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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May 31. 2024

작가가 되기로 했다

국어가 싫었던 이과생의 작가 도전기

나는 어릴적부터 글을 읽는 행위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주 가끔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읽는 것 외에는 교과서의 활자를 눈에 담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책은 지루한 것이며 수면제였다. 내 삶은 영원히 책과는 담을 쌓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책 읽는게 싫어’라는 자아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책을 손에 쥐고 진지하게 읽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약 2년 전 이사와 이직을 동시에 겪으면서 무슨 용기였는지 책을 한 권 빌려 읽었다. 그 책이 나를 독서의 세계로 끌어 들일 줄은 몰랐다. 내가 알던 내가 아니었다. 책의 내용을 모조리 흡수할 것 처럼 빠져들어서 읽었다. 영감을 받고 실천했다.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새벽 기상이었다. 아침잠이 많은 40년을 살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았다. 기상 시간을 2시간이나 당겨 4시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할까 싶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많았다. 운동, 독서, 식사 등으로 새벽 시간을 채워나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운동하는 사람과 자기계발에 열심히인 사람들로 채워졌다. 매일을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와 가까운 곳에 늘 있었다. 그 사람들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친분이 쌓이고 정보도 풍부해졌다.


그 중에는 책을 읽는 사람도 많았다. 책 얘기를 나누다보니 작은 모임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스스로를 ‘리더스(Lead Us)’라 부르며 책을 함께 읽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달 함께 읽은 책에 대해서 문답지를 작성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짧게 오가던 이 문답지가 지금 내가 글을 쓰게 만들었다.


문답지를 적어 냈을 뿐인데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얼떨떨하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칭찬이겠거니 웃어 넘겼다. 난 IT 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는 전형적인 논리형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나에게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마음 한켠에서는 그 제안이 맴돌았는가보다. 집에 돌아와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찾아보았다. 일본의 유명 작가의 에세이도 찾아 읽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맞는건가’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했고, 이내 그 행보를 마음 속에서 지웠다.


글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살던 최근의 일이다. 다시 한 번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저 웃어 넘기면 될 일이었을 텐데 무슨 변덕이 생긴 것인지 냉큼 글을 쓰겠다고 말을 내뱉었다. 일단 하겠다고 내뱉고 나니 주마등처럼 아이디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적어나갔다.


‘내가 글을 쓴다고?’


이렇게 설레던 적이 있었던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전에 어쩔 줄 모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정신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순간에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딱 한 가지 또렷한 것이 있었다. 나에게 이 제안을 해준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글로 적자면 끝이 없고, 감정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겠지만 그의 인생을 가슴에 고스란히 받아 들이고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한 자 한 자 적어 나간다면 적어도 그 인생에 대한 존중을 표현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이 최초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심을 했고 일을 저질렀다. 내 끈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명확한 것은 지금이 해야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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