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베텔에게
베텔, 잘 지내?? 우리 고작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데, 못 본 지 너무 오래된 느낌이야. 외국에 사는 친구들은 가끔이라도 한국에 오면 애써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보곤 하는데 다음이 있단 핑계로 우리가 못 본 지 거의 일 년이 되었지 싶네. 벌써 연말인데, 올해 만난 기억이 없어. 정말 그런 걸까?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그거 알아. 벌써 우리 알고 지낸 지 10년이 되었다. 그 말은 베텔이 한국에 산지 거의 20년이 되어간단 소리겠지? 한국에서의 삶은 어떠니? 이제 별 감흥도 없고 신기한 것도 없고 그러려나?
난 지금 조지아에 있어. 한 달 동안 여행 중이야. 집 떠나온 지 벌써 3주나 되었어. 그래도 아직 열흘 넘게 남았는데 왠지 돌아 간 후에 이 곳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들 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아쉽다. 근데 그렇다고 그 그리움을 덜기 위해 남은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와인을, 더 많은 여정과 방황을 감당하려는 욕심을 부리다간 몽땅 망쳐버릴 듯해서 그냥 씁쓸하게 빈둥거리며 살아.
오늘은 아침에 요가 수업을 갔다가 오후엔 므타츠민다 파크에 가서 대관람차를 타고 왔어. 올드 트빌리시라고 불리는 지역 어디서나 산 중턱에 있는 대관람차가 눈에 띄어 꼭 한번 가봐야지 하던걸 오늘에야 간 건데 가보니 놀이공원이더라고. 그 가기 위해 산을 오르는 Funicular railway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는 생긴 지 100년이 넘은 놀이공원이었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별생각 없이 간 거지. 놀이기구들이 꽤 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운행하는 게 거의 없더라고. 그래서 굳이 대관람차를 탔다. 그거 보러 간 거지 타러 간 건 아니었는데, 여럿의 놀이기구 중 걔만 운행하는 듯하더라고 그래서 타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혼자 천천히 돌아가는 작은 대관람차 안에서 트빌리시 전경을 내려다보며 굳이 혼자서 이걸 왜 탔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 원래 스릴 넘치고, 스피디 한 놀이기구만 좋아하는 사람인데.. 대관람차나 회전목마 같은 거는 로맨스 없이는 탈 게 못된다는 게 원래의 내 생각인데 말이야. 근데 왠지 베텔은 그런 거 좋아할 거 같아.
그리고 내내 방황하며 빈둥거리는 하루였어. 조지아는 여행하기 썩 좋은 곳이야. 안전하고 물가도 싸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먹거리도 풍부한?? 며칠 전 도하의 카타르 항공에서 일하는 케냐에서 온 사람을 사귀었거든. 그 친구는 조지아에 6번째 온 거라고 하더군. 그 친구랑 엄청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친구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아프리카 사람이 아프리카 밖으로 여행할 때 비자 문제로 얼마나 불편한 지였어. 아직까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갔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는데, 나 여행 다니면서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꽤 만났는데 생각해보니 다들 학생이나 일하는 사람이었지 순전히 관광이나 여행을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더라고. 네게 출입국관리사무소 이야기 들었던 게 생각나더라. 이거 여행자로서 제대로 알아야 할 중요한 인권 이슈인 거 같아. 나중에 만나면 좀 더 자세히 묻고 싶어.
나는 이렇듯 잘 지내! 꼬박 일 년에 한 달씩은 여행하는 삶을 살려 노력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잃어가는 것들이 생기는 거에 서러워 말고 인정하면서 잊거나 잃지 말아야 최소한의 것을 챙기려 기를 쓰고.. 그렇게 살아. 너는 어떻니? 한국 돌아가면 연락할게. 우리 이번엔 미루지 말고 꼭 보자! 새해에 어떻게 더 잘 살지도 이야기 나누고.. 조만간 보아!
2018.12.10
트빌리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