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제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 4

자연스런 바람에 - 2부. 우리를 꿈꾸다

by 방자

과거에 의해 현재가 만들어졌고 현재에 의해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현재 외의 시간에서 살 수 없는데 미래의 안전과 보장을 위해 스스로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보호용 갑옷을 입고 상대방에게도 입히는 것 같아 뭔가 어색한 것 같다. 그 갑옷이 마치 입지 않은 것처럼 가볍고 단단한 것이 아니라 걸음을 불편하게 하고 서로의 몸이 맞닿지 못하게 할 정도로 무겁고 거추장스러워 입는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한다면 더욱 그렇다. 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제도가 수시로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거나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결혼이 사랑의 결실인 양 이야기한다. 물론 이것은 결혼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한 동맹이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로맨틱하다. 하지만 나는 결혼이 사랑을 지켜주는 보험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매년 이혼율은 늘어나고 있는데...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결혼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고 신뢰하는 관계가 아니던가. 나는 그냥 일반적이라고 칭해지는 결혼의 방법과 노하우 말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관계와 가족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는 늘 사랑하고 싶고, 받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 늘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싶다.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만나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 사랑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 신뢰관계를 쌓아가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지만, 결혼식과 법적 장치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냥 그것이 나인 것 같다.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처럼 나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부딪쳤고 그리하여 끌리면서 믿을 수 있고 둘만의 관계를 쌓아가는 게 즐거운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숙제를 성공적으로 해내었음을, 결혼이라는 새로운 미션을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는 그저 함께 걸어가면 된다. 언제까지고 함께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그리고 서로를 키우고, 존중하고, 배우면서.


시작하는 사랑은 아름답다. 끝나는 사랑은 슬프다. 둘 간의 그 시작과 끝이 다름은 아프다. 하지만 그 감정에 시작과 끝이 존재함은 괴로움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존재하고, 모두의 시작과 끝이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고통은 시작과 끝남에 있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어떠한 방법으로든 붙잡고자 하고 대비하고자 하는 불안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닥친 불행이 아니라 닥칠지 모르는 불행이라는 불안일 경우, 이것은 내게 바보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좀 유별나단 소리를 듣더라도 제도가 주는 안정감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주는 나를 찾으며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인걸.


My religion is to live and die without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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