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임들을 위하여

재해석된 예술 - <임을 위한 행진곡> / 김지윤

by 와이파이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1980년 오월의 광주에서 민주화를 꿈꾸고, 고귀함을 증명하려 싸운 이들이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런 님들을 위한 민중가요이자 데모곡이다.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맞섰던 걸까. 한 치 앞이 어두운 조국을 개혁하고자 투쟁한 이가 있는가 하면, 그 해 여름을 건너오지 못하고 숨진 가족과 친구를 위해 싸운 이들도 있다. 이러한 각 개인의 각성 계기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론적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은 훗날 6월 항쟁의 씨앗으로 남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또한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해주는 중요한 책갈피가 되었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기록은 암기할 수 있을지언정 가슴 깊이 새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과 같은 노래를 들을 때, 우리는 마치 오월의 광주를 직접 본 것처럼 피가 끓는 것을 느낀다. 소중한 이들의 주검을 이고 나아가는 산 자들의 함성을 듣는다. 둘이 부르고, 셋이 부르고, 온 사람들이 함께 부를수록 더욱 더 거대해지는 마음. 이것이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가진 힘이자 사회적 의미이다. 신념, 양심, 고결함처럼, 인간이기 때문에 지키고자 하는 것들. 네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을 나도 지키고 싶다고. 구구절절 말하지 않아도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수단. 처음 만난 이의 손을 맞잡고 아주 깊게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래.


오늘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를 회상하기 위해서만 불리는 것이 아니다. 국제 연대 행사에서, 대만에서, 홍콩 시위에서…. 특히나 홍콩 시위에서의 이 노래는 의미가 크다. 1년 전부터 처절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홍콩 시위는, 지금껏 홍콩 안의 사람들을 홍콩의 법대로 처리해 왔는데, 근래에 중국 정부가 홍콩도 중국에 속한 행정자치구역이므로 중국으로 보내 중국 법대로 처리하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범죄자를 송환하여 처리하겠다는 것이 뭐 얼마나 큰 문제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홍콩으로 도망친 중국 민주투사들을 잡아들일 구실이 된다. 이러한 중국의 꿍꿍이 있는 요구를 수긍한 홍콩행정청장은 사실 중국 공산당의 입맛에 맞는 친중파 정치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고 순응하다 보면, 홍콩은 결국 서서히 자위권을 빼앗길 것이고, 중국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홍콩시민들은 들고 일어났다. 40년 전 한국에 일었던 민주화의 물결과 꼭 닮은 모습으로,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독재정권의 요구에 반대하기 위하여.


3만 개의 최루탄이 쏘아지는 거리에서, 얼굴에 비비탄 총알을 고스란히 맞아가며 홍콩인들은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학생 노인 할 것 없이 노래를 부르고 앞서서 걸어 나가고 있다. 저 과거의 사람들, 먼 타국의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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