 그런 모임 같은 거를 한번 열어보고 싶다~.
사실 내 처음 학교가 대안학교였어. 춘천에 있는 전인고등학교라고 비슷하게 개교했는데, 거기도 이제 학교 설립 취지가 비슷해. 거기서 2006년부터 근무를 했거든. 그러니까 당연히 같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를 알 수밖에 없지. 전국에 대안학교가 몇 개 없잖아. 그래서 알고 있었지. 거기서 생활을 하다가 이제 공부를 더 하려고 사직을 했어. 사직하고 이제 대학원 논문을 쓰려고 다시 대학원 연구실로 갔거든. 그때가 2010년인데, 그때 2010년도에 전 국민이 이우학교를 알게 된 프로가 있었어. ‘학교란 무엇인가’ EBS 다큐멘터리. 그걸 통해서 더 자세하게 알게 됐지. 그전까지는 그냥 막연하게 알다가 이제 다큐멘터리를 보고 ‘진짜 교육을 잘하고 있는 곳이구나’를 느꼈지. 그렇게 하고 여차저차해서 여러 학교를 거치다가 이제 학교 생활을 그만하고 조그맣게 이제 연구소를 차려야 되겠다 생각했어. 나도 이제 나이가 53이니까. 그러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이후 학교에서 꼭 근무를 하고 싶은 거야. 항상 그만두더라도 교사로서 진짜 여기는 한 번 근무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돼서 오게 됐지. (그럼 원래 알고 계셨던 거네요?) 당연히 잘 알지. 이우학교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웃음) 교사 중에 이우학교 다 알지. 나는 교사로서는 여기가 마지막이야. 더 이상은 안 할 거야.
이제 전인고등학교를 이제 퇴사하고, 연구소로 다시 갔어. 그래서 2010년도 하고 2011년도엔 저기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교에서 대학교 강사를 했어. 그래서 2년 동안 대학생들을 가르쳤지. 그다음에 이제 간 학교가 분당중앙고등학교. 거기서 4년 하고, 수원에 있는 매원고등학교, 용인에 있는 흥덕고등학교에서도 근무했어. 지금 거기도 혁신학교고… 또 수원에 있는 고색고등학교, 그다음에 여기 오기 직전에 있던 학교는 광교고등학교. 거기서 5년 하고 일로 온 거지.
2월에 ot가 있었잖아. 21기 ot 했을 때 거기서 선생님들한테 질문한 게 있었어. '이우의 의미', '이우의 가치' 뭐 그런 거 물어봤거든.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그때 이제 내가 뭐라고 대답했냐면은. “모른다”. 난 솔직하잖아 어떻게 알아 근무를 하루도 안 해봤는데(웃음) 그래서 연말에 내가 얘기해 주겠다 그랬어. 연말에. 지금 1년 동안 그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 그래서 나는 이우 학교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겉에서 쳐다보는 게 아니라. 그래서 이제 연청 애들하고 같이 연극도 올리고, 7월에. 그다음에 인턴십으로 하는 어린 왕자 연극, 거기도 내가 배우로 참여해. 그다음에 이안이하고 성재 애들이랑 밴드 만들어서 축제 때 또 노래도 세 곡 하기로 했고. 걱정이다 정말(웃음). 그래서 이렇게 한번 너희들이 하는 활동을 그냥 겉에서 지켜보는 게 아니라 직접 들어가서 같이 해보는 거야. 아직까지는 되게 재밌어. 재밌고, 연말에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애.
그 속에 뛰어들어가서 같이 이제 너희들하고 같이 생활을 해보니까 정말 이우 학교가 뭔지, 이우의 어떤 가치나 어떤 이우의 의미, 정신 이런 거에 대해서 느끼는 것 같애. 좀 추상적이잖아. 내가 느낀 거를 겉에서 막연히 쳐다보고 그냥 수박 겉핥기식으로 안 거를 말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 그래서 나는 21기 누구보다 치열하게 같이 생활을 하는 거지. 수업도 하고, 그다음에 학부모 상담도 하고, 너희들이 하는 거 누구 못지않게 같이 하고 있잖아. 그래서 이제 아마 얘기를 많이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냥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런 생각으로 항상 하니까 뒤로 빼지 않고 그냥 다 하고 싶은 거야. 이제는 교사 생활할 저기가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아니까,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고 내년이 마지막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냥 올해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이런 거야. 너도 만약에 올해만 살고 죽는다 그래봐, 그러면 그걸 다 하고 싶을 거 아니야(웃음). 그거랑 똑같아.
