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자 Oct 17. 2019

무엇이 우리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까?

버터나이프크루 활동일지 


요약

누구나 쉽게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주세요.
예> 지역별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한 무료 공간 제공, 오픈소스로 안전한 커뮤니티 만들기 가이드북 제공



배경 이야기


자유주제로 진행된 살롱에서는 각자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에 대해 공유하고 그중 함께 나누면 좋은 이슈를 선정하여 그룹별 토론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개인적으로 토론하고 싶었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누구나 안전한 커뮤니티를 가질 수 있을까?> 였는데 공유된 주제들 중에는 행복의 요소, 외모차별과 청년의 삶, 외로움 등의 이슈가 다른 참여자들의 공감을 받아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을 통해 전반적으로 내게 남은 잔상들은 다음과 같다.

많은 이들이 사회 속에서 타인에게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거나 받으며 살아간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혹은 학생이 선생에게, 심지어 친구가 친구에게, 한국인이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나 혼혈 아동에게 등 타인에게 다름을 틀림이나 부족함으로 언급하며 상처를 준 사례는 수두룩 하다.

가해자는 솔직했다고 변명할 수 있겠으나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무례가 상처로 남았다.

폭력과 상처는 개인의 행복을 저해하고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그리하여 어떤 이들은 외롭지만 혼자이길 선택한다. 차라리 그게 더 안전하니까.

사람들은 자발성과 자율성에서 행복을 느낀다.

사람들은 정당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림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행복하고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다름에 대한 수용성이 낮은 사회환경은 오히려 불행과 불안전을 초래한다. 세상 결국 혼자라고 느낄 만큼..


누군가는 악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악의 없는 폭력,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세대별 경험의 차이,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효율성 사회에서 다름에 대한 수용력 부족,  

솔직함과 무례함의 차이에 대한 무지, 이러한 것들이 원인으로 언급되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나는 우리가 정치경제적 보다 사회심리적으로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는 듯하다. 그리하여 서로 쓸데없이 날을 세우거나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과한 방어기제나 폭력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선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되어야 하고,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해자가 되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부정성의 순환 안에서 사회를 형성해 간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떤 기준에 못 미치거나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청소년, 청년의 길 밖에서 걸었기 때문에 나는 늘 심리적으로 소수자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문화적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수용력에 대해 관심이 많다. 웬만해선 내 결정을 접는 일이 없는 고집 센 사람으로서 과거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만약 부모님이 나와 수많은 썰전 끝에 '그래 너는 그런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내 새끼.'라며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애정을 준다고 느끼지 못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집을 나와 길에서 자라는 사람이 됐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초기의 커뮤니티인 가족과 학교, 또래집단 등이 안전한 곳이라는 판단이 서거나 행복의 기저가 되는가는 바로 그 다름의 인정과 애정의 존재가 잣대가 되지 않을까. 나는 가족의 곁에 머물렀지만 학교는 떠났고 청소년기의 또래집단 활동을 원치 않았던 사람이다. 다행히 학교 대신 여행으로 세상을 배우며 옳고 그름의 경계가 사회마다 다를 수 있음을 경험하고, 세상의 수많은 다름과 다양성 속에서 내가 틀린 것도, 옳은 것도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자존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나니 조금 덜 방어적이고 덜 폭력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듯하다. 우리는 다 다르고 같다. 비슷한 척 하지만 세세히 보면 같은 사람이 없고, 다른 척, 특별한 척하지만 크게 보면 어쨌든 사람일 뿐이다. 개인의 다름은 흠이 아니라 매력일 수 있고, 배움의 기회일 수 있다. 나는 나와 다르지만 나를 인정하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가장 많이 성장하고 활달하고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꾸 그런 곳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내게는 세대, 언어, 종교, 인종의 장벽을 넘는 친구들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마을에 사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산다.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다양성이 시너지가 되고, 함께 배우고 나누는 그런 커뮤니티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누구나 원하는 이슈로 지역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과 세대, 민족 간 장벽 없이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사회에 살면 좋겠다.



아이디어


안전한 지역 커뮤니티는 많은 사람들의 바람임에도 현시대 우리사회에 세대와 이슈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커뮤니티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접근성과 확산성이 부족하고, 자연발생적 보단 이슈 중심적이다. 참여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며 함께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은 지역성, 시간의 여유, 다루고 있는 주요 이슈, 구성원이 만드는 문화, 활동 가능한 공간의 접근성과 비용 등에 영향을 받는 듯하다. 그중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지역의 안전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더 많은 유휴 공간, 주말의 공공기관의 활용되지 않는 공간이 지역의 커뮤니티 활동에 무료 혹은 저렴하게 오픈된다면 비영리 활동 및 사교 모임을 하는 커뮤니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어 커뮤니티에 가입해도, 커뮤니티 내 배타성이나 의도하지 않은 분쟁으로 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해관계의 차이, 상호이해의 부족, 수용력의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그게 거친 언어나 행동으로 표현될 때 특히 문제화 된다. 하위문화를 만드는 커뮤니티에서는 충분히 몇 개의 가이드나 약속을 통해 소통과 대화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소통과 대화의 방법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다름을 무례하지 않게 다루며 이해와 인정에 다다를 수 있다. 실상 다름에 대한 폭력적 태도는 무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안전하고 건강한 커뮤니티 빌딩을 위한 소통, 대화, 활동 가이드가 만들어져 누구나 쉽게 참고할 수있다면 더 많은 커뮤니티가 구성원들의 안전 기지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추천하는 참고도서 : 비폭력대화,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

여성가족부 청년정책플랫폼 버터나이프크루 활동을 하면서 쓴 정책살롱 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