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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29. 2020

6월에는 아무도 모르게 49명이 죽었습니다

노동자의 죽음 아카이브-<6월 노동자의 죽음> / 이한재

 지난달 22일, 김재순씨는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의 조선우드 공장에서 홀로 파쇄기 청소 작업을 하다 파쇄기에 끼여 숨졌습니다. 업체 대표는 “사수가 없는 상태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가 자기 과실로” 사망했다고 말하였지만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부터 김재순씨는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기 위해 파쇄기에 올라가는 업무를 반복해왔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걸려 있던 폐기물을 제거하려다 미끄러져 파쇄기로 빨려 들어간 것입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예외가 아닌 일상이었고, 평소에도 위험작업을 했지만 회사는 방치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선 하루 평균 2~3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를 당해 사망합니다. 직업병까지 합한다면 하루 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사망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의 통계까지 감안한다면, 일로 인해 죽는 노동자의 수는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효율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가 일어나도 기업에 엄격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이 없어 매번 같은 형태의 죽음이 반복됩니다.

김재순씨의 죽음은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노동자의 삶에서 지극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3명의 김재순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 이 사회는 본래부터 저러해서, 저러한 것이 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죽음조차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나와 내 자식이 그 자리에서 죽지 않은 행운에 감사할 뿐, 인간은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해간다.

- 김훈 작가, <빛과 어둠-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중 발췌



2020년 6월(6.1 ~ 6.27)에는 일하다 죽은 노동자 49명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로지 뉴스에 보도된 사망 소식의 통계이며 기록하지 못한 노동자의 죽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일하다 떨어져 사망한 8명 중 4명이 건설업

‘떨어짐’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재해 유형입니다. 2020년 6월 언론에 보도된 죽음을 유형별로 살펴봤을 때, ‘떨어짐’ 사망이 8명으로 ‘사업장 외 교통사고’ 사망과 더불어 가장 큰 비중(17%)을 차지했습니다. 그 8명 중 4명이 건설 노동자였습니다.

2017, 2018년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한 해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 중 50%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55~60%의 사망이 ‘떨어짐’입니다.

2017 전체 사고 사망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 : 52% (964명 중 506명)

2017 건설업 사고 사망에서 추락사가 차지하는 비중 : 55% (506명 중 276명)

2018 전체 사고 사망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 : 50% (971명 중 485명)

2018 건설업 사고 사망에서 추락사가 차지하는 비중 : 60% (485명 중 290명)

정부에서도 2019년부터 건설 현장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건설 현장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환경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배달 사고 증가…

최근 코로나19로 배달 서비스 이용이 늘어나 그에 따른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도 대비 13%가 증가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인천 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던 10대 고등학생이 화물차와 충돌해 숨졌는데 이와 같은 사고로 올해만 (5월 말 기준) 12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제로 쿠팡에서 만든 음식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는 앱에서의 배달 예상 시간에 비해 실제 이동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배달 라이더들은 목숨을 건 역주행과 신호 위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가 나더라도 산업재해 적용이 되지 않아 음식값도, 치료비도 전부 라이더들의 부담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하지 못한다면 배차에 악영향을 받게 되어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늘 안전사고에 노출되어있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배달원들의 고용보험 가입 · 산재보험 확대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최근에 시작되었습니다. 아직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는 배달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020년 6월 노동자 죽음

2020-06-01 / 약품

충남 천안시 / 오후 3시경 / 쿠팡 물류센터 직원 식당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조리사 청소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사망


2020-06-02 / 깔림

대구 서구 평리동 / 오전 9시경 / 주택 철거 공사장에서 60대 인부 A씨가 포클레인에 깔려 사망

2020-06-03 / 떨어짐


경기 고양시 / 오전 6시 10분경 / 한 골프클럽 4층에서 A형 사다리 위에 올라 천장 판넬 교체작업을 하던 중 몸의 중심을 잃고 떨어져 사망


2020-06-03 / 떨어짐(치료 중)

광주시 / 지난달 7일 여수산단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A(57)씨가 광주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


