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에 대한 생각 / 김슬
쓰는 날인 10월 16일 연기되었던 공연 일정이 다시 잡혔다.
미처 다 꾸미지 못한 화폭을 오랜만에 그려내는 기분이다. 친구들 외로운 시간은 벌써 한참 전에 지났는데, 지나간 추억을 갑자기 계속하려니 어쩐지 민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쩔 때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생기니까, 바꿀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한 하소연은 하지 않아야 맞다. 이번 기사에서는 객관적인 통계를 통해 각각의 개인들이 ‘한여름밤의 꿈’ 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사실적으로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사의 목적은 한여름밤의 꿈, 즉 한꿈에 대한 개인적, 전체적 피드백을 통해 한결 나은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에 교육과정을 요목조목 뜯어보는 비판적 각도의 시선을 사용하는 일이 주로 없다. 특히나 학교에서는 기회가 주어지면 주어진 대로 즐기고 마는데, 그러나 연극제는 교육목표의 상당한 비중을 담당하는 과정이니까 성찰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어보였다. 그래서 지행이가 제안한 기사에 팀으로 참여했다. 제목이 ‘한꿈 이거 맞아?’ 인데 솔직한 뉘앙스가 느껴져서 좋았다. 기사는 추후 인터뷰나 토의 등을 통해 이 목적을 실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그 첫 번째 과정으로 10.19~10.21 까지 진행되었던 설문에 대한 분석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행이가 자발적으로 총대를 매주어 문항 제작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 자신이 기획한 기사에 대한 열정이 보였다. 어쩐지 나만 꿀빤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한꿈에 대한 기대와 만족도, 그 사유, 개별적 피드백 등으로 이루어진 이번 설문은 16기 학생 19.6%, 17기 학생 25%. 그리고 한꿈을 직접 경험한 18기 학생 55.6%, 총 72개의 응답을 얻어냈다. 온전하지는 않지만 반 이상의 18기 학생들이 참여한 만큼 다양한 경험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설문의 제목부터 ‘한꿈 이거 맞아?’ 니까...한꿈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받아들인 학생들에 비해 비판적으로 경험한 학생들이 설문에 비교적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점도 조심스레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느꼈다. 어떤 통계에서도 응답을 주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읽는 사람의 몫이다.
1. 기대의 정도와 그 이유
한꿈에 기대한 정도기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26%의 응답자가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는 응답을 제출했다. 꽤 기대하고 있었다는 응답이 50%, 그저 그랬다는 응답은 16.7%,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5.6%,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가 1.4%로 대부분의 응답자가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한 이유를 통계로 살펴볼 수 있었다.
한꿈에 대한 기대의 이유로는 ‘한꿈이라는 교육과정에 대한 인지가 있었다’ 36명, ‘교육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23명, ‘한꿈을 경험해본 사람들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가 좋았다’가 18명, 기타 이유로는 친구들과의 추억에 대한 기대, 다사다난한 준비과정을 통한 즐거움과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한편 한꿈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응답자들의 이유는 ‘교육과정에 대한 인지가 없었다’ 는 응답이 3개, ‘교육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기대가 없었다’가 5개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먼저 대부분의 응답자가 한꿈에 대한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이러한 기대의 기반이 되었다는 점이다. 보이는 것처럼 구체적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한꿈의 ‘과정에 대한 만족도’를 다음으로 살펴본다.
2. 만족도와 그 이유 (진행 중에 있을 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과정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한꿈이 ‘진행 중’에 있을 때와 ‘끝마쳤을 때’의 응답이 나뉘어 수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 상태에 있던 18기 한꿈이 얼마 전 재진행으로 결정된 만큼 연극은 마무리가 여태 지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우선은 진행 와중의 만족도만 다루는 것이 정확할 것으로 생각했다.
한꿈 진행 중 만족도에 대한 응답은 ‘만족스러웠다’가 45.9%, ‘그냥 그랬다’가 25%, ‘만족스럽지 않았다’가 29.2% 였다. 만족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이유는 ‘친구들과의 관계발전만족’ 22명, ‘교육과정의 존재’ 16명. ‘업무강도와 업무량’ 9명, ‘배움에 대한 만족’ 9명이었고. 불만족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이유는 ‘친구들과의 마찰에서 나오는 불만족’ 14명, ‘업무강도와 업무량’ 9명, ‘지도해주시는 분들과의 마찰’ 8명이었다. 불만족사유에 대한 기타 응답으로는 스스로의 참여태도에 대한 불만족, 사안결정에 있어서의 일방적 통보방식, 시험이나 교과시간으로 인한 집중에의 기간적 어려움 등이 있었다.
