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는 말이지 - 팀장 알바 @ work
“그렇게 꼭 뛰어야만 하는 걸까?”
“안 뛰면 바로 도태되는 거야.”
“아니, 왜? 걸어서 가더라도 가고자 하는 데를 알고 꾸준히 가면 되는 거 아냐?”
“남들 다 뛰는데 혼자 안 뛰면 경쟁력이 없잖아.”
“흠. 다 같이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뛰고 싶은 사람은 뛰어도 돼. 근데 뛰는 사람들 때문에 걷고 싶은 사람들까지 어쩔 수 없이 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좋겠어.”
“얘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 하네.”
“세상 물정 알아서 뛰고 싶지도 않은데 뛰면 더 낫나? 언제 어떻게 더 나은데?”
처음 사업 계획서를 쓰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난 8년 동안 내가 일을 해 온 세상은 소위 사회적 경제라 불리는 곳이다. 4개의 조직에서 일했고 그 외 여러 조직과 함께 일했지만, 아직 한 번도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쓰거나 면접을 본 적은 없다. 특수한 케이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은 판의 작은 조직들에선 흔히 있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만든 후, 2011년 사회적기업 진흥원을 설립해 전국적으로 350개의 팀을 뽑아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고자 하였다. 나는 그 사업의 1기 팀 중 하나였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모든 사업의 처음은 실험적이고 시험적이라는 고정관념을 얻었다. 그 실험실 비커 속에서 소용돌이에 휩쓸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뱅글뱅글 돌아가는 삶으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이곳은 비교적 공동체 지향적이다. 민주적 의사 결정 같은 이상을 좇아 이곳에 합류한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실제로 뚜렷한 차별성이 보인다고 하긴 어렵다. 물론 나아지고 있고 필드 밖의 세상과 비교했을 때는 수평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기대나 이상에 미치지는 못한다. 예를 들면, 협동과 협력을 모토로 하면서도 늘 경쟁과 비교 선발의 지원 선정 방식을 쓰고, 소셜 임팩트가 중요하다 말하지만 결과는 눈에 보이는 수치적 성과로 측정할 때가 많다. 정부 사업을 하거나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금이 관련된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추측해 보건대 우리가 살아온 삶의 환경과 경험들이 그렇지 않았는데 지향만으로 사고와 시스템을 바꾸기란 쉽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좋은 대표가 되고 싶었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하여 매우 가치 중심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은 피부색이 다르고 부모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문화 수용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사회적 가해자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고 싶었고, 우리의 피할 수 없는 현재이자 미래인 다문화 사회에서 수용력이 높은 창의적인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랐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을 1:1로 연결하여 함께 여행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게 하는 캠프를 운영했다. 다문화 이해 교육 혹은 문화다양성 이해 교육이라고 그 캠프를 불렀다. 차라리 영어 캠프라고 홍보해서 더 많은 참가자를 쉽게 유치하자는 직원들과 주변의 조언을 듣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개선을 정면에 내세우며 매번 학부모 한 명, 한 명에게 캠프의 내용과 취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한심한 짓이었는지는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다른 사업의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면서야 깨닫게 되었다. 임팩트가 진정성이 아니라 쉬운 접근성과 확산성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핏대 높여 사업의 의도를 부르짖기보다는 사업은 잘 포장해서 팔고 그 안에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데 더 집중했을 것이다. 핑계를 대보자면 아무리 알바를 많이 했고,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한들 대학원을 갓 졸업한 사람이 사업에 대해 얼마나 알았겠는가? 나는 무지했고, 능력도 자본도 부족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의 지원은 꼬리표가 붙어 있어 자칫하다간 범법자가 되기에 십상이었고 증빙은 그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자 일이었다. 인큐베이팅 센터 생활 1년 만에 ‘지원금은 술이다. 목 탈 때 한 잔 들이켜면 갈증 해소의 해방감을 주지만, 한번 그 맛을 알면 자꾸 마시고 싶고 그렇다고 자꾸 마시면 중독된다’라는 통찰을 얻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좋은 대표가 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