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캐기 - N번방 사건 / 권나경, 김소연, 윤지우
1회. N번방 사건, 그리고 타임라인
2회. 사건 이후 ‘법’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 시민들의 참여 플랫폼, 청원)
3회. N번방 사건과 인권 이야기
안녕 얘들아, 난 N번방에 얽힌 인권 이야기를 들려줄 햇감자야! 앞서 봄감자와 알감자의 이야기 잘 들었니? 이제 사건의 흐름과 법에 관련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니. 그럼 지금부터 N번방 사건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게.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디지털 성범죄>
앞에서 봄감자와 알감자에게 들었다시피 N번방에서는 끔찍한 성착취가 일어났고, 피해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은 짓밟혔어. 우선 N번방은 인터넷 속에서 일어났다는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특성 때문에 피해가 단시간에 끝나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지속돼. 당장 노력하면 눈 앞에서 삭제할 수는 있지만, 어딘가에 다운로드 되어있다가 일정 시간 후 다시 나타나는 등 유포는 계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게 되지. ‘저 사람이 내가 어떤 일을 겪었다는 걸 알면 어떻게 대할까?’ 라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찍힐 낙인을 두려워 하게 돼. 그 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유포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검색하게 되고, 대인기피증, 불면증 등 여러 심리 장애 상태에 빠지기도 해. 또한 피해자들은 본인의 영상이 유포되어 가족이나 지인들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오랫동안 성착취를 당하면서도 신고하지 못했어. 하지만, 지난 법 집행은 ‘피해자들은 평생 불안감과 두려움에 산다’는 것을 간과하고 가해자의 죄질에 비해 가볍게 이뤄져왔지. 이는 피해자들이 범죄 신고와 법적 싸움을 망설이게 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 왔어.
<N번방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N번방 안에서 피해자들은 인격체로서 대우받지 못했어.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을 동등한 인권을 지닌 사람으로 대하는 건 고사하고 철저히 본인들의 성적 욕구, 금전적 이익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상품으로 대했어.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에게 유인 당해 성적인 영상을 촬영해 보내도록 강제 당할 뿐 아니라, 특정한 엽기적인 행동을 요구 받기도 하고, 채팅방 안에서 피해 촬영물 속 자신의 얼굴이 스티커로 만들어져 텔레그램 방 안에서 유포 당하는 등 온갖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지. 게다가 피해자들은 이런 비인격적인 대우 뿐 아니라 불법촬영물의 유포로도 또 한번 고통 받아야 했어. N번방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법이 개정된 지금도 피해 영상을 누군가 다운 받기만 하면, 가해자가 감옥에 들어가있어도 제 2, 3의 N번방이 개설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촬영된 불법촬영물은 유포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성범죄 피해 이후 피해자들의 삶>
피해자들의 삶은 성폭력 피해 이후 굉장히 많은 변화를 맞닥뜨리게 돼. 미국의 한 시민단체가 디지털 성폭력 피해 이후 피해자의 삶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2%는 피해 이후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49%는 개인정보 유출과 본인임을 알 수 있는 영상물의 유포로 인해 온라인 스토킹 혹은 성희롱을 당했어. 오프라인에서 유포 피해로 인해 스토킹, 성희롱 등을 당했다고 응답한 피해자의 비율도 무려 30%라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이 되지?
왼쪽부터 피해 후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대답한 비율, 개인정보 유출과 본인임을 알 수 있는 영상물의 유포로 인해 온라인 스토킹 혹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 유포 피해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스토킹, 성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한 피해자의 비율.
특히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집단 성착취 사건의 경우,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신상을 알아내서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로 협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 이렇게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해자가 보복을 하는 등 오프라인에서도 피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 특별히 보호되어야 해. 온라인 성폭력이라고 해서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야. 피해자들은 이런 성범죄로 인한 1차 피해 뿐 아니라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2차 가해에도 노출되어 고통 받고 있어.
<순결한 피해자를 요구하는 2차 가해>
범죄에서 모든 잘못과 책임은 가해자들에게 있음에도 유독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행실, 선택이 사건을 유발한 원인이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비난하는 일이 잦아. 그래서 성범죄 피해자들은 ‘누가 알까 봐’, 수치심에 신고도 못 하고 빨리 샤워를 해버리고, 피해자 본인들은 잘못이 없음에도 죄책감을 가지지. ‘그러게 왜 밤늦게 돌아 다녔냐’, ‘왜 그렇게 야하게 입었냐’, ‘왜 그렇게 화장했냐’와 같은 질문 앞에서 피해자는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피해자만이 신고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게 돼. 사실 순결한 피해자라는 건 존재할 수도 없고, 피해자에게 순결함이 요구되어서도 안 되는데 말이야. 피해자의 행실이 문제라며 피해자를 비난하면 피해자는 ‘내가 잘못한 거구나’라고 자책하며 자신의 피해를 부정하게 되고, 1차로 당한 원래 피해로 돌아가게 돼. 가해자가 만든 범죄 구조에 피해자가 유인당한 건데, 유인을 당했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아. 따라서 우리는 사건에서 피해자의 잘못을 찾기보다는 가해 구조를 만든 가해자에게 집중하고, 피해자가 피해 사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을 회복해 평범한 날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해.
