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알바 3

있잖아, 나는 말이지 - 팀장 알바 @ work

by 방자
“넌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

“선생님. 너는?”

“그렇군.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꽤 많았던 거 같아. 학교 다니면 빠지지 않고 만나는 게 선생님이라 그런가? 좋은 선생님을 만났었나 봐? 난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어.”

“아냐. 나 선생님들이 맘에 안 들어서 내가 직접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거 같아. 부자? 뭘 해서 돈을 벌고 싶었는데?”

“몰라. 그냥 뭘 해서든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 그럼 하고 싶은 거 다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 같았거든.”


열일곱 이후 늘 부어 왔던 여행 통장을 깨 창업 자금으로 삼았고, 그 후 삼 년간 저금 없는 삶을 살았다.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었고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게다가 시간 여유마저 없어 정서적으로도 빈곤했으며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그 삶을 개선할 방법을 찾을 길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의심이 생겼고, 조직이 개인의 삶보다 중요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조직의 대표여야지만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는 다른 조직을 운영하는 지인이 내민 손을 잡았다. “넌 네가 하고 싶은 일만 해. 디자인, 행정, 경영은 여기 잘하는 사람들 있으니 우리가 할게.”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합병이었고, 투자한 사내 이사였지만 나는 더 이상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한 두 번째 조직에서의 일 년 반 동안 의사 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시기를 보냈다. 무엇보다 내가 대표였을 적 함께 일했던 구성원들의 입장과 의견을 뒤늦게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역지사지를 경험했다. 그리고 자발성이 열정의 얼마나 큰 동기 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주요 구성원들은 나보다 더 헌신적이었으며 능력이 있었다. 우리는 더 큰 소셜 임팩트를 만들었고 나는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막상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진 못했다. 매번 생겨나는 해야 하는 일들과 대표가 생각하는 더 중요한 일들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 늘 해야 하는 일에 밀려 리스트 하단에서 올라오지 못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두 번째 조직을 떠나며 장시간 일을 하는 삶은 지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솔직히 말해 조직에 들어갈 자신이 없어 조직을 만들겠다는 꿈을 꾼 것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았고, 창업 3년의 시기 동안 책임은 크되 경제적 궁핍은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버텼으니 돈을 적게 벌어도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미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이 많아서 전일제 근무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프로젝트를 2~3개씩 진행하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면, 자유 시간과 쉬는 시간이 거의 없음을 뜻했다. 나는 이미 삶이 궁핍해지는 이유가 돈보다 시간 부족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2개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나의 주요 거래처가 되었다. 어느 해에는 A 조직에서 2~3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주 2~3일씩 일했고, 다른 해에는 주 3일씩 B 조직에 출근하여 온갖 일을 도왔다. 그 외의 기관에서 들어오는 가벼운 강의와 워크숍도 개인 가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적당히 벌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에 맞춰 삶을 꾸리는 것보다 삶을 설계하고 그에 맞춰 필요한 시간 동안만 일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연말마다 새해의 연봉을 책정하고 그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달 단위로 얼마나 일을 해야 할지를 추정한다. 적게 일하면 자유시간이 많아지니 하고 싶은 일을 더 할 수 있다.


반면, 들어오는 일들을 쳐내지 못해 많은 양의 일을 하게 되면 적어도 단기간에 돈을 더 벌어 한 해의 업무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달씩은 여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하반기가 되면 일을 마무리할 시기를 정하고 어디로 얼마나 여행을 떠날지를 계산한다. 여기에는 여전히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조직은 대부분 구성원이 더 많은 일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럿의 시행착오 끝에 나는 월 단위 급여에서 프로젝트 단위의 급여로, 그리고 다시 시간 단위 급여로 계산법을 바꿨다. 나의 시급은 재택근무와 출근 근무, 워크숍 운용 A(신규), 워크숍 운용 B(기존 안 사용), 그리고 출장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주 단위로 오픈 크라우드에 근무 시간과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월 단위로 대표자의 확인을 받아 청구한다. 기업은 매달 적정액의 급여를 지급하되, 총액을 맞추는 것은 연말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누군가에게는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는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상호 이익과 신뢰, 그리고 상호 협조적인 자세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조직이 기왕이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가능한 필요에 협조한다. 조직의 대표는 나의 방식을 인정하고 나의 선택에 협조한다. 그렇게 나는 조직 속에서가 아닌 조직과 함께 사는 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전 글 | 다음 글





이전 03화팀장 알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