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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29. 2020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하지는 않는다

오픈북-<노인과 바다 서평> / 김나윤

 작년 12월 말에 처음 확인된 코로나 19는 금방 잠잠해질 것이란 바람과 달리 전 세계적으로 유행되었다. 기약 없는 위기로 인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외출을 삼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되었을 무렵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천만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게 될 동안 노트북으로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수업 접속, 그리고 과제를 할 뿐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해본 경험은 별로 없어서 고민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집콕 독서로 코로나 19를 이겨내자는  글을 보고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인문학 도서들이 생각나서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헤밍웨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기자로 활동하다 1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작가로 활동했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누볐다. 특히 그는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악화되어 추방당하기 전까지 아바나의 저택에서 28년간 지내면서 수많은 책들을 집필하는 삶을 살았다. 그곳에서 헤밍웨이의 수많은 고기잡이 경험과 쿠바 사람들의 모습, 본인의 인생철학을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내 탄생한 노인과 바다는 1952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호평을 얻는다. 그 후 1953년엔  퓰리처상을,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분량은 130페이지 정도로 분량은 길지 않았다. 주요 인물로는  한  때는 잘 나갔으나 불운을 84일 내내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노인 산티아고와 어렸을 때부터 그를 믿고 따른 소년 마놀린이 있다.  그들에겐 자신들이 고기 잡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이를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은 노인은 생선을 못 잡은 지 85일이 되는 날 소년의 배웅을 받고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 멀리까지 항해하면서 일어난 일을 중심적으로 다룬다. 노인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물고기를 만난 후  밤낮없이 물고기와의 사투를 벌였고 끝내 물고기를 죽이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바다에 피 냄새로 인해 수많은 상어들을 끌어들였다. 노인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많은 상어들은 죽이며 실신 상태로 항구에 도착하지만  얻은 것은 거대한 물고기 뼈 밖에 없었다. 노인은 크게 실망하게 패배했다고 자책하지만 소년은 물고기가 노인을 이긴 것은 아니라며 위로한다. 그 후 도착한 관광객들이 물고기의 뼈를 보며 감탄하지만, 노인은 그 반응을 보지 못한 채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소설을 통해 헤밍웨이는 인간은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정신을 가진 존재라고 말하며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고독을 그려냈다. 


  노인이 홀로 5일 동안 청새치와 사투하면서 “그 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몇 번 정도 중얼거리는 장면과 상어 떼가 몰려왔지만 청새치를 포기하지 않고 “인간은 패배하는 존재로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 있어도 패하지는 않지.”라고 말하며 맞서는 장면을 보면 작가의 메시지가 확 와 닿는다. 


 상어들과의 사투 끝에 뼈만 가져왔다는 결말에 “이거 허무주의 이야기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인은 어차피 누군가에게는 먹혀서 없어질 살보다는 본질이자 승리의 증거인 뼈를 가져와 거대한 물고기를 잡았다는 것을 증명했으므로 허무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노인이 84일 동안 한 마리도 못 잡아 사람들에게 무시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던  것처럼, 지난 삶을 살아오면서 실패했던 시간은 모두 숫자에 불과하고, 이에 발이 묶여 도전조차 하지 않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노인은 소설 내내 정말 평범한 인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겸손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것을 전혀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았고, 바다를 경쟁 대상이나 일터, 혹은 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젊은 어부들과 다르게 바다를 ‘라 마르’라고 칭하며 바다를 정겹게 대하고, 고독감을 자연과 교감하며 없애고, 자신과 사투를 벌이는 청새치를 형제라 부르고,  지친 상황에서도 치열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사자 꿈을 꿨다는 언급이 있는데 서양에서 사자는 왕, 힘, 위대함 등을 뜻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노인은  정말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코로나 19 사태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힘든 상황이지만, 노인처럼 포기하지 않는 의료진들과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통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고, 노인의 삶처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김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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