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제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 3

자연스런 바람에 - 2부. 우리를 꿈꾸다

by 방자

나이가 차면서 주변에서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늘어갈수록 나에게는 의아스러운 부분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한 부분과 주입되는 정보들이 늘어갔다. 연애는 조금씩 부담스러워져 갔다. 만남 단계에서 미래에 대한 염두가 전혀 없는 나는, 처음부터 플랜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가벼운 연애를 시도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도 늘 속도의 차이를 느꼈다. 연애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니 나는 상대방에게 애정이 있더라도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짜증 나면 어떻게든 풀기보다 시간이나 거리를 둠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인 듯했다. 물론 내가 나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판단했으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상대방의 말과 반응까지 더해져 내가 관계에 있어 뜨겁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하는 연애가 뭔가 충분히 감정적이거나 감성적이지 못한, 약간은 부족한 게 아닌가 의심되었다. 한때는 혹시 내가 불감증 혹은 무성애자가 아닐까 하며 내 감정 및 욕구의 부족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 의심은 스스로를 초조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경험주의자답게 경험으로 부족함을 메우고, 피하는 방법보다는 부딪치고 또 부딪쳐 발전적 방향을 찾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연애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역시 세상의 대부분의 이치처럼 매우 미묘하고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때야 하는 것은 없으니 내가 어떤지 상대가 어떤지를 알고 서로 맞춰가면 되는 것인데 나는 늘 의심받고, 그로 인해 자신을 의심하고 어떻게 문제를 찾아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사랑이란 감정에 기반을 둔 특수 관계란 매우 흥미롭지만 쉽지 않았고, 지속성을 위해서는 단지 감정이 아닌 훈련과 지혜를 필요로 했다. 연애가 이렇게 복잡한데 거기에 뭔가 제도적 장치가 더해진 결혼을, 도대체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건지 날이 갈수록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은 나로 하여금 결혼이란 대체 무엇이고 어떤 이슈들을 담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고민은 진행형이지만, 아직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알게 된 것은 결혼의 가장 큰 의미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좀 더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자 혼인신고라는 절차를 거쳐 법적으로 구속성을 가지게 하였고, 타인에게 알려 축하받고 관계를 공표하여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자 결혼식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어 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내가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사전적 정의 같아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장황한 서두를 쓴 것이 민망하게 느껴지지만, 나는 이를 통해 결혼이 내게 유독 무의미한 듯하여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나는 원래 약속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다 (이것이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약속이 지켜진다는 절대적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약속이 지켜지는데 개인의 신념과 제도적 장치가 영향을 미치긴 한다고 생각한다. 혼인신고와 결혼식은 그 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도 판단한다. 하지만 누구도 미래의 상태와 감정을 약속하거나 확신할 수는 없다. 우리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내게 연예의 특수관계가 의미 있는 것은 둘만의 애정, 신뢰가 지금 내 곁에 존재함에 있지 어떤 방식으로라도 관계가 유지되리라는 믿음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므로 현재 내게 결혼은 좀 무겁다. 욕구보다 비용이 크고, 비용보다 보상이 적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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