이우학교의 가치에 대해서 공감하시나요? 공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러니까, 이우학교가 설립한 목표 중에 하나가 더불어 같이 사는 삶을 만들겠다는 거잖아. 가장 큰 목표가. 근데 알겠지만은 이게 사회가 이렇게 점점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고립되잖아. 예전에 농경사회에서는 같이 힘을 합쳐야 농사도 지을 수 있고 했지만, 요즘에는 혼자서 그냥 돈 다 버니까. 전화하면 다 오잖아, 음식도 오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니까 누구 도움받을 필요 없이 내가 혼자 갈 수 있고. 그러니까 현대인들의 가장 그 큰 고민 중에 하나는 고독이야. 내가 생각하기에. 왜냐하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야. 문명이 발전하면서. 물론 고독이 좋은 면도 있지만, 나쁜 점은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거지. 그렇다고 이제 아무 하고나 이렇게 연결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요즘에 이제 일본에서도 문제시되는 게 오타쿠들 많잖아. 방구석에 처박혀갖고 안 나오는 애들. 그게 이제 극단적인 병패 현상이잖아. 근데 그러면 안 되잖아 사람이. 사람은 위대한 게 같이 힘을 모아서 새로운 일을 갖다가 이뤄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근데 그걸 갖다가 이우 학교에서는 이제 교육으로 실천해주고 싶은 거잖아. ‘같이 힘을 합쳐서 뭘 하자!’ 장단점은 있는 것 같아. 장점은 뭘 하든지 간에 다 같이 하려고 하는 거. 농배를 간다든가 체육대회를 한다든가 해도 학생들이 다 힘을 합쳐서, ‘어떻게 하면 거기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이 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잖아. 이게 너무 좋은 것 같아. 또 조금 단점은 이렇게 공동체를 강조하다 보면은 당연히 뭐가 되냐면, 조금 특이한 애들 있잖아 학교에. 좀 말이 센 애들도 있고, 행동이 좀 특이한 애들이 있는데, 그런 애들에 대한 어떤 과도할 정도의 예민성? 이런 거는 약간 느끼는 것 같아.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데. 일반 학교에서는 별 큰 문제가 안 되는 것도 여기 이우학교에서는 애들이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 정도까지 감싸 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 에너지가 그 정도까지는 미치지 않은 것 같아서. 같이 하려고는 하는데 그 정도는 좀 힘든 것 같아 내가 보기엔.
제일 강렬하게 느낀 거는 뭐냐 하면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한다'. 이거는 정말 강점인 것 같아. 나도 굉장히 여러 학교에 있었잖아. 그런데 여기처럼 열심히 하는 애들이 대다수인 학교는 없어. 무슨 일을 하든지 진짜 열심히 해 설렁설렁하지 않고. 무슨 위원회 준비를 하건 아니면 자치 활동을 하건 아니면 수업을 하건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하여튼 열심히 한다는 거는 진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아. 정말로. 또 하나는, 뭘 하고 싶은 게 생기잖아? 그럼 해!(웃음) 이거 진짜 내가 느낀 거야. 일반 학교 애들은 뭘 하고 싶어도 실행을 잘 못하거든. 그냥 머릿속에서만 갖고 있고 ‘언젠가 시간 되면 한번 해볼까’ 이 정도로 하면서 넘어가는데, 여기 있는 애들은 그냥 뭐 하고 싶잖아? 그럼 해 그냥!(웃음) 그게 나 너무 좋은 거야.
지금 보면은 점심시간마다 막 버스킹도 하고, 또 연극도 자주 올리잖아. 한 학교에서 연극 1년에 한 편 올라가기도 힘들거든 사실. 그리고 또 밴드가 몇 개야 학교에. 몇십 개는 있잖아. 밴드가 이렇게 많은 학교가 어디 있냐고. 이렇게 많다는 건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한번 펼쳐보겠다는 거 아니냐. 이런 것도 연관되는 거지.
아직까지는 그렇게 힘든 점이나 고민은 없어. 솔직히 수업 준비를 그전에 있던 학교보다 한 10배 이상 많이 하긴 하지만. 또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니까. 그거에 대한 힘든 거는 못 느껴. 만약 열심히 준비했는데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게 엄청나게 힘듦으로 다가올 텐데, 아이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해 주니까 보람도 있고. 열심히 하잖아.
