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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녀작가 May 28. 2024

꽃차 향이 참 좋습니다

엄마작가

 꽃차 브렌딩을 해보았다. 장미, 팬지 그리고 메리골드, 국화에 허브와 과일칩을 섞어 꽃차를 만드는 체험이었다. 꽃마다 어울리는 허브와 과일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꽃에 어울리는 허브와 과일칩을 골라 잘게 부수어서 티백에 넣었다. 작업을 할수록 향이 더해지고 어우러져서 기분이 맑아졌다. 어릴 적에도 지금처럼 꽃을 가지고 놀았던 적이 있었다.


 우리 집 화단에는 장미꽃이 만발했다. 봄 같은 분홍 장미와 가을빛을 닮은 붉은 꽃이 여름이 되면 같이 피어나서 한 계절을 보냈다. 어린 나는 그 꽃을 가지고 소꿉놀이했다. 먹을 수 있는 장미꽃으로 밥을 짓고 떡을 만들어 친구와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장미꽃은 씹으면 씹을수록 향긋하고 상큼했다. 처음에는 별맛이 없다가도 씹을수록 꽃향기가 느껴졌다. 장미는 화려해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맛은 순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 소꿉놀이할 때마다 먹을 수가 있었다. 소꿉놀이하면서 먹던 장미를 어른이 된 지금은 차로 마시게 되었다. 장미 꽃차를 다 만들고 나서 국화차를 만들다.


 국화꽃을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한 번은 친정에서 언니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국화차가 감기에 좋다고 말이 나오게 되었다. 엄마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국화꽃이 지고 겨울이 되어 아버지 제사 때 친정에 가니 엄마가 국화차를 만들었다며 내놓았다. 화단에 있든 국화와 화분에 있던 고운 국화꽃으로 차를 만들었다면서 감기 걸리기 전에 자주 마시라고 했다. 


 언니가 집에 가자마자 차로 마셔보니 맛이 너무 진하고 독해서 마실 수가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엄마는 국화차를 그대로 말려던 것이다. 그다음 해에 엄마는 국화를 살짝 쪄서 볶듯이 말렸다. 그랬더니 시중에 파는 차처럼 향긋하고 맛있었다. 감기에 좋다는 말을 엄마는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나 보다. 딸들에게 어떻게라도 좋은 것 주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국화차에서 느껴졌다.

 

 아쉽게도 엄마의 국화차는 계속 마실 수는 없게 되었다. 가을이 되면 엄마가 만들어 준 국화차가 생각난다. 오늘처럼 국화차를 보니 더 엄마가 보고 싶어 진다. 이젠 내가 엄마처럼 꽃차를 만들어 딸에게 줄 순서가 된 것 같다. 나중에 딸도 꽃차와 함께 나를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것 같다. 하루빨리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길 바라며 차 만드는 것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에 내가 만든 장미차를 우려 마셨다. 이럴 수가, 붉은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붉은색을 한 모금 마셨더니 입안에서 레몬 칩이 상큼하게 인사하고 싱그러운 장미 향이 혀끝에 살포시 내려앉아 차 맛이 은은했다.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릴 적 소꿉놀이하면서 먹었던 맛보다 더 세련된 장미 맛이었다. 차를 마시는 지금 내 입안은 온통 장미꽃밭이 되었다.



#꽃차 #꽃차브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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