2020-06-05 / 떨어짐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 오전 9시 35분경 / 공장 신축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 고정 작업을 하던 A(59)씨가 9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


2020-06-05 / 떨어짐

서울 성동구 / 오후 3시경 / 신축 중인 건물 7층 높이에서 창틀 관련 작업을 하던 A(54)씨가 추락하여 사망

2020-06-07 / 끼임


경남 창원시 / 오전 7시 30분경 / 전자제품 부품 제조회사에서 하도급 업체 대표 A(31)씨가 세탁기 드럼 튜브 용착 로봇에 끼여 사망


2020-06-07 / 끼임

제주 우도 / 오후 5시 32분경 / 해상에서 목포선적 안강망어선 A호의 내국인 선원 B(63)씨가 양망기에 끼여 사망


2020-06-07 / 원인불상

경남 통영시 한산면 홍도 / 오전 10시 40분경 / 해상동굴에 고립된 2명의 다이버를 구조하다 사망


2020-06-08 / 사업장 외 교통사고

제주 제주시 아라1동 / 오전 10시 56분경 /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인근 교차로에서 퀵배달 서비스 오토바이가 SUV와 충돌하여 배달원 A(37)씨 사망


2020-06-09 / 온열 질환

충청 당진시 / 오후 4시 30분경 /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던 박아무개(55)씨 캠쿨러 A/S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사망. 당시 현장 온도 43도.


2020-06-09 / 전염

경기 안성시 / 오전 5시 12분경 /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3차 감염자인 80대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사망


2020-06-10 / 감전

충북 옥천군 동이면 지양리 / 오후 5시경 / 전기 배선 작업을 하던 전기업체 근로자 A(54)씨 감전되어 사망


2020-06-10 / 깔림

전남 여수시 / 오후 10시 20분경 / 90m 해저터널서 노동자 레일카에 깔려 숨져


2020-06-10 / 자살

대전지 / 오전 중 / 오피스텔에서 신용평가 업체 간부 직원이 홀로 숨진 채 발견


2020-06-10 / 자살

인천 서구 심곡동 / 오후 2시경 / 서부경찰서 3층 탈의실에서 경찰서 교통 소속 A경위(44)가 숨진 채 발견


2020-06-11 / 끼임

울산 북구 / 오후 9시 20분경 / 덕양산업 발포라인에서 작업 중이던 여성 노동자 ㄱ씨가 금형(금속으로 된 거푸집)에 협착돼 사망


2020-06-11 / 사업장 외 교통사고

전북 전주시 효자동 / 오후 10시경 / 도로에서 18살 김 모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승용차를 들이받아 사망


2020-06-11 / 익사

전남 완도군 강독항 / 오전 5시 22분경 / 해상에서 투묘 중이던 646t 바지선이 전복돼 선원 1명 사망


2020-06-11 / 과로사

제주 서귀포시 / 오전 중 / 초등학교 과학 과목 전담 교사 A(60)씨가 수업 중 쓰러져 사망


2020-06-11 / 자살

춘천시 / 오후 11시 39분경 / 아파트 화단에서 11층에 사는 강원도청 공무원 A(47)씨 숨진 채 발견


2020-06-12 / 끼임

경기 안산시 / 오후 2시경 / 반월공단 안에 있는 안산시 재활용선별센터에서 청소용역업체 직원 A(56)씨가 작업을 하다 차량의 쓰레기를 압착하는 회전판에 끼여 사망


2020-06-12 / 떨어짐

경기 세종시 금남면 / 오전 10시 20분경 / 아파트 공사장에서 러시아 국적의 노동자 A(26)씨가 9층 높이(27m)에서 아래로 추락해 사망


2020-06-13 / 폭력행위

전남 여수시 웅천동 / 오전 9시 5분경 /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경비 업무 책임을 맡고 있던 A(71)씨가 다른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에 맞아 사망


2020-06-15 / 떨어짐

울산 북구 효문동 / 오전 10시 55분경 /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약 2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


