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자 Oct 10. 2019

결혼이 왜 중헌디?

버터나이프크루 활동일지

요약


지속가능한 비혼/비출산의 삶을 가능하게 할 남여노소, 1:1, 1:다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상호책임과 귄리의 범위를 정해 쉽고 자유롭게 등록/해지가 가능한 신개념 가족등록제도를 만들어주세요. 



배경 이야기


“ 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 생각은 확고합니다. ”

“ 결혼에 딸려 오는 많은 의무가 무겁고, 여성들에게 부당하다고 느껴져요.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요?" 

“ 난 아직 혼자 살아왔고, 그냥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건데 왜 본인들이 멋대로 때를 정해 때가 되었으니 둘이 살아야 한다고 하는지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고 제 생각이 틀렸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

“ 가장 큰 문제는 집이에요. 비혼 여성인 1인 가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주거 관련 대출 등에서 혜택이 거의 없어요. ”

“ 결국 원치 않는 보험처럼 결혼하게 되거나 사회적 소외를 당하거나, 사회와 멀어져서 살 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

“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더라고, 안전해지고 싶어요.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지속 가능한 비혼의 삶> 살롱에서 참여자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 외에 대화의 맥락에서 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무엇이든 그것으로 인해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고, 응원이나 인정을 받고, 부당하게 사회적 복지 혜택 등에서 소외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비혼을 꿈꾸는 이들은 우리 사회가 그렇지 않다고, 결혼하지 않는 이들을 차별한다고 말한다.  


왜 우리 사회는 결혼하지 않은 이들을 차별할까? 
아니, 왜 비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그리고 사회 다수의 구성원이 그들을 차별한다고 말할까?  



나의 이야기


우리의 삶에는 관습적 제도와 법적 제도가 있다. 결혼을 두고 봤을 때, 법적 제도는 혼인 신고와 그에 따른 다양한 법적 책임이고 관습적 제도는 결혼식과 양가 부모, 주변에서 결혼했으니 마땅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다양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결혼제도의 문제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실은 어느 한 시절 교육, 종교 등 다양한 제도의 문제점들을 논하는 자리를 만드는 반동분자 기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논한 것이 결혼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친구와 지인 대다수가 너는 결혼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난 결혼을 했다. 정확하게는 법적 혼인신고는 했고, 결혼식은 하지 않았으며 가족은 있지만, 개인으로써 자유로우며 시월드는 없는 삶을 산다. 이것이 결혼제도는 관심 없고 불합리하다고 느끼지만 스스로 가족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내가 선택한, 현 사회제도를 반영한 내게 유리한 삶의 방식이었다. 


혼인신고 2년 차에 들어 선 올 초, 나는 함께 사는 메이트와 개인적 이슈로 법적 제도를 해지하고 연인, 친구 관계만 유지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알아보니 혼인신고는 맘먹고 하루도 안 걸렸는데, 이혼 절차는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야만 할 이슈가 생기지 않은 이상 그 번거로움을 겪어내기가 쉽지는 않을 듯했다. 솔직히 말해, 이혼하지 말고 웬만하면 가족으로 살라는 정부의 바람에 말려드는 기분이 들었지만 귀찮은 게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당초 혼인신고를 안 했으면 하고 생각했지만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 할인에 말려들었으니 쉽게 도장을 찍었으니 결국 돈 때문에 내가 한 선택이니 책임져야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제도 안에 얼마나 있을 수 있을까? 아마 그나 나에게 새로운 연애 상대나 다른 방식의 삶에 대한 니즈, 혹은 개별의 삶이 더 나을 것 같은 경제적 이슈 등이 생긴다면 현재의 결혼제도의 테두리 안에 들어간 것은 분명 우리의 삶에 장애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법적 연결고리는 끊는 선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현 가족제도 안에서 출산을 하는 것도 아니지 싶다. 육아의 비용적 부담이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다는 경제적 이슈뿐 아니라 아이에게 편부모 혹은 결손가족이라는 왠지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회적 딱지를 주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늘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적정한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나는 성인이자 성숙한 사람으로서 내가 한 선택을 책임을 질 의향이 있다. 그래서 더욱 사회적 제도를 크게 무시하거나 위법을 행할 생각은 없다. 결국, 조금만 더 안정지향적으로 생각한다면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에 발을 딛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말이다. 현재의 결혼과 가족제도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을 제도 밖으로 떠밀어 소외시키는 구식의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제도라면 자고로 삶을 통제하고 제약하기보다는 편하게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아이디어


사람들 말마따나 정부는 더 많은 청년이 결혼하고 애를 낳고, 그래서 세금 낼 국민이 늘어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열심히 가스 라이팅도 하고 결혼한 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거라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혜택이 사람들에게 충분히 만족스럽거나 매력적이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니 결혼율과 출산율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늘어나는 비혼 주의자들은 자신들에게도 공정한 복지와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이해관계가 있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선택을 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정말 원하는 바가 인구성장과 세금 확대,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 비용 감소라면 아직까지 그래 왔다는 이유로 현재의 결혼/가족제도를 유지하는 게 현명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비혼 주의자와 현재의 결혼제도에 속할 수 없는 이들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늘어난다면 사람들을 제도 밖으로 떠미는 꼴인 기존의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게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남-여 기준의 1:1 혼인에 의해 맺어지는 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하고 책임지게 하는 유연성이 떨어지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포용하지 못하는 현재의 가족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제도는 이미 많은 수많은 사회적 관습이 더해져 젊은 사람들이 몹시 부담스러워하는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내 생각에는 유연한 등록/해지의 방식을 가진, 부부와 혈통 중심의 가족제도가 아닌 유대감과 선택에 기반한 가족등록제도를 만들면 좋겠다. 2인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 삶의 일정 부분을 책임지고 함께하겠다고 상호 약속 혹은 합의한다면, 남-여, 남-남, 여-여, 남-여-남, 1:1, 1:N  가리지 않고 등록하여 세대를 이룰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해지도 가능하다면 사람들은 좀 더 자유롭게 그리고 활발하게 가족을 꾸리고 서로를 돌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인하지 않더라도 연대할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불안정한 1:1 관계보다는 다수로 구성된 느슨한 가족연대를 만들어 자신의 삶을 온전히 꾸리면서도 사회적으로 관계 속에서 살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은 자신들이 상호 나눌 책임과 권리에 대해 추가로 합의하고 약속할 수 있다. 아이들도 출생 후 A와 B의 자녀가 기본 등록값이 아닌 개인을 기본 등록으로 하고 원하는 가족에 등록했다가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혹은 가족의 여건에 따라 독립 혹은 새 가족에 등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제안하는 방식은 기존의 결혼/가족제도를 파괴하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포함할 수 있는 넓고 융통성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누구나 가족을 만들 수 있고 사회적 소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 있다고 본다. 


-

여성가족부 청년정책플랫폼 버터나이프크루 활동을 하면서 쓴 정책살롱 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