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1년, 한국 정치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나

돌골평론 : '조국 사태' 1년 - 정치의 책무 / 박다안

by 와이파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0월 14일 사퇴하며 일선 이슈에서 ‘조국 사태’가 사라진지 1년, ‘조국 사태’는 한국 정치를 관통하는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 민주당과 문재인 행정부는 그들의 책무를 어떻게 처리해왔고, 처리하게 될 것인가?




문재인 정부의 4년차는 과거 다른 행정부보다 수월한 행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 문민정부 이후의 모든 행정부는 임기 4년차에 돌입하며 집권 능력의 하향세를 맞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4년차 10월의 정부 지지도는 이명박 (37%), 김영삼 (34%), 김대중 (28%), 박근혜 (26%), 노무현 (16%) 순이었다. 긍정평가가 우세한 문재인 (47%) 행정부의 현 시기 지지도는 이례적 수치다.


높은 정부 지지에 힘입어 생겨난 ‘거대여당’은 문재인 행정부의 최대 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과거 집권 후반기 행정부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인 2016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으며 원내 2당으로 전락했고,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졌다. 이명박 행정부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었으나, 임기 4년차였던 2011년, 2번의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며 위기를 맞아 ‘레임덕’ 현상으로 이어졌다. 노무현 행정부의 4년차에도 비극은 이어졌다. 당시 여당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원들과 청와대가 갈등을 빚으면서 이후 대규모 탈당 사태가 일어났다.


이렇듯 행정부 4년차의 높은 지지와 안정적인 국회 구성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문재인 행정부의 높은 지지율은 보다 안정적인 여당 운영을 이끄는 원인인 동시에, 다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도모할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정작 문재인 행정부가 맞았던 가장 큰 위기는 4년차가 아닌 3년차였다. 문재인 행정부가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시기(2019년 8월 2주~10월 2주 평균 지지율 43%, 한국갤럽)이자, ‘조국 사태’가 정치권에서 가장 치열한 논란이 되던 시기였다.


‘조국 사태’가 벌어진지 1년,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현 행정부의 운영과 정치적 흐름에 유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련 의혹에 대한 재판이 종료되지 않았기에, 여전히 ‘화약 창고’와 같다.


이번 기사에서는 시민들이 ‘조국 사태’에서 느꼈던 분노의 본질은 무엇이었는지, 위기에서 잠시 벗어난 행정부와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정치적 책무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조국 사태' 1년,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현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19년 7월까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음.

2019년 8월 9일, 정부 개각에서 조국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었음. 문재인 행정부의 검찰·사법 개혁을 위한 인사로 해석됨.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후 야당에서부터 의혹에 대한 공세가 시작됨. 주요 의혹은 자녀 학업 비리 논란, 사모펀드 논란, 유재수 감찰 논란, 웅동학원 비리 논란 등.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등 대학교에서 조국 임명 반대 집회 시작.

검찰, 조국 의혹들 수사 착수. 압수수색에 들어가며 정계에서도 ‘조국 사태’가 더 큰 이슈가 되기 시작.

9월 2일, 조국은 무산된 인사청문회 대신 기자간담회 열었음.

9월 6일 조국 인사청문회 개최. 그간 다뤄진 논란이 크게 흔들릴만한 질의 없이 종료.

9월 9일 문 대통령, 조국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임명.

검찰,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등 적극적 수사에 들어감.

10월 8일, 조국 장관 검찰개혁안 발표. 주요 골자는 검찰과 법무부 감시 강화, 인권 침해 소지 있는 수사관행 개정.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직 사퇴 발표.

'조국 사태' 1년, 조국 일가는 11가지 혐의와 관련되어 기소되었음. 대부분의 재판이 현재 진행 중.

사모펀드 논란 관련 조국의 5촌 조카 조씨 1심에서 징역 4년 선고.

웅동학원 채용 비리 논란 관련 가담자 2명 2심에서 실형, 조국 동생 조씨 1심에서 징역 1년 선고.


PYH2019090909510001300_P4.jpg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강남좌파의 한계? 86세대의 한계? 청년과 조국의 괴리, 사실 계급문제다.


‘조국 사태’가 가진 특이점은 사회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루는 세대로 인식되어 왔던 20대가 여론의 전면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서울대·고려대 등 몇 대학교를 필두로 조국 장관 임명 반대 집회가 벌어졌고, 주류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9년 8월 30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20대는 조국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적절하지 않다 (51%)는 응답이 적절하다(23%)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이후 9월 18일의 리얼미터 조사 (20대 – 28.7%/50.4%), 9월 20일의 한국갤럽 조사 (20대 – 30%/51%)에서도 여론의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50대 (25~43%/53~67%)보다 부정적이고, 60대(13~26%/66~68%)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성이다.


이러한 20대의 부정적 여론은 '조국 사태'가 그들에게 민감한 ‘공정성’ 문제를 건드린 것처럼 보인다. 실제 '조국 사태' 이후 ‘대입개편’, ‘인국공 사태’, ‘의사파업’ 등의 사안에서 문재인 행정부의 ‘공정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특히 주류 보수 미디어의 공세가 쏟아졌다. 보수 미디어는 ‘386(586) 세대’가 현 한국사회의 수혜자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운동권’, ‘386 세대’의 도덕성 문제와 결부시킨다. 386 세대는 국회와 정부에서 지나치게 큰 권력을 가졌고, 사회경제적으로 시대를 타고나 시장권력을 독점하고 있기에 청년들의 현재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수 미디어의 386 과잉독점 프레임은 ‘조국 사태’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의 본질을 세대 문제인 것처럼 공략했다.