한꿈에 대한 기대에 비하면 응답이 부정적인 느낌이 눈에 띄게 강하다. 다만 만족 사유는 물론 불만족 사유를 보았을 때에는 오히려 한꿈에 대한 기대사유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눈여겨봄직하다. 강한 업무강도와 업무량, 친구들과의 마찰 등 진행과정에 대한 예상, 심지어는 어떤 기대나 애착을 가지고 시작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나름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기적인 부분이 크다.
업무라는 것이 보다 자유롭고 즐거운 환경에서 이루어졌다면 그것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한결 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령 지금 시기에는 회의나 연습 같은 부분도 여건이 안 되어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기 마련이었고, 리허설 막판까지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또 같은 양의 스트레스라고 해도 답답하고 불안한 시기에 더욱 크게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마지막까지 공연 여부조차도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 결국은 취소된 공연일정 등 열악했던 환경이 한꿈에 대한 경험을 어쩌면 더 힘겹게 하지는 않았을까? 연극제에 대한 기대와 그 만족도에 대한 응답경향의 변화에 있어 이 점은 한번쯤 생각해 볼 부분이다. 또 반드시 그러란 법은 없지만-지도해주시는 분들과의 마찰이나 학교의 통보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시된 것을 보았을 때, 어쩌면 어려운 때일수록 모든 것을 더 조심스럽게-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했던 학교가, 실수했던 점은 없을지 성찰해볼 기회인 것 같다. 일학년 교육목표인 친밀감과 안전지대 형성에 있어 한꿈은 큰 역할을 가진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과정에 있어 보완할 점을 느끼는 시간이었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고 소통하는 것이 뭣보다도 중요하다.
3. 개별 피드백: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마지막으로는 한꿈에 대한 개별 응답을 살펴보려고 한다. 좋았던 점은 56개, 아쉬웠던 점은 44개가 들어왔다. 이러한 응답들은 학생 각각이 한꿈을 어떻게 경험했는지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 같아 중요하게 느껴졌다.
좋았던 점들로는 가장 먼저 즐거웠다, 라는 점과 교육과정의 온전한 학생주체성(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힘으로 이뤄내어야 함), 연극이라는 신선한 분야에의 접근, 혹은 표현-그러니까 발산의 기회, 또 과정을 통한 친구들과의 추억과 자연스런 단합, 자기발전, 또 아무렴 이런 것들을 전부 포함한 몹시 ‘특별한 기회’라는 점 등이 있었다. 이런 감상들을 보면 올해 본래의 교육목표나 학생들이 기대했던 바가 성취된 바도 있는 것 같아 한편으로 참 다행이고 기쁘다.
한편 아쉬운 점은 한꿈을 대하는 온도차, 업무량의 지나침과 편중성(이것 또한 열정의 차이(온도차)에서 야기된 것으로 보인다) 친구들과의 갈등, 스스로 성장하거나 느낀 바가 없다는 점, 코로나 사태 (시나리오 제작과 진행과정(회의와 연습, 공연, 등)에의 제한) 등이 있었다.
관련해 나의 경우에는 한꿈을 비교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경험했다. 실은 우리 반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적었던 축으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각별히 고생한 친구들이나 다른 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함께 기사를 쓴 지행이와 나도 같은 시간을 제각기 다르게 경험한 것 같은데 친구들은 어련하겠나 했다. 다양한 응답을 통해 한꿈을 전체적인 시각, 다시 개별적 시각에서 살펴보고 피드백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고생 많은 과정이었고 꿋꿋이 잘 지나보낸 것이 대단하고 기쁘다. 여태 완전히 마무리짓지는 않은 만큼 남은 일정도 너무 속상함 없이 서로 힘 주며 소화했으면 좋겠다.
4. 더 나아가
첫 단계인 설문의 마지막 문항은 앞으로의 취재에 대한 참여여부를 묻고 있다. 무려 45명이 인터뷰와 토의, 회의 자리에 대한 참여의사를 밝힌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체적이란 생각에 멋지다고 생각하지만서 한편으로는 확실히 올해 한꿈에 할 말이 좀 많은 것이 분명하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쉬운 경험이었기 때문에 더 나은 ‘한여름밤의 꿈’을 바라는 목소리가 이렇게 발화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마치면서 말하자면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자료를 공유해준 지행이에게 가장 고마운 마음이 든다. 또 18기. 남은 시간 앞으로도 파이팅했으면 좋겠다. 이어질 취재에도 많은 참여를 부탁하고 싶다. 어설픈 글이지만 성찰이나 피드백에 있어 나름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읽는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었으면 바램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