<성범죄 피해 이후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
성범죄 피해자들은 보통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요구 받아. 그래서 피해자들이 농담에 웃거나, 어떤 일로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피해자치고’ 너무 멀쩡하게 잘 사는 거 아니냐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해. 그들은 피해의 진위여부를 의심하며 진짜 피해자와 가짜 피해자를 나누는 의심의 말들로 ‘피해자는 ~해야 해’라는 틀 안에 피해자를 가두려 하지. 사실 ‘성범죄 피해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정해진 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이런 식의 2차 가해는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따라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피해 배상은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에서 피해자들이 피해를 배상 받을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
첫 번째는 피해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민사 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방법이야. 이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형사 소송과는 별도의 과정으로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추가적인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 때문에 민사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이름, 주민번호, 주소가 있어야 판결이 내려진 후 집행이 가능해서, 소장에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기입해야 하는데 본인의 신상이 피고, 즉 가해자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그냥 피해배상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 또한 영상을 시청하고 유포한 가해자가 워낙 여러명이어서 가해자를 특정해서 소송을 진행하기 쉽지 않지. 게다가 법원의 배상 명령을 해도 가해자가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할 수 있어.
두 번째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일일이 피해배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경우, 국가가 대신 배상해주는 ‘범죄피해자보호제도’가 있어. 범죄 피해자 보호에 쓰이는 이 기금은 범죄 가해자로부터 얻은 벌금, 추징금으로 마련하는데, 그 중 6%만이 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쓰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적고. 기금은 크지 않은데 전국의 모든 범죄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지급 기준이 까다롭고 지급액이 적어서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들이 충분한 피해를 받기는 어려워. 신체적 상해에 대해서는 5천만원까지 지원하지만,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이 필요로 하는 심리 치료는 최대 6개월, 4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생계비의 경우 피해자를 부양할 가족이 없는 경우에만 3개월 동안 5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 하지만 정신적 피해가 지속될 수 있고,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경제활동이 어려울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특성을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어.
미국의 사례를 보면, 아동 성착취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에 따라 아동 성착취물을 시청만 해도 벌금 400만원이 부과되고, 이 벌금을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사용해. 피해자가 원할 경우, 현재 받은 피해 뿐만 아니라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잠재적인 피해까지 고려해 4000만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해. 미국은 한국과 법 체계도 다르고 손해배상의 개념이 발달되어 있어 똑같이 비교를 하긴 어렵지만 여기서 배울 점은, 국가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장치를 두었다는 점이야.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강제할 의무는 국가에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국가는 제대로 된 피해 배상으로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피해자들이 자신의 당연한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그 지원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해.
<제 2의 N번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누군가 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가지고 있기만 하면 원래 대화방이 폭파되더라도 제 2, 3의 방이 생길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N번방과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제 2, 3의 N번방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혹은 이미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 해야 할까?
#법
유인을 하지 말아야 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음에도 어른들의 유인에 철없이 응했던 아이들이 잘못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법률은 개선되어야 해.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 따라 성착취의 대상이 되는 아동들은 범죄 가담자가 아니라 무조건 피해자로 대우해야 하는 등 범죄의 탓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일은 멈추어야 해. 또한 N번방 방지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그 법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가해자들의 법의 허점을 파고 들어 새로운 피해자를 유인하고 있지는 않은지 꾸준히 감시해야 해.
#용어의 재정립
또한 우리는 타인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해 유포하는 범죄를 가볍게 느끼게 만드는 ‘몰래카메라’라는 단어를 ‘불법촬영물’이라는 단어로 바꿔 사용했듯이, 아동이 범죄에 있어 성인과 똑같은 책임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성매매’라는 용어를 써서는 안 돼. 대신, ‘성착취’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런 용어의 재정립에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
#기술
디지털 성범죄 유형은 IT 기술이 진화하듯 진화하고 있기에, 예전에 만든 삭제 기술이 지금도 다 적용이 된다고 생각하면. 낡은 방패로 새로운 무기를 막는 형태가 되어버리기 쉽상이야. 따라서 지금 나와있는 범죄 트렌드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 법, 제도, 기술 등이 공조를 해서 막아야 해.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한번 올라온 성착취물은 인터넷 세상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아 한 번의 삭제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기에 지속적인 서비스의 제공을 정부 기관에서 나서서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어.
#가해자의 신상공개
조주빈이 신상 공개가 되어 상당부분 심리적 타격을 받은 것처럼 가해자들은 본인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데 있어 꽤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해. 따라서 성착취물 제작자 뿐 아니라 유포, 소지,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회원들까지 모두 신상 공개를하겠다고 강경하게 선포하는 순간, 그들이 위압감을 가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해. 따라서 우리는 사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며 피해자들과 연대해야 해.
#안전한 사회
우리 사회가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된다’,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그걸 느끼게 해주는 게 우선되어야만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숨기지 않고 신고할 수 있어. 이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지점들이 실현되어야 하고, 우리도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