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추천 / 명시경
끊이지 않는 침체
다시 시작된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과 함께 확진자가 날로 늘고 있다. 아무리 오래 지속된 코로나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하더라도, 모임이나 외부 활동 자체를 꺼려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은 경기침체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 건강과 안녕에도 직결된다. 갈수록 개인을 환기시켜주고 활력을 불어넣을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산업 중 극장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국내 영화산업 역시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밖에 나갈 수도 없거니와 더이상 볼 영화도 없다. 특히 영화를 편히 볼 시간이 없는 수험생이나 직장인과 같은 사람들 중에서도 영화를 본 기억이 까마득한 과거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우면서도 유의미한 매체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본 기사는 새로운 환기구로서 ‘단편영화’를 추천하고자 한다.
국내의 단편영화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도 않고 관객층 자체가 많지 않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단편영화도 많지 않아 충성스러운 고정 소비자층을 형성하기도 쉽지 않은 탓에, 단편영화는 ‘매니악한’ 매체로 분류되기 쉽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거나 관람에 큰 돈이 들지도 않는 단편영화는 한 번이라도 도전해 익숙해진다면 상당한 이점들을 가진 매체임에 틀림없다.
단편영화는 다양한 예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일상에 있는 보편적인 예술이다.
시를 좋아한다면, 단편영화를 추천한다. 장편 영화가 소설과도 같다면 단편영화는 시적이다. 장편에 비해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단편의 특성상 간결하며 상징적이고, 자잘한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들이 많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일분 일초가 소중한 수험생이나 직장인과 같은 대상에게도 안성맞춤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단편을 ‘10분을 투자해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하면서도 문학적인 경험’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단 한 번의 화면전환만으로 길고 테크니컬한 롱테이크를 선보인 톰 노아케스 감독의 <Nursery Rhymes>은 호주의 시드니 영화제와 스크린 사운드 길드에서 최고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렇다고 단편영화가 짧은 유희에 지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단편영화에는 그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가진 영화들이 많은 만큼 사회적 소재를 다룬 영화도 많다. 영화 Oblivious는 청소년 성매매와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다루며 서사의 공백을 채운 바 있다.
만약 음악과 춤을 좋아한다면 단편영화가 더욱 좋은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 뒤에서 설명할 ‘유월’과 더불어, 생각보다 많은 영화들이 무용과 음악을 영화 전반에 접목시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라디오헤드의 리드싱어이자 작곡가인 톰 요크가 출연한 ‘ANIMA’에서는 그의 음악과 무용, 그리고 굉장히 감각적인 연출에 빠져들어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음악의 뮤직비디오와는 달리 명확한 서사를 이루면서도 움직임과 음악을 이에 그대로 녹여 직관적 감각을 건드리는 단편영화는 아주 짧은 시간만에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단편영화들이 많이 등장하고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졸업작품으로 유튜브를 달군 단편영화 ‘유월’과 전주영 감독의 ‘시간 에이전트’는 훌륭한 작품성과 완성도로 화제가 되며 네티즌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코미디나 공포, SF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단편영화들이 꾸준히 선보여지고 있다.
단편영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편 상업영화에 비해 상업적 성격이 크지 않지만,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단편영화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무료로 볼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 역시 다양하고 어렵지도 않다. 많은 이용자에게 친숙한 유튜브에도 방대한 양의 단편영화가 업로드되며, 씨네허브와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양질의 단편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인디포스트 역시 매거진처럼 훌륭한의 영화와 소개가 주기적으로 업로드되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정보들을 제공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일부 OTT 서비스에서도 단편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하루 정도는 단편영화 한 편을 관람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좋은 영화와 더불어 좋은 삶이 독자들의 곁에 항상 함께하기를 바란다.er-Media-te / 10115 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