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는 말이지 - 팀장 알바 @ work
“일할 때, 어떤 사람이고 싶어?”
“글쎄. 일 잘하고, 즐길 줄 알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
“언제부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음. 뛰다 지쳐서 걷다가, 그마저도 힘들어 잠시 서서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그럼 그 전에는?”
“흠.. 뛰느라 바빠서 깊이 생각을 못 해봤는데,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 같아.”
“오~ 그 꿈 멋진데?”
“응. 근데 자칫 잘못하면 세상은 못 바꾸고 자신만 세상에 맞춰서 바뀌어 가. 아마 대부분 그럴걸? 난 변해가는 자신을 보는 게 너무 무서워서 그 꿈을 내려놨어.”
“그렇구나. 지금 꿈도 멋있어. 응원할게!”
“고마워. 누구에게나 응원해 줄 사람이 필요한 거 같아. 나도 널 응원해!”
올해 초 새로운 사람들이 대거 들어오자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조직은 모두가 매니저인 구조에서 매니저와 팀장으로 조직의 체계를 바꿨다. 나는 초기에 스스로가 파트타임 팀장이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지만, 어쨌든 팀장이 되었다. 그 때문인지 한두 개의 프로젝트가 아닌 여럿의 프로젝트에 관여하게 되었고, 스스로 처리하는 일만큼 남의 활동에 첨언을 얹을 일이 늘었다. 내가 거절하면 남의 일이 되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도 눈에 보였다. 주변 동료들이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기꺼이 몸 바쳐 일하는 것을 보았다. 한동안 흔들렸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삶이 조직 속 삶은 아니지 않던가. 몇 달의 고민 끝에 나는 팀장 직위에 알바라는 마음가짐을 얹었다. 조직의 안녕과 번영에 기여하고자 노력하지만, 조직보다는 동료를 우선하여 행동하고 그에 앞서 내 삶을 건강하게 영위하는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우리는 누구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플러스섬 게임을 할 수 있다. 거기에 필요한 윈-윈 전략을 생각해 낼 아이디어와 실천할 용기가 있다면 말이다.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살아감에 있어서 누구도 위에 두지 않고, 누구도 밑에 두지 않으면 개인의 삶과 삶을 대하는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하지만 조직이나 그룹이 수평하게 형성된 경우를 주변에서 찾긴 생각보다 어렵다. 인간의 본성이여서라기보다 세상이 아주 오랫동안 계급과 힘의 논리에 의해 진화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힘과 권력은 누구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가장 능력 있는 사람? 가장 열심히 일한 사람? 나는 그것이 늘 정당하고 바람직한 방식으로 분배되어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운과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얻어진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상하 관계가 더 쉽고 관리가 편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모두에게 바람직할까? 우리가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각자의 상황과 위치를 수직의 2차원 공간이 아닌 다차원적으로 바라보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돈과 권력에 연연하는 삶이 더욱 적어질 것같다. 이러한 다각화가 조직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그냥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구성하고 자신의 삶을 그런 식으로 바꾸어 갈 수도 있다. 지위 말고 역할 중심적인 삶 말이다. 나는 현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가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그것들을 가지기 위해 대가를 치르느니 차라리 없는 삶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더 잘하고, 잘 시키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른 채 그러한 삶에 한번 도전해 보았고 더 나은 다음을 말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목매며 살고 싶진 않다. 나는 정규직보다는 알바가 편하고, 내 시간과 사고는 회사의 성장보단 내가 꿈꾸는 세상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기여하는 데 쓰고 싶다. 그게 생계유지에 전혀 기여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조금 더 정신적으로 여유롭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하여.