또 연극도 굉장히 하고 싶었었는데, 내가 참여하는 활동에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내가 또 대학 때 연극반이었잖아. 졸업하고 지금 이십몇 년이야, 25년 동안 무대에 한 번도 서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서보게 되니까 굉장히 좀 설레더라고. 사람이 늙으면 없어지는 감정 중에 하나가 설렘이거든. 근데 여기 와서 처음으로 설렌다는 느낌을, 지금 최근 십몇 년 만에 처음 느끼는 것 같애.
그리고 힘든 점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조금 더 이렇게 특이한 학생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학교가 이제 워낙 일이 많다 보니까 학생들이 이렇게 에너지를 많이 쓰잖아. 그러다 보니까 조금 막 이렇게 에너지가 막 왕성해가지고 이렇게 걔들까지 이렇게 다 포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됐으면 좋겠는데, 힘들다기보다는 그런 그런 소수의 학생들에 대한 어떤 과도한 비난이나 그런 거는 좀 안타깝다. 예를 들면, 우리가 욕설/혐오발언 이런 것 때문에도 많이 회의했었잖아. 이우학교는 워낙 아이들이 이제 욕을 안 쓰기도 하고 말에 조심성이 있는 편이니까. 몇몇 학생들이 의식 없이 툭 튀어나오는 말들이 너무 힘든 거지 걔네들은. 근데 그 학생들에 대해서 너무 과도하게 뭐라 하는 경우는 불편하기도 하더라고 그게 의외로 또. 그러니까 친구를 진짜로 위해서 좋게 얘기해 주는 거는 괜찮은데, 그 아이가 너무 싫은 거 있잖아. 그거는 안 되는 거잖아. 같은 친구들끼리. 선의로 ‘야 우리 욕 쓰지 말자’ 이렇게 하는 거 하고, 그 욕을 쓰는 아이가 너무 싫어서 막 속으로 미칠 것 같은 그런 거는 아닌 거잖아. 그런 쪽으로 조금 생각하는 학생들이 좀 있는 것 같아서 그건 조금 안타깝더라고.
매력 포인트는 학기 초에 너희들 상담했잖아. 그때도 내가 '이우학교의 장점'이렇게 물어봤었어. 근데 정말 많이 나온 게 뭐냐 하면 ‘현재를 산다는 거’였어. 대부분의 일반 학교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미래의 어느 순간을 보고 지금 현재를 포기하잖아. 현재에서 하고 싶은 거 다 그냥 접고, 그냥 그 시험공부만 하잖아. 저 미래에 있는 어떤 대학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그런데 너희들이 한 말 중에 '우리는 현재를 산다' 이게 너무 와닿더라고. 이게 너무 좋은 게, 정말 인생이 진짜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웃음). 교통사고 죽을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먼 미래에다가 다 던져놓고 현재를 희생시키는 거는 자신한테도 별로 안 좋거든.
아이들이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아. 그리고 이렇게 누가 시켜서 하는 타율적인 사람보다는 스스로 자기를 컨트롤하는 자율적인 학생들이 많은 것. 그것도 장점인 것 같애. 또 학교에서도 그러기를 바라고 있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키우려고 하잖아.
또 하나는 몇 명 학생을 정말 조금 싫어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이우 학교 오기 전부터 난 음식을 안 남겨. 근데 내가 굉장히 밖에 있을 때는 특이한 사람으로 비쳤었거든(웃음). 근데 여기 오니까 그게 너무 좋더라고. 버릇되면은 먹을 만큼 딱 먹고, 집에서도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냐. 나도 아내가 음식 잘하는 건 아닌데 결혼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남겨본 적이 없어. 그게 사랑이지 사랑(웃음). 여기도 음식을 안 남기는 게 교육적인 목표도 있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무수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있으니까 그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있으면 도저히 남길 수가 없지. 그것도 큰 교육 같은 거야.
이루고 싶은 게... 있어. 일단 내가 워낙 연극을 좋아하다 보니까, 내가 35살까지 연구실에 있다가 전인고등학교를 간 이유도 연극을 하고 싶어서 간 거야 사실은. (그런 게 되어있는 학교였나요?) 없지!(웃음) 내가 만들었어. 걔네들 데리고 청소년 연극제도 나갔었거든. 이우학교에서도 연극 연청 애들이 너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애들이 청소년 연극제 가서 다른 학교 애들하고 연극하는 것도 보고 싶어. 큰 무대에 서봐야 또 많이 성장하잖아. 그래서 그게 1번.
