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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총격 피살 사건에 대하여

배승준

by 와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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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21세기 올타임 레전드급 사건으로 불릴 만한 계엄 선포 다음날,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 살인자가 있다. 전 미국인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열사의 이름은 ‘루이지 맨지오니’, 이름만 보면 초록색 모자를 쓰고 마리오를 도와 피치 공주를 구해낼 것만 같이 선량해 보이는 이 남자는 어쩌다 사람을 죽이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의 총에 맞아 운명을 달리한 남자 ‘브라이언 톰슨’은 도대체 무얼 하고 다니는 사람이길래 온 세상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축하 파티를 벌이고 심지어 경찰을 방해까지 하는가?



1. 브라이언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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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모두가 우러러볼 만한 커리어를 거쳐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자수성가형 젊은 사업가였다. 아이오와의 가난한 농민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소위 BIG4라고 불리는 회계법인 중 프라이드워터하우스쿠퍼스에서 회계사로 근무하고 2004년에 유나이티드로 이적하여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였다. 그가 CEO 자리에 오른 뒤 유나이티드는 전 세계 헬스케어 부문에서 시총 1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하였고, 그의 앞길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듯이 창창해 보였다. 지난 12월 3일까지만 해도.



2. 루이지 맨지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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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는 메릴린드의 유복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기업인 집안에서 자라서 브라이언처럼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컴퓨터공학 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수학까지 부전공한 엘리트 중 엘리트이다. 이번 사건 전까지는 스타트업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2022년 하와이 주 호놀룰루로 이사하였는데 동년 4월에 허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한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에 시달렸다고 전해진다.



3. 톰슨은 왜 총을 맞았는가?


상술한 정보들만 보면 톰슨은 입지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그는 악덕 업주의 전형적 표상이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보험금 지급 거절 비율은 30%가 넘어가는, 업계 평균 두 배가 넘어가는 비정상적 수치를 기록하였으며 사측에서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로 드는 AI 모델은 오류발생률이 90%가 넘어가는 것으로 밝혀져 큰 논란이 되었다. 또한 유나이티드는 무려 90만 건 이상의 보험법 위반으로 한화 2,450억 원이 넘어가는 과징금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고, 스톡옵션 관련 스캔들로 사임한 전 CEO에게 11억 달러 가량의 퇴직금을 쥐어주며 사회적 지탄과 서민들의 증오를 받았다. 이번에 톰슨을 살해한 루이지 맨지오니 역시도 허리 부상으로 받았어야 할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2023년 사망한 그의 할머니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4. 사건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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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뉴욕시 맨해튼 미드타운 호텔. 사업 미팅차 호텔을 방문한 브라이언 톰슨은 정체 모를 괴한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하였다. 검은 후드와 마스크를 쓴 범인은 사살 후 전기자전거를 타고 도주, 센트럴 파크에 짐을 버리고 위조된 뉴저지주 신분증으로 유스호스텔에 체크인한 뒤 호스텔에서 나서 사라졌다. 뉴욕 경찰국은 기존에 1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가 이는 FBI의 수사 참여 이후 5만 달러로 상향되었다. 이후 시민들은 증오하던 악덕 기업인의 죽음에 환호하며 사건 당시 범인의 착장을 따라 입으며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이후 사건 발생 5일 뒤인 12월 9일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구입한 맨지오니는 매장 종업원의 신고로 검거되었는데, 하필 사람이 많은 맥도날드에서 잡힌 것과, 체포 당시 대중에게 남길 성명서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일부러 잡힌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이다. (성명서 전문은 대부분의 외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5. 미국 사회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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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의 반반한 외모와 고학력, 그리고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스토리에 대중들은 열광했다. 그가 책 리뷰 사이트에 남긴 리뷰들부터, 스포티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레이리스트와 과거에 남긴 트윗들까지 모두 발굴되며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가 수감된 펜실베니아 주립교도소의 교정에서는 ‘루이지에게 자유를!’이라는 외침이 연신 울려 퍼지고, 그의 팬아트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장악하였다. 그를 경찰에 제보하여 체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종업원이 근무하는 맥도날드 지점은 별점 테러를 받았고, 맥도날드 회사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기도 했으며, 경쟁사인 버거킹은 공식 SNS에 ‘We don’t snitch(우리는 고자질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이 천지개벽할 사건에서 유나이티드는 전과 다름없는 입장을 취했다.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에게는 거액의 현상금을 약속했던 그들이었지만 정작 범인 검거 후 최초 제보자에게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하였다. 웬만한 시련에는 스러지지 않는다는 소나무도 울고 갈 그들의 일관성은 감탄이 나온다.


6. 마무리하며


아이오와의 시골에서 자란 자수성가형 사업가가 서민들의 등골을 빨아먹다가 부잣집 도련님에 의해 비극적으로 살해당했다. 범죄는 정당한 방위 없이는 옹호되어서는 안 된다. 맨지오니의 이번 행동은 동정을 살 수는 있어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회적 제재의 사례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서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사람들은 대개 끝이 좋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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