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제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 2

자연스런 바람에 - 2부. 우리를 꿈꾸다

by 방자

육, 칠 년 전 즈음, 나도 그대를 좋아하고 그대도 나를 좋아하니 우리 연애할까요? 의 내 제안을 거절하고 내게 뼈아픈 실연의 경험을 남긴 어느 남성은 내게, 자신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자신을 좋아하니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솔직히 말해 그의 논리는 내게 신세계였다. 나는 왜 좋아하는 감정에 기반을 둔 관계 발전에 제도적 전제조건을 붙여야 하는지 (더구나 이 감정이란 것이 언제 변할지도 모르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삶의 정답을 가지고 사는 그와 만사에 대체 왜 그런지가 알 수가 없는 나 사이에는 마치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가 무슨 이야기인지를 일깨워주듯 성(性) 정체성 차이 이상의 환경적 세계관(星) 차이가 있었고 그것은 서로에게 느끼는 이성적 매력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결혼이 관계의, 사랑의, 연애의 어마어마한 장벽이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 후 몇 년, 나는 여행이나 학업, 창업에 쏟은 애정만큼 연애에 애정을 쏟지 못하고 남겨진 숙제처럼 마음 한쪽에 담아둔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두 번째 사업이었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프로젝트를 열고 운영하는 오픈팩토리라는 공간에서 내가 처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결혼제도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었다. 특별히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고 다양한 제도에 대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관습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어떤 원치 않는, 최선이 아닌 것들을 실행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해 보자는 의도였으나 처음 모임을 열었을 때, 창문 밖의 사람들은 내가 독신주의자 (혹은 비혼주의자)라고 판단했다.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꺼낼 리 없을 것이란 판단이었을까 ‘결혼은 미친 짓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등 다양한 결혼을 이슈로 한 영화들과 혼수, 예단, 폐백, 결혼식, 신혼여행 등 다양한 결혼을 둘러싼 제도적 이슈들에 관해 이야기하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결혼을 원하지만 (여기서 결혼을 원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 기왕이면 사랑하는, 적어도 마음에 드는 사람 -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결혼의 주변을 둘러싼 것들의 무게를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결혼을 둘러싼 밑지는 장사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자 실이자 로망이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숙제였다. 하지만 대부분에게 결혼은 쉽사리 답을 알 수 없는 난제 이기는 매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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