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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29. 2020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반려동물 이야기-<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 김슬

들어가며


국내 반려동물 붐은 1990년대의 경제성장, 핵가족화로 인해 2000년대 초/중반에 크게 일어났다. 이후 로도 반려동물 양유 가구는 계속해서 증가해, 한국농촌경제견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6.4%, 인구로는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민국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시장의 규모 또한 올해로 3조4000억원에 달하는 데다가 6년 뒤에는 5조7000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이들은 우리의 삶 속 단순한 취미나 소유물이 아닌 당당한 가족의 입지를 가지게 되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반려견 사업의 모습과는 대비되게 반려견 사업의 문제나 책임감에 대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하다. 자료와 같이 2018년만 보아도 유실 및 유기 동물이 12만 마리가 넘는다. 반려동물 사업이 확장되며 책임 의식의 성숙은 뒷전으로, 유기견 수만 매년 늘고 있는 것이다. 반려견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되는 만큼, 이제는 정말로 바람직한 반려문화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이다.






 글의 1부에서는 반려견 분양과 교육에 대한 문제를 다뤄볼 예정이다. 개를 키우다 버리는 일까지는 생기지 않더라도, 우리와 지내는 동안 반려견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책임있는 분양을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글의 2부에서는 반려견과 소통하는 법을 다루려고 한다. 사람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으면 조율을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없듯, ‘강아지와 말하기’라는 주제를 다루어 소통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글을 통해 나는 소비자로서 반려견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와 견주로서의 개인적 태도에 대한 고민을 전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조금 쉽게 할 실질적인 팁을 전하려고 한다.


글의 제목은 인상깊게 읽었던 반려견훈련사 강형욱의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 에서 착안했는데, 견주가 가져야 할 책임의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구인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문구는 밑도 끝도 없이 ‘개를 키우지 말라’ 가 아니라, ‘그렇게 키울 거면, 키우지 말라’ 즉, 분양을 결정하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은 생각 이상의 책임을 요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러니까 반려견과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도와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1,) 개를 키워서는 안됩니다


분양

 분양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애견샵의 개들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강아지를 받아가고는 한다. 그러나 이 개들은 대부분 공장식 번식장에서 온다. 우리나라 애견샵과 인터넷의 대부분 강아지들은 공장식 번식장과 도매장을 거쳐서 온다. 번식장의 어미견들은 작고 열악한 박스 안에서 햇볕도, 산책도, 필요한 애정도 없이 강제 임신과출산을 반복하며 살다가 죽는다. 새끼 개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되어 도매장으로 팔려간다. 배에 번호가 적히고 온라인, 오프라인의 애견샵으로 팔려간다. 즉, 애견샵에서 개를 분양하는 일은 곧 이 사업의 번창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개를 어디서 받아야 할까? 첫째로, 구조센터로 가는 방법이 있다. 구조센터에는 도움을 기다리는 개들이 수없이 많다. 다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유기견은 결국 상처를 안고 있는 존재이다. 사람도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돌이킬 수 없이 어디 한 군데가 망가지고는 하듯이, 상처 입은 개는 우리가 보기에 그리 정상적이지 못한 행동이나 감당하기 어려운데가 있을 때가 있다. 그러므로 섣부른 동정심에 선뜻 유기견 입양을 결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정신적, 환경적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결정하자. 둘째로는, 애견브리더가 있다. 브리더들은 쉽게 말하자면 주로 펫샵보다 행복한 환경을 제공한다. 출산 이후 새끼 개들이 어미

개와 어느 정도 붙어 안정될 때까지의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비교적 넓은 견사에서 개들을 기른다. 하지만 브리더도 브리더 나름, 정말 행복한 개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그리고 비윤리적 환경에 기여하지 않기 위해서는 견사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 새끼들을 잘 돌보아주는지와 같은 것들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개를 키울 수 없게 된 친구나 지인에게 가는것도 바람직하다. 이 경우에는 개가 버려지거나 주인을 잃는 일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생활

 이제 반려견을 분양받는 법을 알았으니 되었을까? 당연히 개를 책임진다는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행복하게 길러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내 개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우선 분양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개를 기르려고 할 때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로는,비용적 준비이다.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대강 다음과 같다: 사료, 정기검진 및 치료, 애완동물 보험, 제삼자 보험, 개껌 (가구를 물어뜯어 손상시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므로) 과 간식(훈련이나 특식용), 동물 호텔이나 도그 시터 (여행을 가거나 해서 집을 비우면 지인이 아니면개를 맡아줄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등. 이것들을 계산해 자신이 현실적으로 개를 키울 ‘형편’인지를 확인하자. 둘째로는 환경적인 조건인데, 예를 들어 기를 견종과 교육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가, 개에게 필요한 것들 (산책이나 놀이시간) 을 제공할 시간과 정신적/신체적에너지가 충분한가, 앞으로의 장래계획이나 내 생활방식을 고려했을 때 분양이 적절한 선택인가 등이 있다.