문재인 행정부도 청년들의 공정성 의제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공정’을 27번, 지난 9월 19일 청년의 날 대통령 기념사에서는 ‘공정’을 37번 언급하며 공정 담론에 분노하는 청년 세대에 공감하려는 태도를 비췄다.


비판하는 진영도, 여당과 행정부도 청년들이 ‘조국 사태’에 분노한 원인을 공정성에 대한 세대 의식 차이에서 찾는다. 분노의 본질은 과연 세대 의식 차이일까?


“저는 조국 교수 딸 논란마저도 있는 사람들끼리의 이야기란 생각이 듭니다. 입시제도가 공정한지, 고등학생 논문 저자가 가능한지 같은 논란은 대학에 갈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소위 특목고나 인문계고 학생들 말입니다. 대학을 애초에 포기한 채 19세부터 노동을 해야만 했던 저희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노동자 공동체 ‘청년전태일’이 작년 8월 말 개최한 공개 대담회에서 은성PSD 소속 정주영씨는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의 논란에 대해 위와 같이 이야기했다. 은성PSD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군이 다니던 회사다.


지난 해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의 성명 ‘우리의 교육을 외치다 - 祖國에게’에서는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의 의혹 조사’뿐만 아니라, ‘고위 공직자 자제에 대한 조사’, ‘교육·입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구’를 담고 있다. 서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 ‘명문 대학’으로 불리는 대학 총학생회가 ‘조국 사퇴’ 요구만을 담은 성명과 비견된다.


'조국 사태'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분노의 근원은 세대 의식 차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같은 시기, 같은 사건을 두고 낸 청년들의 목소리의 온도 차이가 방증한다. 그들이 속한 각기 다른 계층은 세대를 초월한 관점을 형성한다.


입시 경쟁을 뚫고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능력주의를 신봉한다. 형평성을 중시 여기는 경쟁 시스템에 속해 살아온 그들에게 조국은 공정한 경쟁의 룰을 깬 ‘규칙 위반자’다.


그러나, 노동자 계층에 속한 이들은 조국 사태에서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회의 격차를 느낀다. 그들에게 조국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내려온 ‘외계존재’다. 그들이 가지는 분노는 기회에 접근할 수조차 없는 현실에 괴리를 느끼는 청년들의 박탈감에서 비롯되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분노는 곧 노동자-서민 계급이 접근할 수 없는 기회를 얻는 엘리트 기득권에 대한 분노다.


즉, '조국 사태'에서 느끼는 청년들의 분노의 본질은 ‘계급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직시한 이후다. 서울대 학생들, 경북대 학생들, 청년 노동자들, 그리고 여당과 행정부가 가진 인식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합의와 논의가 중요하다. 이 조율 과정이 당대 정치에 주어진 책무였다.



문재인 행정부와 민주당, 계급 정치에 집중해야


시사IN 천관율 기자는 지난 해 9월 <‘조국 대란’이 드러낸 울타리 게임> 기사에서 조국과, 그가 몸담은 정치 세력이 향후 ‘울타리 게임’(계급 변동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향후 한국 진보 정치에 흥미로운 질문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문재인 행정부는 지난 1년간 ‘울타리 게임’에 민감하게 대응했을까?

우선, 앞서 소개되었던 바와 같이 문재인 행정부는 공정성 의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9월 청년의 날 대통령 기념사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이슈가 되었던 ‘인국공 사태’를 언급했다. “때로는 하나의 공정이 다른 불공정을 초래하기도 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한편에선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의 눈높이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려면 채용, 교육, 병역, 사회, 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체감되어야 한다”며 ‘공정경제 3법’, ‘채용실태 전수조사’, ‘청년 취업지원 프로그램’ 등 구체적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정성 의제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얼핏 청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공정성 의제에 갇혀 청년들에게 대안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울타리 바깥의 시민’에게 공정성 의제를 당위적 가치로 만드는 정치는 계급문제를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진정 청년들의 안전과 도전을 바랬다면, 경쟁에 시달려 불안한 청년들에게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다짐이 아닌, 어느 대학을 나오더라도, 혹은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적 미래를 다짐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청년들 스스로 ‘공정’이라는 가치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정치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물론 문재인 행정부와 민주당이 노동자·서민 계급의식을 가진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를 지향할 수 있을지는 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거시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문제다. 정치 집단이 거대 의제를 대처하는 태도와 비전을 1년 만에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지난 1년 민주당과 문재인 행정부는 ‘공정성’ 의제의 대안 가치에 대한 담론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울타리 밖의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What you are seeing is what you want to do


당신은 '조국 사태'에서 어느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검찰 개혁’? ‘내로남불’? ‘계급적 박탈감’? 당신이 초점을 맞추고 보는 것이, 곧 당신의 윤리이자 이념이고, 계급의식이 위치한 곳이다. 모르긴 몰라도, 당신이 품고 있는 키워드는 당신을 구성하는 정체성이다. 그리고 나는 그 중 미디어에 잘 비춰지지 않은 개념을 소개했다.

당신이 ‘조국 사태’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건, 당신의 의견은 항상 옳다. 이념과 사상에 대한 선호는 개인 윤리 의식에서 비롯되고, 모든 인간의 윤리적 판단은 타인의 잣대로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조국 사태'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맞을 것이다. 물론 법의 판단은 예외다.


정치인으로서의 조국과 그가 속한 정치 집단 윤리를 논했을 때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을까?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1년 전의 '조국 사태'가 던져준 질문은 명확하다. ‘민주당은 노동자·서민 계급을 대표할 수 있는 정당으로 나아갈 것인가?’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시간도 충분하다. 핑계로부터 도망칠 곳 없는 민주당의 개혁 정치는 어느 계층을 향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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