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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Nov 22. 2024

이우학교의 GD, 김지용을 만나다.

김가빈, 이규진

 2024년 초, 이우학교의 역사를 뒤바꾼 미증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간 교장선생님으로서의 직무를 약 10년간 충실히 시행하신 김철원 선생님께서 은퇴하시고, 새로운 선생님이 부임하게 되신 것이다. 이는 많은 학생들에게 충격을 선사했고, 말미암아 새로운 교장 선생님에게로 전교의 이목이 쏠리게 되었다. 

 그. 러. 나, 아직도 교장선생님이 누구신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서로를 알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맺어오고 있는 지금, 문득 교장 선생님들에 대해 더 알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져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해 준다면 무엇인가요?


 ‘더불어, 스스로, 한 걸음씩’이 제 좌우명, 혹은 삶의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보니까 (제 삶이) 스스로와 더불어가 상충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능력주의의 폐해는 무엇이냐 하면 ‘내가 이렇게 이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은 다 다른 사람들의 덕택이다’라는 것을 모르게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잘나서 (보상을) 받는 줄 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걔는 그럴 만합니다’라고 그냥 인정해 주거나 좌절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만 너무 강조를 하면서 이러한 양극화된 사회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커오는 성장 과정이 다 실은 더불어 성장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서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스스로라는 것은 내가 그렇게 커왔기 때문에 나도 내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이게 삶의 원리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더불어 어떻게 와닿는 것입니다.


 한 걸음씩은 어쨌거나 우리가 혼자 나가든 같이 나가든 비약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걸음씩 꾸준히 가는 사람, 저는 천재도 있겠지만 우리가 천재가 아닌 이상 우리는 꾸준함으로 승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꾸준함을 갖추지 않으면 뭘 이루기는 어렵다는 생각···.


 그래서 좌우명이라고 해도 되고, 또는 스스로 이렇게 마음에 이렇게 담아두고 있는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가치관(스스로 더불어 한 걸음씩)을 교육적으로 실현시키고 싶으신 건가요?


 음···. 사실 거기에는 약간 어폐가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가 철학을 갖고 사회에 뛰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제 철학은 제 것이 아니고, 저와 같이 살아왔던 사람들이 저에게 준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제가 무슨 철학을 세운 다음에 사회에 들어가서 뭔가를 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순서입니다. 저는 이미 사회로부터 뭔가를 받았고 그걸 다시 내놓는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위대한 사상을 가져서 이 사상을 가지고 이 학교에 와서 이것을 실현해야지’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이후에 학생도 있고, 선생님들도 있고, 학부모도 있을 텐데 제가 교장이라는 역할을 할 때 제 생각들이 될 수 있으면 지켜지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학생들과 선생님의 소통 방식은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거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내향적이어서 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근데 이제 약간 관계가 이렇게 깊어지면 엉뚱한 이야기, 질문도 많이 하고 그러는 편입니다. 또 1대 다수에서는, 제가 교직에 처음 나왔을 때는 내향적인 성격이어서 수업하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얼굴이 너무 빨개지는 것입니다. 계속 그리고 준비한 말이 아니면 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업을 했는데 준비한 말을 다 끝냈는데 한 5분이 남았다, (그럴 때) 이거 어쩌지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서 별명이 ‘불타는 고구마’였습니다.


 근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덜 빨개지고,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이우학교 학생들과 어떤 관계로 지내고 싶으신가요?


 학교에서 교감은 압사한다고 하고 부장은 과로사한다고 합니다. 그럼 교장은 어떻게 죽을까요? 고독사한다고 합니다. 외로운 것입니다. 사람들이 말을 잘 안 걸어줍니다. 그리고 어디 나타나면 다 경계합니다. 그런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하여튼 보통 학교의 교장실은 참 가보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 교장이랑 이렇게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되게 어렵습니다. 자주 찾아와서 지금처럼 이야기하고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3학년 시창작 수업도 들어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으면 스스로를 너무 행정가로만 자꾸 생각할 것 같습니다. 어느 교사건 간에 교육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늘 학생들을 가까이 만나야 합니다. 그래야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학생들과 얼마 정도의 살가운 관계를 맺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러 학교를 경험했으니까 느끼는 것은 이 학교 학생들이 교사와 덜 의존적이라는 점입니다. 가끔은 이게 선생님들이 낄 자리가 아닌가 할 때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알아서 잘 놀고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행사 기획도 학생들끼리 잘하니까요. 그래도 저는 행사 때마다 자주 가려고 노력하고 어디다 써먹어야 될지 모르겠지만 사진도 부지런히 찍습니다. 자세히 봐야 예쁜 것이고 그래야 애정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만의 시스템 상의 특징이 있나요?


 저희 학교의 주체별 활동이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은, 다른 학교는 되게 교사 중심적입니다. 학부모들? 학교에 크게 관여를 안 합니다. 반면에 저희 학교는 한 1000%는 하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학생회가 있지요. 그러니까 (다른 학교의 경우) 교사 중심이라는 것은 교사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들의 주도성을 길러내려고 지원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시큰둥하거나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이곳은 전통이 있는지 학생 주도성이 진짜 되게 강합니다.