또 개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히 개를 순전히 내가 필요할 때 무료함과 고독을 달래는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내 욕구만 채우고 개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개는 곧 문제행동 (짖는 것, 무는 것 등) 을 보일 것이며 이 문제행동은 하여금 내가 개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을 방해하여 여러가지 문제 (방치나 유기, 개의 행복의 침해) 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개에게 충분한 시간을 소비하지 못하고 방치하여 학대했음에도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개의 짖음이나 무는 것은 그저 개가 버릇 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를 유기하거나, 더욱 심하게 방치하거나 하여 개가 불행해지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것이라는 말이다.

“누군가를 10시간 동안 기다려 본 적이 있으십니까? 매일 같이요. 그것도 한결 같이요. 그런데강아지들은 우리를 이렇게 기다려요. 그리고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말하지 않아요. 와줘서고맙다고 그래요, 오늘도 이렇게 내 곁에 와줘서 고맙다고 그래요.” -강형욱 반려견훈련사, 2014년도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강연에서

 

 개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영리하다. 기쁨과 슬픔과 외로움과 고통을 우리와 공유한다. 때문에 개가 문제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은 개가 고장이 났거나, 못됐거나,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환경의 문제이다. 문제행동이 발현되기까지 원인 제공을 한 견주의 탓이다. 개가 짖는다면 뭔가가 개에게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줬거나 아주 고질적이고 오래된 문제가 누적된 끝에 나타난, 도와달라는 신호일 수 있다. 개가 주인을 무는 것은 상황을 고쳐달라는 신호이다. 


그러나 정작 이 불행한 상황의 제공자인 견주는 이 사실을 외면한다. 그리고 개를 방치하고 유기한다. 문제행동의 수정은 문제상황 (환경) 의 수정 없이는 있을 수 없다. 바로 이 점을 기억하자.


 이렇듯 필요한 환경을 준비하고, 반려견에 대한 충분한 배려만 가진다면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반려견과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없다면, 준비가 안 되어있다면, 당신은 그

리고 나는, 개를 키워서는 안 된다.


2.) 우리 개와 수다떨기


 클리커 트레이닝

 개에게 안돼, 그만둬 ! 와 같은 언어적 피드백을 하면 개는 그것을 알아들을까?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의대부분은 개를 혼내는 일도 이것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허!’ ‘씁!’ ‘안 돼!’ 이런 말들을 반복하며 개의 행동을 수정하려고 한다. 개를 안아 올려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이렇게 사람인양 훈육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때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놓치는 것은, 개는 자신이 ‘왜’ 혼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이를 테면 거실에다가 오줌을싼 강아지를 혼내면, 강아지는 자신이‘거실’에 오줌을 쌌기 때문인지, 그냥 ‘오줌을 쌌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줌을 싸기 전과 후로 했던 많은 행동들 중 정확히 어느 행동 때문인지 알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정확한 행동교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개가 오줌을 참아버려 병이 나거나 관심을 위해 더 심한 문제행동을 보이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몇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어설픈 벌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현시점의 반려동물행동교정학은 크게 ‘긍정 교육’ 과 칭찬을 사용하는 ‘카밍시그널’ 방식과 흔히 말하는 서열 형성 즉, ‘벌’을 사용한 강력한 방식인 ‘알파독 이론’으로 갈리는데, 우선은 카밍시그널방식에 의거해 서술하겠다. 그 이유는 카밍시그널 이론이 알파독 이론과 비교했을 때 그 효과성이나 빠른 교정에 있어서는 어떨지 몰라도 제시되는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전한 방식으로 인정받을 만한 데가 있으며 정서적으로도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반면 알파독 이론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했을 때에는 효과적이며 부작용도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이것을 따라하겠다고 개에게 서열이라는 이름으로 어설프게 상처를 주는 견주가 우리나라에는 많다.) 둘째, 조건형성을 위해 정확히 어느 ‘시점’ 을 표시할 수단이 필요해진다.이 수단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구는 똑딱 소리가 크게 나는 ‘클리커’이다. 앞서 예를 든 상황으로 다시 적용해보자.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종소리와 간식 사이의 연관성을 학습시키는 이런 과정을 우리는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가장 먼저, 클리커 소리를 내고 직후에 간식을 주는 일을 반복해 똑딱 소리에 대한 긍정적인 조건형성을 완료한다. 이후에 개가 거실에 오줌을 쌌다고 알아듣기 어려운 야단을 치고 혼을 내는 대신,배변패드를 사용할 때에 ‘클리커’를 사용해 소리를 내고 간식을 주는 것이다. 이때 똑딱 소리를 내면 개는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본인이 간식을 받을 만한 일, 즉 똑딱 소리를 유도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는 마치 퀴즈 놀이와 같게 된다. 주인의 똑딱 소리를 유도하기 위해 다시 그 상황을 재현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 즉 클리커는 말이 안통하는 반려견과 주인이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인 것이다.