2020-06-16 / 깔림

서울 영등포구 / 오후 5시경 / 하수관로 보수공사를 하던 40대 작업자가 무너진 흙에 매몰돼 사망


2020-06-16 / 떨어짐

경남 남해군 세존도 / 오전 8시 30분경 / 해상에서 화물선의 창고를 청소하던 20대 중국인 선원이 창고 아래로 떨어져 사망


2020-06- 17 / 화재(2명)

부산 동구 초량동 / 오전 2시 42분경 / LPG 충전소 기계실에서 불이 나 LPG 가스탱크 점검업체 직원 1명 사망 2명 중상(18일에 1명 사망)


2020-06-17 / 떨어짐(2명)

서울 강남구 도곡동 / 오후 3시경 / 하수관 배수 공사를 하던 작업자 2명이 맨홀에 추락하여 사망


2020-06-20 / 사업장 외 교통사고 

경기 포천시 소흘읍 / 오후 11시 20분경 / 구리포천고속도로 축석령 터널 부근에서 1t 트럭이 앞서가던 2.5t트럭을 들이받아 1t트럭 운전 사망


2020-06-20 / 사업장 외 교통사고

충북 영동군 매곡면 유전리 / 낮 12시 20분경 / 도로에서 0.5t의 화물차 운전자가 승용차와 부딪혀 사망


2020-06-21 / 폭발

부산 사상구 삼락동 / 오후 2시경 / 부전~마산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수중 폭발 사고가 나 물속에서 작업 중이던 40대 잠수부 사망


2020-06-21 / 사업장 외 교통사고

울산 북구 매곡동 / 오후 9시 40분경 / 배달 대행업체 오토바이 운전자가 부산행 무궁화호와 충돌해 사망


2020-06-21 / 끼임

광주 북구 / 오후 2시경 / 주유소에서 A(47)씨가 자신의 화물차 운전석 뒤 칸과 적재함 연결 부분 사이에 끼여 사망


2020-06-22 / 익사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 오전 10시경 / 골프장 4번 홀 연못에 보수작업을 하던 61살 A씨가 빠져 사망


2020-06-22 / 온열 질환

광주 북구 / 오후 4시경 /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지하 1층에서 60대 남성 A씨가 의식을 잃고 사망. 당시 한낮 기온 32.8도.


2020-06-22 / 익사

충북 청주시 흥덕구 / 오후 5시 20분경 / 제지 공장 집수장을 점검하던 직원이 집수장 내 수조에 빠져 사망


2020-06-22 / 사업장 내 교통사고

경기 화성시 진안동 / 오전 10시 45분경 /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도색작업을 하던 50세 노동자가 작업용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


2020-06-23 / 끼임

충남 아산시 방배면 / 오전 11시 19분경 / 천지건업 1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20대 이주노동자 기계 사이에 끼여 사망


2020-06-23 / 깔림

부산 강서구 명지동 / 오전 9시 55분경 / 상하수도 관로 공사장에서 60대 현장 소장이 떨어진 크레인에 깔려 사망


2020-06-24 / 사업장 외 교통사고

부산 강서구 대저2동 / 오후 2시 45분경 / 서부산유통지구 자동차 부품단지 거리에서 1t 화물차가 자전거를 타던 60대 경비원 들이받아 사망


2020-06-25 / 사업장 외 교통사고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 오후 7시 40분경 /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10대 고등학생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


2020-06-25 / 자살

경기 양주시 회암동 / 오전 7시 10분경 / 공터에 주차된 택시 안에서 50대 택시기사 숨진 채 발견


2020-06-26 / 깔림

강원 삼척시 / 오후 1시 15분경 / 도계광업소 갱내 지하 452m 지점에서 노동자가 무너진 석탄 더미에 깔려 사망


2020-06-26 / 사업장 외 교통사고

경기 안산시 / 오전 4시 20분경 /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부곡나들목 부근에서 8.5t의 화물차가 옆으로 넘어져 운전자 사망


2020-06-27 / 가스중독(2명)

대구 달서구 / 오후 5시 42분경 / 자원재활용업체 맨홀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5명 가운데 4명이 가스중독으로 쓰러짐. 2명은 숨지고 2명은 중상.


@이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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