 그것이 시스템 상의 특징이라고 하면, 이 세 주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되게 활발하게 자신의 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뭔가 공동의 일을 하고 있느냐’라고 했을 때는 아직 물음표입니다. 이를테면 지난 7월에 3주 차 토론회를 했었는데, 다룰 주제 각각의 주체들이 내놓고 그것들 다 같이 물어봐서 정하고 정해지면 그것들을 또 어떻게 학교에 적용할 것인가를 역할 분담을 하고, 이럴 때는 이제 유기적으로 삶의 주체가 학교의 의제를 놓고 논의를 하고 그것을 결정해 나가고 시행해 나가는 어떤 방식일 텐데, 그 시스템이 잘 굴러간다 이렇게 하기에는 약간 좀···.


 그리고 이제 교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교사들이 이렇게 학생 주도를 지원하다 보니 너무 소진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또 저희 학교에 놀라운 점이 있는데, 보통 공립학교는 학교 만족도 조사를 하면 학생, 학부모, 교사 중에 만족도가 교사가 제일 높습니다. 그다음에 학생 아니면 학부모입니다. 근데 저희 학교는 만족도 조사를 하면 학생이 제일 높습니다. (다른 학교에는) 교사가 꼴찌인 경우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면 교사들이 되게 우리 학교에서 허덕이고 있구나, 그러다 보니 교사들끼리 뭐 하다못해 너희들처럼 교사들도 같이 영차영차 해서 놀고 회의하고 공부하고 그래야 되는데 그런 시간들이 없습니다. 오히려 교사들의 공동체 특색도 떨어지고, 주체성이 떨어집니다. 사실 3 주체가 균형 있게 저걸 하려면 교사들에게도 시간이 주어져야 되고 회복할 시간, 그다음에 같이 하고 뭔가를 해보고 싶은 시간을 낼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져야 하는데, 그런 것들은 학생들이 좀 배려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데 학생들은 자기 코가 석자인지, 아니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학교의 주인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일절 배려가 없습니다.


학교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9월에 학교 설명회 할 때, 내년도에 들어올 고1 아이들에게 설명을 할 때 제가 세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첫 번째는 사교육 금지 규칙을 더 예체능까지 확대해서 엄하게 하겠습니다. 내년부터 들어오는 아이들은 예체능 계열로 가더라도 이제 사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취미 외에는 1, 2, 3학년 때 사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이런 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서논술형 확대하겠습니다. 그 선다형, 그 알량한 선다형 약간 부끄럽습니다. 서논술형으로 바뀌었어도 진작에 바뀌었어야 했는데, 아무도 거기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논술형으로 해야 깊이 있는 학습이 일어나고, 아이들이 그냥 찍어서 맞추거나 대충 공부해서 맞추거나 아니면 더 중요한 것은 선다형을 내는 순간 자기 생각이 있는 게 아니고 ‘저 사람이 정답을 뭐로 냈지’ 이렇게 생각해서 남의 생각을 고려해야 되는 그 습관이 그냥 길러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 수능 보고 이렇게 간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잘 못 합니다. 뭐 쓰라고 하면 쓰기 어려워하고. 바꿔내야 합니다.


 그다음에 우리 학교 특성화고 대안교육 특성화고로서의 교육과정도 바꿔 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대단히 죄송하지만 일반고랑 똑같은 교육과정인 것을 아십니까? 우리 학교 교육과정은 일반고랑 똑같습니다. 일반고는 대학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근데 여러분은 배우는 과목을 그렇게 배우는데 겨우 창체 활동이나 그 외의 활동들 있잖아요. 그걸 가지고 대안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근데 우리가 대안교육 특성화고라고 하면 교과목 자체도 거기에 맞아야 합니다. 이름이나 내용도 그래야지 맞는 것입니다. 바꿀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육과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지금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제 달라질 것입니다. 여러분까지는 그냥 살아가십시오. 여러분 들어올 때는 그 이야기를 안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논의까지 지금 하고 있습니다. 고1, 2는 모의고사를 보지 않겠습니다. 입시에 대해서, 아니 모의고사를 보는 것은 입시 때문에 보는 건데 수능 때문에 보는 건데, 1, 2학년 때 보라고 해놓고,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도 안 지고 또는 입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그러니까 아이들은 학교 공부는 학교 공부대로 따로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입시 준비하는 교육도 아닌데 모의고사는 봅니다. 그리고 성적은 형편없이 나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1, 2학년 모의고사나 연합평가도 보지 않겠습니다.


따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제가 책을 썼는데, 좀 소개해주세요. 제가 국어교사를 했는데요, 그래서 ‘서머싯 몸을 읽다(휴머니스트)’와 ‘밀란 쿤데라를 읽다(휴머니스트)’를 직접 썼습니다. 내가 서머싯 몸이랑 쿤데라 한국에 번역된 거는 다 읽었어요. 고등학생용으로 썼으니까 우리 학교 학생들도 많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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