 이것은 이런 문제행동의 수정 뿐 아니라, 훈련에 있어서도 그 효율성을 크게 증가시키게 된다. 또 예를 어 보자. 일반적으로 ‘앉아’를 가르칠 때에 우리는 수신호와 ‘앉아’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개가 앉으면 상을 준다. 이것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 기존의 방식인데, 클리커를 사용하게 되면 상황이 다르다. 가장 먼저 조건형성 (똑딱 소리와 간식의 연관성의 학습) 은 물론 완료가 되어있어야 한다. 조건형성이 되었다면, 개가 앉아있을 때 임의로 똑딱 소리를 내고 간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면 개는 앉는 행동과 똑딱, 그리고 똑딱과 간식의 연관성을 학습해 ‘앉아’를 계속하게 된다. 수신호와 음성신호는 그 다음이다. 이 시점에서 개는 당신만 보면 마구 자리에 앉으면서 똑딱 소리와 간식을 요구할 텐데, 이번에는 당신이 ‘앉아’라는 말과 손동작을 한 후에 개가 앉을 때에만 클리커 소리와 간식을 제공할 것이다. 그냥 개가 앉을 때에는 줘서는 안 된다. 이 방식의 장점은 개가 주인이 원하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마치 논리적인 대

화와 같은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며, 또 정확한 시점을 표기해 훈련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카밍시그널

앞서 말한 행동교정학 이론 ‘카밍시그널’ 방식의 이름은 여기서 착안된 것이 맞다. 카밍시그널calming signal은 다양한 시각적 신호들로 이루어진 개의 몸짓 언어이다. 개에게 우리가 수신호나 음성신호,클리커등의 도구로 말을 걸듯, 개도 다른 개들과 주인에게 카밍시그널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상태를 나타내고 대화를 시도한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해독해 읽어낼 수 있다면, 더 이상 반려견과 소통하는 것이, 반려견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개의 카밍시그널 몇가지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이러한 신호들을 잘 발견해 자신의 반려견과 대화하고, 결국에는 서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부위별 카밍 시그널>

1,)눈

1.눈을 크게 떠 흰자위 테두리가 보인다=스트레스

2.곁눈질을 하거나 시선을 돌리거나 해 흰자위가 나타난다=불안감, 공포 등

3.눈을 자주 깜빡인다=긴장

4.동공이 확장된다=아드레날린으로 인한 흥분상태/(흥분 상태가 아닐 시)강한 스트레스

5.눈을 가늘게 뜬다=스트레스/(졸면서 눈을 가늘게 뜬다면)기분 좋은 상태


2.)코

1.재채기=그냥 코에 자극이 올 때/스트레스/흥분한 상대를 진정시킬 때

2.코를 핥는다=스트레스

3.콧김을 흥=스트레스/새로운 냄새를 맡으려고 코에 남은 냄새를 리셋하고 싶을 때


3.)입

1.덥지도 않은데 헐떡댄다=스트레스

2.먹을 것도 없는데 침을 흘린다=스트레스

3.윗송곳니를 드러낸다=경고(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지속하면 물 것이라는 예고)

4.아랫송곳니가 드러난다(칠칠치 못하게 입을 벌리고 있다=행복, 편안함)


4.)꼬리

1. 정상적인 높이에서 천천히 흔든다=살짝의 긴장감을 가지고 상황을 살피는 중

2. 꼬리를 내리고 흔든다=경계, 가벼운 경고

3. 꼬리를 치켜 올리고 빠르게 흔든다=긍정적 흥분

4. 꼬리를 치켜 올리고 천천히 흔든다=자신 있으니 지금 나한테 덤비면 싸울 테다 (경고)

5. 꼬리를 치켜 올리고 움직이지 않는다=너를 조준하고 있다


5.)몸

1.몸이 경직된다

2.몸이 떨린다

3.몸을 부르르 흔든다

4.몸을 마구 긁는다

=스트레스


6.)짖음

1.높은 소리<—>낮은 소리=자신의 약함을 어필함<—>자신의 강함을 과시함 (경고)

2,빠른 짖음<—>느린 짖음=흥분상태<—>냉철을 유지한 상태

3.큰 짖음<—>작은 짖음=감정의 격한 정도


참고 서적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나에게 꼭 맞는 애견 선택 백과> 그웬 베일리

<5분만에 우리 개 알쏭달쏭 속마음 알기> 니시카와 분지

<개를 춤추게 하는 클리커 트레이닝> 카렌 프라이어


@김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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