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의 여유

엄마작가

by 모녀작가

살아온 시간이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긴다.

욕심을 버린 자리에 여유라는 씨앗이 뿌리를 내린듯하다.

사실 욕심을 버리고 싶어서 버린 것은 아니다.

한 살 한 살 더해지는 나이가 어느 순간 버려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한땐 나도 욕심을 내야 앞으로 갈 수 있는 나이가 있었다.

말 그대로 한때이다.


추석을 앞두고 손주 맞이 대청소를 했다.

집에 있는 물건의 반 이상을 버렸다.

새 소파와 식탁은 손주의 부모인 딸과 사위가 선물해 준 것이다.

그 선물에 어울리는 장식장과 수납장을 넣어 거실 분위기를 바꿨다.

바닥에 있는 매트도 교체했다.

화장실에 있는 낡은 것들은 남편이 모두 교체했다.


옷장, 신발장, 수납장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넘치도록 담겨있었다.

물건이 많아 끝없이 수납장을 사면서 살아왔다.

벽이란 벽에는 책장 아니면 수납장으로 도배를 하듯 채우고 또 채웠다.

채우는 나이가 지났다는 것을 청소하면서 알게 되었다.

물건을 버리니 책장과 수납장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집에 벽이 다시 살아났다. 벽이 숨을 쉬니 집 공기가 달라졌다.


‘구년면벽’ 9년 동안 벽을 보고 깨닫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구 년 동안 물건에 가려져 숨도 못 쉬던 우리 집 벽이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살아야 내 안에 사는 너도 살 수 있다.”

나이를 가지니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여유가 생겼다.


가진 자의 여유 1.png
가진 자의 여유 3.png

#대청소

#구년면벽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녕 2024, 안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