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 1

자연스런 바람에 - 3부. 세상을 탐하다

by 방자
우리가 정의한 디지털 노마드 |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떠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유목민적 성향을 타고난 사람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실천하는 사람. 삶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디지털에 기반한 기술이나 기기를 활용하여 돌아다니며 자신의 방식으로 일하고 생계를 꾸려가는 등 주체적 성향을 지님.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자영업 등의 소규모 사업자거나 자기 브랜드를 가진 프리랜서가 많으며 일부 협상력 있는 기술을 가지고 원거리 근무가 가능한 회사에 소속된 사람도 있음.


나 : 네가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뭐야? 그냥 여행을 통해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랄까?

그 : 그냥 유목민 같아. 일단 나도 집이 없잖아. 근데 일은 해야 하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거지 뭐. 직업이 프로그래머니까 노트북 들고 돌아다니면서. 내가 디지털 노마드 아냐?

: 그럼 나는? 나도 디지털 노마드일까?


여기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우리는 4개월째 집을 떠나 여행 중이다. 나야 내 집은 아니지만 나오기 전 부모님과 함께 살았었고, 우리 집의 내 방이 그대로 있으니 집이 없다하긴 그렇지만 그는 혼자 살던 집을 내놓고 짐을 몽땅 정리해 맡기고 떠난 데다 다른 기업과 진행하던 개발 프로젝트를 정리하지 않고 가지고 나와 돌아다니는 내내 틈틈이 일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디지털 노마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 원거리 업무, 전전하는 삶. 그럼 나는 뭐지? 그냥 디지털 노마드와 여행하는 방랑 여행자인가?


우리 여행의 꿈이 디지털 노마드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어떨지 몰라도 나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환상이나 동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이것이 우리 여행의 하나의 키워드가 된 것은 그가 우리의 여행에 일을 들고 왔기 때문이었으며, 우리 여행의 시작이 디지털 노마드의 메카로 불리는 발리였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 꿈인 방랑 여행자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경제적 지속가능성의 실마리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단 막연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대부분 혼자이고, 끊임없이 방랑하고, 잉여롭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모아둔 돈을 열심히 쓰는 그런 여행만 하던 나는 처음으로 일을 짊어진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게 되었다. 그를 위해 발리의 코워킹 공간을 알아보았고 계획을 짰다. 그는 짱구에서 보낸 열흘 동안 수영장이 있는 발리도조에서 일을 했고, 쿠타에서 보낸 이틀 중 하루 동안 라인업에서 체험권을 이용해 온종일 일을 했고, 우붓에서 보낸 이 주간 대부분을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라 불리는 후붓에서 보냈다. 나는? 나는 코워킹 공간에서 혼자 놀았다. 행사에 참여하고, 자료들을 둘러보고,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고, 사람들을 관찰하고, 단거리 산책을 하며 빈둥댔다. 그런 내 눈에 비친 소위 디지털 노마드들은 내 기준에서 여행자는 아니다. 그저 더 나은 삶과 일의 환경을 추구하여 삶에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랄까? 그들은 대부분 한 지역에 한 달 이상 장기 거주했으며 일과 삶의 균형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Hard Worker처럼 보였다. 물론 소수의 표본만 가지고 단정 지어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는 그 삶에는 주체성자율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도, 삶을 썩이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나는 개발자가 아니라서, 집이 있어서, 디지털 노마드가 아닌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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