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등학생 시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글과 담을 쌓았던 나이기에 일기를 쓰는 행위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었다. 방학 숙제로 줄곧 나왔던 일기는 놀이에 밀려나 방학 막바지에 소설처럼 사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며 휘갈겨야만 했다. 창작의 고통을 그때부터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 후로도 글과 담을 쌓은 나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활자로다. 그 안에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누가 무슨 생각을 하며 써냈는지 내 알 바 아니었다. 보물은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의 앞에서 가치가 있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수많은 보물을 무가치한 종이 쪼가리에 프린트물로 여겼다.
그렇게 40년을 살았다. 책 안 읽기로 끈기를 논하자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연평균 독서량을 따지자면 0에 수렴했다. 공부 열심히 하는 줄 알고 있는 우리 부모님이 아시면 통곡하실 일이다. 난 교과서 외에는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20년 인생을 통틀어 소설을 포함해도 1권이 전부였다. 그 마저도 완독하지 못했다.
그래도 대학은 나와 입에 풀칠은 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었다. 세월이 덧없이 지나가고 있었고, 세상은 무섭게 발전했다. 정보의 바다라고 하던가. 이제는 정보의 허리케인쯤 되나 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성되고 잊힌다. 글이라는 것은 책을 넘어 화면을 통해서오르고 내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기술의 발전 덕에 나는 뒤늦게나마 글의 힘을 깨우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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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이라면 기연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더 잘 벌고 싶었고,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호기심은 점점 깊어져 갔고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불 타올랐다. 부자들이 무조건 한다는 독서에 관심이 생겼다. 그들 중 하나의 독서 리스트를 받아서 언젠가는 봐야겠다며 저장을 해뒀다.
나의 독서는 그 후로도 1년 여가 지난 후에나 시작되었다. 운 좋게도 새로운 집,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이사를 마치고 짐 정리를 하고 나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래전 저장해 두었던 독서 리스트가 생각났다. 그때 다시 열었던 이 독서 리스트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