그다음에 이제 2번은, OT때도 얘기한 거지만. 나중에 내가 이제 이 학교에서 없더라도, “예전에 이우 학교에 박민일 선생님이라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 덕분에 지금 이우학교 애들이 수학을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웃음) “그게 이어져서 지금까지도 수학을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이런 얘기가 이제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딱 두 가지. 수학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나 증오가 없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내가 그 수학에 대한 고마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잘하고 못하고는 나한테 아무 의미 없어. 그냥 미워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그런 거야. 너 기독교인이라고 했지, 그럼 예수님 사랑하잖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다 예수님을 사랑하길 바라지는 않지만 예수님을 증오하는 사람을 보면 좀 안 좋잖아. 그거 하고 똑같아. (진짜 수학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다는 게 느껴지네요.) 그치,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내가 졸업할 때 IMF가 터졌거든. 그래서 졸업하고 갈 데가 없어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물건 날라주는 일 하고 그랬거든. 자존감이 바닥이었지 그때는 사실. 그때 내가 일이 11시에 끝났거든. 저녁 11시에 슈퍼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은 내가 수학 공부를 했어요. 전공 책을 피고 수학 공부를 했는데, 수학 공부를 한 이유는 뭐냐면, 슈퍼에서 물건 나르는 일이 스스로 느끼기에 자존감이 막 높지 않았는데, 내가 수학 공부할 때는 나에 대한 그런 자존감이 굉장히 커지는 거야. 비록 지금은 물건을 나르고 있지만 나는 지금 수학 공부하는 사람이야(웃음). 그래서 그때 진짜 열심히 했어. 그 덕에 대학원 간 거야. 지금도 수학 때문에 먹고사는 거고. 우리 두 딸도 가끔 나한테 아빠 ‘수학 왜 해야 되냐고’ 물어봐. 너무 어려우니까. 그러면 항상 내가 “우리 가족이 수학 때문에 먹고사는데 니가 그런 얘기하면 안 된다”(웃음) 그런 얘기를 하지.
어떻게 하면 이제 너희들이 수학에 대한 어떤 흥미가 생기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학기 가지고 세상이 변한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사실 전국에 있는 모든 고등학생이 지구 하는 수학을 좋아하게 만든다는 게 한 인간이 할 일이 아니잖아. 수천 명이 달려들어서 지금 될까 말까 프로젝트를 지금 혼자 힘으로 하겠다고(웃음)
그래도 이제 이우학교 애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 이게 퍼져나가서 점점 넓어질 수 있는 거 아니겠냐? 그럼 난 너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수학 제일 잘하는 나라야 알어 그거? OECD국가 중에 수학을 제일 잘하는 국가를 보면 우리나라가 항상 1등인데 수학에 대한 흥미는 꼴찌야(웃음). 굉장히 아이러니한 거지. 너무 지독하게 시키니까, 잘하는데 싫어한다. 내가 연구소를 하려 하는 목표 중에 하나도 이 괴리를 깨고 싶은 거야. ‘잘하는데 왜 싫어할까’ 잘하면 더 좋아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죽기 전까지 ‘그게 내 삶에 내가 태어난 목적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지금 이우학교에서 하는 수업도 나중에 내가 이제 연구소를 차릴 때 다 이제 활용하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야. 그래서 진짜 수포자들, 수학 혐오자들, 진짜 숫자만 봐도 막 덜덜 떠는 애들 있잖아. 그런 아이들을 이제 불러다가 이제 수학 크리닉을 하는 거지. 수학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다. 마음을 열면은(웃음). 수학이 그렇게 혐오스럽거나 그런 게 아니다. 너무 어린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이 되다 보니까 아이들이…그래서 나는 우리 애들은 진짜 초등학교 때 수학 하나도 안 시켰어. 문제집도 안 사주고. 빨간펜, 눈높이 이거 일절! 그게 수학을 진짜 싫어하게 만드는 주범이거든. 그렇게 많을 많이 풀 필요가 없는데.
(제가 선생님을 응원하겠습니다.) 고마워 나도 널 응원할게. 우리 서로 응원하자. 너희도 고래가 돼야지. 고래가 될 거야... 아니면 피라미가 될 거야... 아니면 가물치가 될 거야... 아니면 송어가 될 거야. 내가 얘기하는 고래는 막 등치가 큰 사람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마음이 큰 사람을 얘기하는 거야. 몸집은 왜소해도 이렇게 마음이 큰 사람이 있거든. 간디 같은 사람, 뼈다귀만 남아도 사람이 진짜 고래같이 크잖아. 무기도 없이 투쟁했잖아. 비폭력 무저항 이게 진짜 말이 안 되는 거지. 그러한 큰 사람이 돼야지. 그게 쉽지는 않지만 노력하자. 파이팅!
어떻게 이우학교를 알게 되셨고 오겠다는 다짐을 하시게 되었는지?
둘째가 중 2인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관심이 있었어서 알고 있었지. 둘째 진학 때문에 찾아보고 알고 있었어. 교감선생님이 연락을 해주셨고 기존에 알고 있었으니까 좋은 학교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흔쾌히 수락을 했지.
이우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낸 지낸 지금, 어떠신지.(상상했던 이우학교와 같은가요?)
상상까지는, 내가 T이고 이과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진 못하고. 와서 보니 아이들이 회의도 잘하고, 본인 의견을 잘 말하면서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더라. 인원수가 작으니까 내가 보게 되는 아이들도 적어지니 내 눈에 잘 들어오고 그래서 더 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
전에는 어떤 학교에서 근무하셨는지.
전에는 그냥 일반고에 있었지. 과학중점고에도 있었고, 과학고 같은 느낌의 학교에도 있었고. 한 15년 동안 교직생활을 했어.
선생님께서 느끼시는 이우 학생들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회의를 잘한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한다.” 그럴만한 기회가 많잖아 나의 생각을 말하고 이야기해 볼 수 있고. 너도 일반 중을 다녀봐서 알겠지만 그럴만한 기회가 많이 없잖아. 그런 점이 장점인 것 같아.
이우학교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일 좋은 게 더불어 같이 가는 것. 요즘에 21세기에는 다들 혼자잖아. 다들 혼자 있고 혼자 밥 먹고. 그래도 여기는 옆에 있는 친구들을 손잡아주고 함께 가고 같이 가고. 그러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 나머지는 일반학교에서도 보이는 모습이 있어서, 비슷하면서 또 다른 거니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일반학교도 개성이 있겠지만 콩나물처럼 다 맞아서 자라는데, 여기는 좀 튀어나와 있기도 하고. 그게 아름다윤 조화를 이루는 게 매력 포인 트지. 선생님이 됐던, 학생이 됐던 다. 학생자치회도 맡으니까 애들도 계속 만나고 선생님들이랑도 만나고.
이우에서 힘든 점이나 고민 같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일단 힘든 점은 회의가 너무 많다. 다들 회의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아서 힘들어 보이지 않기는 한데, 좀 과하게 많을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정신적으로 정돈이 잘 되지 않더라고. 여기 친구들이 더 행복하고 자기 지향점을 찾으려고 회의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왜 너희도 입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고민을 하잖아. 근데 그게 어른인 내 입장에서는 조금 안타깝드라고. 왜 그런가 하면 이우학교를 선택한 친구들 중에 입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나의 길을 찾으려고 하는 친구들이 있잖아. 근데 여기 와서도 입시의 걱정을 인형처럼 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이곳의 좋은 교육을 그런 걱정과 불안 때문에 잘 느끼고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더라고. 우리 반 애들도 상담하면서 얘기를 들어보면 “밖에 친구들은 어떻다고 하던데”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별로 다르지 않거든.
내 과목을 학생들 진로 때문에, 대학을 가야 해서 듣기도 하거든. 애들한테 일부러 얘기해. 우물 안 개규리처럼 애들이 불안해하는 게 있다고, 그래서 “일반학교애들이랑 했던 것처럼 다 똑같이 수업하고 한다”라고 이야기해 줘. 여기라고 해서 덜 신경 쓰게 하는 게 아니라.
이우학교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것이 있을까요?(이우학교를 떠나게 됐을 때 이런 것은 남았으면 좋겠다.)
이우학교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우학교를 누려라 즐기고 누려라! 애들이 좀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놀 때도 공부할 때도 좀 더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